한-인니 경제협력포럼. 사진=기획재정부
한-인니 경제협력포럼. 사진=기획재정부

[이코리아] 세계적인 온실가스 규제 강화로 전기차 판매가 호황을 이루면서 이에 탑재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모도 급팽창하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 핵심 광물인 니켈의 전 세계 생산 1위 인도네시아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구축에 힘을 쓰고 있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4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서울 풀만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수교 50주년 한-인니 경제협력포럼이 열렸다. 

한국 측에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 등이 연사로 참석했으며, 인도네시아 측에서는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루훗 빈사르 빤자이딴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장관 등이 연사로 참석했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는 2025년 42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345GWh, 2040년 3,455GWh로 8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폐배터리의 세계 시장규모는 이미 2019년에 1조6500억원에 달하며, 시장규모도 2030년에 6조원, 2040년에 66조원, 2050년에는 최대 6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의 니켈과 관련한 수출은 매년 급증하는 중이다. 인니 해양투자조정부에 따르면 인니의 니켈수출은 222억1300달러에서 338억1000만달러로 2021년 대비 2022년에는 52% 증가했으며, 그 이전에도 매년 높은 증가율을 시현해왔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증가세를 가능케 하는 것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지원과 함께 기업들의 투자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니켈 매장 및 생산 1위 국가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을 기반으로 해 전기차 생태계를 자국에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날 경제포럼에서 인니 정부는 인니 모로왈리 산업단지(IMIP) 내 리사이클링 산업에 약 920억원의 투자를 할 계획임을 알렸다.  

이어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표한 전기차 생태계 구축 계획에서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이 언급됐으며,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에 투자하는 이유는 자원을 재활용하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가 1회성으로 사용되고 폐기될 경우에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사회를 꿈꾸는 인도네시아가, 자원 보유국일지라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에 투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우리나라 기업들의 상황은 어떠할까. 

우리나라는 2011년 전기차를 양산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폐배터리 회수·처리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배터리 매립이나 소각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 소재 수요는 폭증하는 반면 채굴량은 한정되어 있어 핵심 소재를 둘러싼 신자원 민족주의와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팽배해 있다. 폐배터리 처리의 환경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 동향 및 시사점'보고서에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단가 중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이를 재활용할 때 얻게 되는 경제적 이득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재활용 산업 육성은 우리나라 배터리 공급망 선순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소재 재활용으로 중국 등 배터리 자원보유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가 주력하고 있는 삼원계 배터리는 제조원가가 높아 재활용시 경제적 이점도 높다. 또한 배터리의 순환형 생태계를 구축해 세계적인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

보고서는 "먼저 ▲폐배터리의 명확한 기준 설정 ▲배터리 이력 관리 ▲회수 인프라 구축 및 세제 지원 ▲공급망을 고려한 배터리 얼라이언스 구축 ▲재활용 단계별 국가표준 제정 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배터리 제조 3사를 비롯해 완성차 대기업이 유럽 및 중국의 재활용 기업과 협력해 재활용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업체로는 성일하이텍, 에코프로 CNG, 포스코 HY 클린메탈 등이 있다.

폐배터리 선점을 위해 이차전지 기업들은 다양한 기업들과 리사이클링 협약 및 MOU를 맺어 전기차 폐배터리 수거경로를 다각화하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과 북미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또 현대차, KST모빌리티와 협업하여 배터리를 확보하고 이를 전기차 충전 ESS로 재제조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삼성SDI는 성일하이텍과 제휴해 배터리 스크랩·불량 셀 등의 원료를 추출하고 있다. SK온의 양극재 파트너 에코프로는 최근 미국 어센드 엘리먼츠로부터 폐배터리 원료를 공급받기로 해 'SK온·완성차 업체·어센드 엘리먼츠·에코프로'로 연결되는 폐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성일하이텍과 연내 폐배터리 금속 재활용 합작법인을 설립해 2025년 첫 상업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기업의 경우 현대차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ESS로 배치하여 에너지 네트워크와 통합하기 위해 로드맵 수립 후 ESS 실증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건설이나 통신 인프라 등의 기업들도 폐배터리 순환경제 비즈니스에 생산자 또는 소비자로서 참여하고 있다. GS건설은 자회사인 에네르마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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