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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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의료 AI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의료 AI 시장의 규모는 2021년에는 약 110억 달러에 달했으며, 2030년까지 연평균 37%의 성장률로 증가해 약 1,880억 달러에 달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 세계 의료 기관 중 5분의 1이 AI 모델을 도입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고 답변했다. 또 AI 도입의 가장 큰 이점으로 행정 업무에 대한 시간 부담이 경감되어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는 점이 꼽혔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도 보건의료 주요 과제에도 의료 AI 개발 실증 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데이터진흥과 김보경 과장은 '2023년 대한의료데이터협회 신년포럼'에서 정부가 중점 추진할 보건의료 디지털 전환 방향을 소개하며 우리나라 디지털 기반 AI 및 디지털헬스 기술력은 최고 수준이지만 국내 활성화가 미비한 만큼 보건의료, 공공데이터 등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국내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2023년 진료 AI 실증과 디지털 의료 실증 및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 도입, 전국 공공병원과 지역거점병원 대상 디지털 기기와 솔루션 확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보건의료 미래학자이자 글로벌 사회운동 재단 ‘원셰어드월드’ 창립자인 제이미 메츨은 보건의료가 AI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에 맞춤화한 ‘예측형’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츨 의장은 23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글로벌 헬스케어 학술회의 '메디컬 코리아 2023'에 참석해 “챗GPT 등 AI 기술의 발전은 인류와 지구 전체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정밀한 개인 맞춤형 의료로 도약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질병이나 증상이 생기면 의료 서비스를 찾는 일반적인 모델이었지만, 앞으로는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 질병의 가능성을 예측해 생애 전반에 걸쳐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AI가 변화시킬 사회의 모습에서 의료분야에 주목했다. 게이츠는 현지시각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AI의 시대가 열렸다'라는 게시글을 올려 AI가 건강 관리와 의료분야를 개선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험금 청구, 서류 처리, 의사 방문 기록 작성 등 특정 업무를 대신 처리하여 의료 종사자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며,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이 AI를 통해 의료 서비스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자선 단체가 기업이 AI를 통해 얻은 이익을 빈곤한 국가에 공유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혔다.

챗 GPT를 실제로 의료 분야에서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메디컬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의학 논문검색 누리집 PubMed에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챗 GPT와 관련된 논문이 141건 등록되었다. 챗 GPT가 등장한지 4개월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연구 증가는 의학계의 챗 GPT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 초기 연구가 챗 GPT의 단순한 활용 가능성 모색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실제 임상 현장에 어떻게 활용 가능할지 확인하는 '검증' 영역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다.

포브스는 지난 1일 ‘챗GPT는 의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지만, 의사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대화형 챗봇인 챗 GPT가 진료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더라도, 의사의 행정 절차를 보조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9년에 의료 서비스에 지출된 3조 8천억 달러 중 4분의 1이 의료 행정에 소모되었으며, 이 중 약 2,650억 달러는 팩스 등의 구식 기술로 인해 불필요하게 지출된 ‘낭비성’ 비용이었다. 하지만 AI를 활용해 이를 보조하면 행정 비용과 불필요한 시간의 소모를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 현기호 기자
= 현기호 기자

한편, AI를 의료분야에 도입하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22일 진행된 인공지능법 기자설명회에서 “검증되지 않은 의료 인공지능을 허용하는 것은 신약을 테스트하지도 않고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과 같은 매우 위험천만한 행위이다.”라며 의료 인공지능의 위험성과 폐해를 지적했다.

14일 국회 과방위를 통과한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은 ‘우선허용 사후규제’원칙을 통해 누구든지 인공지능기술과 알고리즘의 연구·개발과 인공지능제품 또는 인공지능서비스의 출시 등과 관련한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전 국장은 의료 인공지능의 도입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오류가 생길 경우 단기간에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 △인공지능 기술은 불투명한 경향이 있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과 기준을 알기 어렵다는 점 △인공지능이 차별과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 △기술적 문제가 없다 해도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더욱 빈번해질 수 있음 △해킹 공격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전 국장은 이전에 출시된 의료 보조 인공지능 서비스의 사례를 몇 가지 들었다. IBM이 개발한 ‘왓슨 포 옹콜로지’는 의사가 암 환자의 데이터를 입력하면 치료법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으로, IBM은 이를 ‘암 치료의 혁명’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왓슨은 안전하지 않고 부정확한 치료법을 추천하기도 했으며, 폐암의 경우 18%의 정확도를 보이는 등 낮은 성능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많은 병원이 AI 사용 추가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왓슨을 앞다퉈 도입해 환자들을 유인했으며, 이후 왓슨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지만 이미 환자들에게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 뒤였다고 설명했다.

전 국장은 왓슨의 사례에 대해 “규제되지 않은 인공지능은 최악의 경우에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고, 국민들이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AI 챗봇 서비스 ‘바빌론’의 사례도 있다. 바빌론은 인공지능을 통해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구별하도록 해 국가 의료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근거도 없이 이를 승인했고, 불충분하거나 명확하게 잘못된 정보를 환자에게 전달해 질병이 있는 사람들의 치료가 지연되거나 차단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전 국장은 이런 여러 문제점을 지닌 기술에 우선허용 사후규제 원칙을 적용해 거의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포기하게 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의료 인공지능 기술은 다른 기술보다 더 엄격한 안정성 평가, 윤리적 사회적 검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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