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제시된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목표. 자료=환경부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제시된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목표. 자료=환경부

[이코리아] 정부가 최근 발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대해 환경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부문별・연도별 감축목표와 이행방안을 담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이번 계획안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산업 부문 감축목표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실제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산업 부문에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를 2억3070만톤CO2e로 정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1년 10월 발표된 2억2260만톤보다 810만톤 증가한 것이다. 2018년 대비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률 또한 14.5%에서 11.4%로 3.1%포인트 감소했다.

산업 부문 감축목표를 하향해 기업의 부담을 줄인 대신 전환 부문 감축목표가 상향됐다. 정부는 국내 전력공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오는 2030년 32.4%까지 상향하고, 재생에너지 비중도 21.6%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화석연료를 원전·재생에너지로 대체함으로서 전환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4990만톤에서 1억4590만톤으로 400만톤 감소했으며, 감축률은 44.4%에서 45.9%로 1.5%포인트 증가했다. 정부는 또한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과 국제감축사업 발굴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제거 목표량도 각각 기존 1030만톤에서 1120만톤, 3350만톤에서 3750만톤으로 상향했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다른 부문으로 옮긴 정부안에 대해 환경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지난 22일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첫 공청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부안은 여전히 탄소 예산에 입각한 감축 계획 수립을 포기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원천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며 “연도별 배출 목표 추이를 보면, 20년대 내내 온실가스를 펑펑 배출하다가 2030년에 이르러서야 1년 만에 1억톤 가량을 감축하겠다는 무책임한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안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9년까지 연간 평균 감축목표는 1740만톤인 반면, 2030년의 연간 감축목표는 9290만톤에 달한다. 

이들은 이어 “전체 부문 중 두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계의 감축 목표는 과거보다 더 줄어들었다. 사실상 다배출 기업들의 책임을 덜어주는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산업부문이 감축했어야 하는 온실가스는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과 국외감축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계획도, 시민들을 핵 위험과 핵폐기물 오염에 노출시키고 국제적 기후 부정의를 부추기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산업 부문 감축목표 하향은 환경계가 가장 크게 비판하고 있는 내용이다. 기후솔루션은 이날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총평에서 “산업부문 배출량은 국가 전체 배출량의 54%(2018년 기준, 간접배출량 포함)에 달하며, 기존 감축목표(14.5%)도 타 배출원 대비 낮은 감축률로 비판받았다”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비용 증가를 고려하면, 탈탄소화 지연은 국내 산업의 국제적 경쟁력 또한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후솔루션은 이어 “정부는 지난 8일 공청회가 22일 개최된다고 공고한 뒤, 기본계획은 공청회 전날인 21일에야 공개했다. 공청회 이전까지 산업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였을 뿐, 기후,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았다”며 이번 계획 수립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또한 이날 논평을 내고 “2030년까지 산업 부문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4.5% 감축하겠다는 기존 목표도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11.4%로 낮춘 것은 사실상 탄소 중립 포기 선언”이라고 정부안을 비판했다. 경실련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탄소 생산성이 높은 산업구조로 바꾸는 전환이 필수적이고 시급하다”며 “산업전환 대신 기존 중화학공업 생산 공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개발과 이를 위한 R&D 지원 등은 근본적인 해법도 아니며, 차선책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환경계는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기본계획을 철회하고 감축목표를 상향한 새로운 탄소중립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진정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를 해체하고 기본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며 “최일선 당사자 중심의 대응 기구를 꾸려 정의로운 기본계획을 재수립하라”고 요청했다. 환경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정부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재검토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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