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미국 상무부 공식 트위터 갈무리
출처=미국 상무부 공식 트위터 갈무리

[이코리아] 미국이 반도체법에 대한 세부안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게 되면 10년간 중국에서 5% 이상 증산은 불가하지만, 기술에 대한 부분은 당초 예상보다 허용 범위가 넓어졌다. 업계는 "최악은 면했다"는 반응이나 기술노출이나 미국의 경영개입 우려가 있는 보조금을 받는 것을 두고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21일(화) 21시45분(한국시간) 미국 상무부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지원법상 투자 인센티브를 수령하는 기업의 우려대상국 내 설비확장을 제한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의 세부규정 초안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가 지정한 우려대상국은 중국을 포함 북한, 러시아, 이란 등이다.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은 미 정부가 지난해 8월에 발표했으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시설투자 인센티브 390억달러를 포한한 재정지원 527억달러, 투자세액공제 25% 등을 규정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번에 공개한 가드레일 조항을 통해 미국 정부의 투자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 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5% 이상 증설하거나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 거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일정사양 이하인 레거시(구형) 반도체는 10년간 10%미만까지 증설할 수 있도록 기준을 뒀다. 구형 반도체 공정은 28나노미터(㎚) 이상 시스템 반도체, 128단 미만 낸드플래시, 18나노 초과 공정의 디램(DRAM)이 포함된다. 만약 기업이 설비확장 제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미 정부가 보조금 전액을 환수할 수 있다. 

또 미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면 우려대상기관과의 국가안보상 민감한 기술‧ 품목과 관련된 공동 연구 및 기술 라이센싱도 제한받는다. 화웨이, YMTC 등 중국 업체와 공동 연구개발은 막힐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생산량의 85% 이상이 중국 내수 시장에서 소비되는 기업은 10% 이상의 설비 투자가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도 뒀다. 하지만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상무부에 가드레일 규정 준수여부를 지속 보고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된 가드레일 세부 규정을 검토한 결과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산 설비의 유지 및 부분적 확장은 물론 기술 업그레이드도 계속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에 발표된 세부규정에서는 중국 등 우려대상국 내 생산설비의 기술‧공정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 기존 설비의 운영에 필요한 장비교체 등의 투자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과 SK의 경우엔 첨단 5% 설비 확장 제한 조항만 지키면 일단 10년간은 중국 공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 생산량의 40%를 생산하고,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 생산량의 각각 40%와 20%를 중국 우시와 다롄 공장에서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128단 낸드플래시,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1~3세대 D램을 제조는데, 미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에서 10년 간 '5% 이상' 투자를 진행할 수 없는 범위에 속하는 범위다. 

또 가드레일 조항의 생산 확장 제한은 첨단 반도체에 적용되는 기준으로, 확장의 개념은 반도체 생산에 투입되는 웨이퍼 양을 기준으로 한다. 낮은 기술 수준의 중국 내수용 반도체 사업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까진 허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업계는 미세공정으로 집적도를 높여가면 큰 제한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미 상무부는 이번에 발표한 가드레일 세부규정 초안에 대해 60일간의 의견 수렴을 거친 후 규정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또 6월 말에 39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제조 보조금 프로그램에 대한 신청을 받을 방침이다. 

가드레일 조항 외에도 초과이익 환수, 군사용 반도체 우선 공급 등 기술노출이나 미국의 경영개입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막판까지 우리 기업들이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업계와 계속 소통하면서 세부 규정의 내용을 상세히 분석할 계획이다. 분석결과를 토대로 60일간의 의견수렴 기간 동안 미국 측과 추가적인 협의를 진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오는 23일에 방한하는 미 반도체지원법 담당 주요 실무진과 재정 인센티브의 세부 지원계획(NOFO) 및 가드레일 세부규정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공개된 세부안에 대해 "최악은 면했다"는 반응이다. 당초 반도체법에 대한 윤곽이 나왔을 때는 중국 공장 내 기술 업그레이드, '질적인' 능력에 대한 규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였는데, 제한 대상이 '양적인' 생산능력 확대로만 규정됐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22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작년 10월 수출장비를 통제할 때 로직반도체 군의 핀셋공정이 16나노였던 것이 이번 세부안에서 28나노로 바뀌었다. 기술수준은 낮춘 대신 생산기준이 강화된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메모리반도체를 만들지만 이번 기준 강화로 인해 우리가 받을 영향은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10년간 5% 확장은 물리적으로 큰 증가량은 아니나 중국내 생산을 완전히 못하는 것보다는 나아진 것"이라며 "걱정했던 것보다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보조금 신청과 관련 김 연구원은 "하이닉스의 경우 당장 설비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서 여유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미국 보조금 신청 기업은 삼성전자만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불리한 조항이 있지만 딱히 제재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기업으로서는 고민이 많겠지만 결국 조금이라도 이윤이 남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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