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후쿠시마 핵사고 12년 탈핵행진 준비위원회가 9일 서울 세종대로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가자! 핵 없는 세상으로!”를 슬로건으로 집회와 탈핵행진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녹색연합
사진은 후쿠시마 핵사고 12년 탈핵행진 준비위원회가 9일 서울 세종대로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가자! 핵 없는 세상으로!”를 슬로건으로 집회와 탈핵행진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녹색연합

[이코리아] 오는 11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12년이 되는 날이다. 일본 정부가 올해 봄이나 여름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수를 인근 바다에 방류할 것이라는 방침을 확인하자 현지 주민과 어민들에게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어업인들은 오염수 방류에 따른 이미지 악화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반발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북쪽으로 55km 떨어진 신치마치에서 어업을 하는 일본 어부 오노 하루오 씨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쓰나미로 집과 모든 재산을 잃었고, 남동생도 잃었다. 그런 뒤 우리는 원자력 사고를 당했다"면서 "우리의 고통은 다른 사람들의 고통보다 두세 배 더 높다. 그들(정부)은 왜 아직도 우리를 힘들게 하나? 왜 도쿄나 오사카가 아닌 후쿠시마 바다에 물을 방류하는가?"라고 호소했다. 

토시히로 와다 후쿠시마 대학 환경 및 방사선 연구 부교수는 "(지역 내) 어획량이 얼마나 신중하게 확대됐고, 이제 막 과거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소문의 영향을 두려워하는 어부들에게 이 시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사카모토 마사노부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도 지난 1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오염수의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것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어업인과 국민에 대한 설명, 피해 대책 이외에 오염수의 안전성 담보 등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진지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2015년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에 오염수는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처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전달했고, 협동조합은 "시기가 언제가 돼도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며 반대 의견을 밝혀 왔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어업을 지원하고 방류로 인한 명성 손상을 해결하기 위해 800억 엔(약 7747억원)을 배정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오염수 저장탱크가 가득 차는 시기를 고려해 올해 봄이나 여름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에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쿄전력도 오염수 방류시설 공사가 올 봄 안에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방류 예정인 오염수는 주로 원전 사고의 여파로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데 사용되었다. 약 500개의 올림픽 크기의 수영장을 채우기에 충분하며 공장의 거대한 탱크에 저장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월 중순 기준 1000개가 넘는 저장탱크 전체 용량(137만㎥)의 약 97%인 133만㎥가 채워져 조만간 방류하지 않으면 곧 가득 차게 된다.

일본은 오염수를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ℓ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해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검사 기준이 처리수를 방출하는 다른 나라들보다 엄격해  처리된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물에서 분리하기 어려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의 흔적을 포함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출이 생물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AP통신은 "도쿄전력이 수백 마리의 가자미와 전복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일반 바닷물과 희석 처리된 물에 보관함으로써 사람들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해왔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넙치와 전복의 방사능 수치는 처리된 물에 있는 동안 상승했지만 일반 바닷물로 돌아간 지 며칠 만에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도쿄전력 이시자와 노보루 연구원은 "이는 삼중수소로 인한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데이터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물이 인간, 환경, 해양 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며, 30-40년의 폐로 과정을 통해 계속될 방류 전, 방류 중, 그리고 방류 후에 감시될 것이라고 말한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해안에서 3km(1.8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서는 방사능이 증가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먹이 사슬을 통해 삼중수소와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를 섭취하는 것으로 인한 건강 영향이 물에서 마시는 것보다 더 나쁠 수 있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도쿄 대학 방사선과 의사인 가쓰미 쇼즈가와는 발전소 근처의 출입금지 구역의 여러 곳의 지하수를 분석한 결과 삼중수소와 다른 방사성 원소가 지하수로 누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고방사능 물이 빠져나가 바다로 분산되면 추적이 불가능해져 일본뿐만 아니라 태평양 국가들에게도 우려가 된다"며 "다른 나라들에게 그것이 철저하게 처리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지속적이고 과학에 기반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번 후쿠시마 방류 프로젝트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본과 협력하고 있으며, 방류가 시작되기 전에 일본에 사절단을 파견하고 보고서를 발행할 예정이다.

한국, 중국, 북한과 러시아를 포함한 일본의 이웃 국가들과 태평양 도서 국가들은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거듭 우려와 확고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인근 태평양 섬나라들도 어업이 오염될 것을 우려해 파괴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물 방출을 연기할 것을 일본에 촉구하고 있다. 

17개 섬 국가들로 구성된 지역 블록인 태평양 섬 포럼(PIF)은 오염수의 방류가 섬 경제가 의존하고 세계 참치의 절반까지 공급되는 어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헨리 푸나 PIF 사무총장은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피지 수바에서 생중계된 공개 회의에서 "우리 지역은 모든 당사자가 안전함을 확인할 때까지 방류가 없다는 것을 확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손에 의해 또 다른 주요한 핵 오염 재앙으로 우리를 이끌거나 오도하는 행동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주변국 중 미국은 오염수 방류에 찬성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오염수로 인한 방사능 유출 및 인체·해양생태계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여러 번 냈다. 

국내에선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면 오염수에 함유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4~5년 뒤 제주해역에 유입되기 시작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지난달16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방재학회 학술발표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다만, 한국 해역의 배경농도(현재 상태에서의 기본 농도)의 100만분의 1에 못 미치는 저농도로는 방류 2년 뒤 해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환경단체와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저지 대응단 쪽에서는 "이번 시뮬레이션만으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며 옳지 않다"는 반응이다. 분석 모델에 입력된 일본 쪽 자료를 신뢰할 수 없는데다 방사성 물질의 생물학적 농축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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