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패키지 경쟁력 및 R&D 역량 ▲중장기 사업 전략 등을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패키지 경쟁력 및 R&D 역량 ▲중장기 사업 전략 등을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코리아] 삼성전자가 대만의 TSMC 출신 반도체 패키징 전문가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TSMC 출신 린준청 씨를 반도체(DS) 부문 어드밴스드패키징(AVP)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린 부사장은 AVP사업팀 AVP개발실을 담당하게 된다. 

1970년생인 린 부사장은 1999년부터 2017년까지 TSMC에서 근무한 반도체 패키징 전문가로, 미국 특허 출원만 45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에서 일하기 전에는 미국 마이크론에서 일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입사 전에는 대만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 스카이테크 최고경영자를 지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미주 반도체 총괄(DSA)에 패키징 솔루션 센터를 신설하고, 애플 출신의 김우평 센터장(부사장)을 선임하기도 했다. 

반도체 생산 공정은 크게 △설계와 개발 △전공정(집적회로 형성) △후공정(회로 절단 및 패키징) 등 3단계로 나뉜다. 설계와 개발은 미국 애플 같은 팹리스 기업이, 전공정은 파운드리 업체가 담당한다. 웨이퍼를 연마하고 잘라낸 집적회로를 수직으로 쌓아 완제품을 만드는 것이 후공정(패키징)이다.  

패키징은 삼성전자가 초미세공정의 한계 극복과 고성능 컴퓨팅, 네트워킹 등에 필요한 집적 단일 칩 체제(SoC)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분야 중 하나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반도체(DS) 부문도 해당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올해 AVP사업팀을 신설하고 고사양 패키지의 개발, 양산, 테스트, 출하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2.5D, 3D, FoWLP, FoPLP와 같은 첨단 패키징 제품들을 양산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지는 반도체를 전자기기에 맞는 형태로 제작하는 공정으로, 전기 신호가 흐르는 통로를 만들고 외형을 가공해 제품화하는 필수 단계이다.

AI, 5G, 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성능·저전력 특성을 갖춘 반도체 패키지 기술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여러 반도체 기업들이 미세공정 한계 돌파를 위해 첨단 패키징(칩을 전자기기에 부착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공정)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인텔, TSMC는 지난해 패키징 기술에 70억 달러(약 9조 2421억원) 이상을 투자해 세계 1·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15억달러(약 1조 9803억원)를 반도체 후공정에 투자했다. 전 세계 반도체 패키징 시장은 2027년까지 1147억 달러(약 151조 4384억원)로 연평균 5%성장이 예상되며, 이중 첨단 패키징은 연평균 25%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인재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누차 강조해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월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WLP(Wafer Level Package) 등 첨단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천안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직접 살펴봤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TSMC의 경우 대만 남부에 6번째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다. 또 지난해 일본 이바라키현에 반도체 제조공장(팹)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TSMC 연구개발(R&D) 거점 마련에 1억5800만달러 보조금을 지원한다.

인텔은 지난해 패키지 설비에만 47억5000만 달러(약 6조원)를 투자했다. 미국 뉴멕시코 후공정 공장에 35억 달러(약 4조 3000억원)를 투자, 패키지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반도체 경쟁력은 웨이퍼 두께를 줄이는 나노 기술력보다 반도체들을 효과적으로 묶어내는 패키징 기술력에 의해 판가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첨단 패키징 기술의 비중이 높아지며, IDM・파운드리 등 대기업과 부품・소재 업체의 시장 참여로 인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9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현재 반도체 회로선폭이 미세화되고 낸드플래시의 적층수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반도체 패키징은 반도체 칩을 하나의 기판에 집적하면서 성능을 올리는 것인데, 적층수가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회로보호 같은 부수적인 역할을 탈피해 패키징 기술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패키징 기술이 고도화되면 반도체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반도체 효율도 오르는 만큼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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