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전남여성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전남여성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세계 여성의 날 조직위원회가 정한 올해 여성의 날 주제는 “Embrace equity”(공정을 포용하라)이다. 위원회는 “편견과 고정관념, 차별이 없는 세상, 다양하고 공정하며 포용적인 세상, 다름이 존중되고 축하받는 성 평등한 세상을 상상해보라”며 “여성의 성취를 기념하고 차별에 대한 인식을 높이며 성 평등을 위해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세계 여성의 날은 지난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화재사고로 숨진 여성들을 추모하며 시위를 연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국제연합(UN)이 지난 1977년 이날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한 지 46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성 평등은 어디쯤 와있는지 여러 국제기구가 발표한 성 평등 관련 지수를 통해 알아봤다.

◇ 한국, 각종 성 평등 지수에서 하위권... 왜?

한국의 실질적 성 평등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하지만 여러 기관에서 발표하는 성 평등 관련 순위에서 한국이 비슷한 경제 수준의 국가에 비해 아래에 위치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 가장 최근에 발표된 성 평등 관련 지수인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꼴찌를 기록했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성별 고등교육 격차, 소득격차, 여성 노동 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비용 및 성별 육아휴직 현황 등의 지표를 종합해 유리천장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이코노미스트가 처음 유리천장지수를 발표한 지난 2013년부터 11년 연속으로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성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에서도 한국은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WEF는 ▲경제활동 참여 및 기회 ▲교육 ▲건강 및 생존 ▲정치적 권한 등을 종합해 각국의 성별 격차를 0~1 사이의 점수로 나타내고 있다. 성 격차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완전한 성평등을 의미하며, 0에 가까울수록 완전한 불평등을 의미한다. 

WEF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은 0.689점으로 조사 대상 146개국 중 99위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102위, 0.687점)에 비해 순위가 세 계단 상승한 것이지만, 여전히 비슷한 경제 수준의 서구권 국가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또한 동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분류된 20개 국가 중에서도 한국의 점수는 12위로 중위권에 불과하다. 일본·중국은 각각 102위, 116위로 한국보다 성 불평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필리핀(19위), 태국(79위), 인도네시아(92위) 등은 한국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양성평등 관련 사회제도지수(SIGI) 또한 한국의 성 평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OECD는 ▲가족 내 차별 ▲신체적 자유 ▲생산자원에 대한 접근성 ▲시민적 자유 등을 종합해 SIGI를 산출한 뒤, 점수에 따라 ▲매우 낮은 차별 ▲낮은 차별 ▲중간 수준의 차별 ▲높은 차별 ▲매우 높은 차별 국가의 다섯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2019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90개국 중 51위(낮은 차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물론 한국이 높은 순위를 기록한 성 평등 지수도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하는 ‘성 불평등 지수’(Gender Inequality Index)가 바로 그것이다. UNDP는 모성사망비(신생아 10만명당 사망한 산모의 수), 청소년 출산율(신생아 1000명 당 15~19세 산모의 수), 국회 내 여성 의원 비율, 여성 중 중등교육 이상 비율,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등을 종합해 0~1 사이의 숫자로 국가별 성 평등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성 격차 지수와 비슷하지만, 성 불평등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완전한 성 평등을 의미한다. 

가장 최근 발표된 2021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성 불평등 지수는 0.067로 조사대상 191개국 중 포르투갈과 함께 공동 15위를 기록했다. 한국과 비슷한 성적을 기록한 국가는 이탈리아(13위), 스페인(14위) 등이었으며, 일본(22위)과 중국(48위)도 다른 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 한국, 선진국 반열 올라도 여전 성별 격차

다양한 기관에서 서로 다른 방법론을 사용해 산출하는 성 평등 관련 지수를 통해 한국 여성의 실질적인 삶의 질이 어떤지 측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여러 지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한국의 문제는 남성과 여성 간의 격차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가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보인 성 불평등 지수는 성 격차뿐만 아니라 모성사망비와 청소년 출산율 등 의료인프라와 보수적인 성 문화의 영향이 큰 지표를 함께 반영해 지수를 산출한다. 한국의 경우 두 지표 모두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이 낮은 성적표를 받아든 다른 지수들은 남성과 여성 간의 ‘상대적인’ 격차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성 불평등 지수에서도 성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에서 한국의 순위는 높지 않다. UNDP는 건강, 교육, 복지 수준 등을 종합한 인간개발지수(HDI)도 발표하고 있는데, 여성의 인간개발지수를 남성의 것으로 나눈 값인 성 개발 지수((Gender Development Index)의 경우 한국은 2019년 0.936(1에 가까울수록 성 평등)을 기록했다. 이는 인간개발지수 최상위권인 62개 국가 중 5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한편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8일 성명을 내고 “한국이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는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동시장의 성별 임금 격차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OECD 국가 중 1위”라며 “여성 대표성은 OECD 국가에서 하위권이며, 형법상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은 여전히 폭행 또는 협박 등 가해자의 유형력 행사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이어 “우리 위원회는 지난 20여년 간 여성의 노동시장 내 차별 개선과 (성)폭력 철폐, 여성 정치 대표성 제고를 위해 국회와 정부에 각종 법제도 개선 권고를 하고 있지만, 현실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을 시정하고 개선하기 위한 역할을 다하며, 유엔 등 국제기구의 권고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어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