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지난해 6월 지방선거 후 거리에서 거둬들인 폐현수막, 출처-성남시청]
[사진-지난해 6월 지방선거 후 거리에서 거둬들인 폐현수막, 출처-성남시청]

[이코리아] 정당 현수막이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여론의 비판이 높은데다 환경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현수막은 자원 재활용도 쉽지 않아 남용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정당 현수막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 개정된 옥외광고물법과 시행령이 시행되면서부터다.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거쳐 지정된 곳에만 내걸 수 있던 것을 ‘정당활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허가나 신고 없이 15일간 자유롭게 걸 수 있도록 했다. 개수나 장소 제한 역시 없다. 민원이 빗발쳐도 게시 기간이 보름을 넘긴 현수막만 수거할 수 있다.

반면 소상공인들의 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 걸지 않으면 각 구청에서 즉시 철거할 뿐 아니라 과태료가 부과되기도 한다. 정당 현수막과 달리 가로등이나 가로수 사이, 보행자 보호 시설물 등에 건 현수막은 모두 ‘불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현수막의 경우 과태료는 1장 당 25만 원 선이다. 또 차량 통행이나 일반인의 보행을 현저히 방해한 경우에는 해당 과태료의 ‘2배’까지 중과한다.

공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2017년엔 제주시가 한국토지신탁이 주요 도로변에 불법 설치한 현수막 415장에 대해 3300만원의 과태료를 사전 통지하였고, 토지신탁은 20일간의 의견제출기한에 20% 감경된 2600만원의 과태료를 납부한 적이 있다. 

지자체들도 계속되는 민원에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울산, 창원 등 일부 지자체는 행정안전부에 시행령 개정을 정식 건의했으며, 서울시도 다음 주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현수막 설치를 구체화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 등으로 법적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현수막들은 어디로 갔을까? 현수막 폐기물 문제는 매년 선거 때마다 논란이 되어 왔다. 수거된 폐현수막은 지자체마다 다르게 처리한다. 쓰레기를 담는 마대로 활용하는가 하면 재활용 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아 그대로 소각되기도 한다. 대부분 플라스틱 합성수지 재질에 유성 잉크로 실사 출력하기 때문에 매립해도 썩지 않기 때문이다. 

폐현수막,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재활용하면 되니 마음껏 써도 괜찮을까?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탄소중립이다 환경 보호다 하면서 정작 정당활동에 대해서는 반대방향으로 법이 개정되는 것을 보면 답답한 심정이다.”라며 “소각장 만들기도 어렵고 플라스틱인 현수막을 매립할 수 없는 상황에 재활용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사실 현수막을 재활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현수막 발생량 9220t 가운데 33.5%인 3093t만 재활용 가능했다. 나머지 6127t은 선거에 나온 후보자 얼굴 때문에 장바구니나 에코백 등으로 재활용하기 쉽지 않아 소각되었다. 

[사진-폐현수막으로 제작된 제품들, 출처-터치포굿]
[사진-폐현수막으로 제작된 제품들, 출처-터치포굿]

김 이사장은 “한국과 달리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국에서는 거리 현수막이나 벽보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데 우리나라만 변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60~70년대의 정치 문화를 껴안고 있다”며 “불필요한 폐기물만 발생시키는 선거관련 홍보물이라던지 현수막을 금지하도록 관련 법안 개정을 위해 정부와 정당에 공문을 보내는 등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며 많은 시민들의 동참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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