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사일런트 랩 관련 모습. 사진=현대건설
 H 사일런트 랩 관련 모습. 사진=현대건설

[이코리아] 층간소음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시행했다. 공동주택 사업자가 아파트를 완공한 뒤 사용승인을 받기 전에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성능 검사를 하고 검사 기관에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도 사회 문제로 떠오른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신고는 2021년 4만4596건으로 2019년 2만6257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층간소음 신고가 2만1915건 접수됐다.

환경부는 현재 주간 43데시벨(dB), 야간 38dB인 직접충격소음 기준(1분 등가소음도)을 주간 39dB, 야간 34dB로 4dB씩 강화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소음저감매트를 설치·시공하는 비용을 지원하고 공동주택 단지 내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의무구성을 추진하는 등 층간소음 갈등 해소를 위한 다양한 개선책도 발표하고 있다.

공동주택 사업자는 아파트를 건설한 후 사용검사 승인 전에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평가하는 성능검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건설업계의 층간소음 관련 기술 연구 및 적용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현대건설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마북 기술연구단지에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을 건립하고 관련 기술 검증을 위한 첨단 장비와 전문 인력을 갖춰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고 2일 밝혔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 인정기관이 실시한 바닥충격음 성능등급 평가에서 경량‧중량충격음 모두 국내 건설사 최초로 1등급 인정서를 취득하며 기술 상용화 기반을 마련했다. 

경기 용인 마북 연구단지에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에 구축된 ‘H 사일런트 랩’은 지상 4층, 7세대 규모의 벽식 구조 및 PC 라멘조로 이뤄진 복합 연구센터로, 국내 최초 층간소음 1등급 인정 기술 상품화 및 평면·구조 등 종합 개발이 추진된다. 또 자재공법 중심 기술개발과 평면구조 고려한 층간 및 벽간소음 동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현대건설 측은 고밀도 특화 몰탈과 특수 소재를 활용한 고성능 완충재를 적용한 시공법을 활용해 '뜬 바닥 구조'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층간소음을 줄이고 있다. 전용 59㎡, 84㎡ 등 일반 평형 뿐만 아니라 소형(34㎡), 대형(112㎡) 아파트 내부에서도 다수의 현장 성능 검증을 통해 층간소음 저감 효과를 인정받았다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이에 국토교통부 지정 인정기관인 LH품질시험인정센터가 실시한 바닥충격음 성능등급 평가에서 경량 및 중량 충격음 양 부문 1등급 인정서를 취득했다. 층간소음 차단 성능 1등급을 받기 위해선 아래층에 전달되는 소음이 40dB(데시벨) 이하여야 한다. 바닥에 어떤 충격이 주어져도 일반 생활소음 이하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고중량 바닥 패널과 스프링을 활용한 층간소음 차단 신기술로 국가공인기관이 실시하는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 등급 평가에서 경량충격음은 물론 중량충격음 모두 1등급 성능을 공식 인정받았다. 고중량 바닥패널과 스프링을 활용해 사전 제작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형태로 시공하는 층간소음 저감 신기술을 개발했다. 산업현장의 고성능 장비 진동 제어 기술에서 착안한 것이 특징이다. 

포스코 건설은 2013년부터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자체 R&D센터에서 연구를 지속해 왔다. 또 공동주택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강건재 활용 강성보강 바닥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바닥 시스템은 콘크리트 기초 바닥과 고차음 완충재 위에 철재 환봉과 공진저항 모듈판을 덧댄 복합 구조를 얹고 전체를 고강도 몰탈로 마무리한 형태다.

또 인천시와 부산시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성능 시험 거친 결과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현재 국내 최고 등급인 중량 2등급, 경량 1등급을 인정받았다. 해당 시스템은 조만간 인정바닥구조 인증을 취득해 올 상반기면 실제 아파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GS건설의 경우 마감에서 바탕 층과 중간층, 마감 층 등 3번의 습식공정을 적용해 5중 바닥 구조를 실현, 층간소음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5중 바닥 구조는 콘크리트 슬래브 위 바닥마감두께를 140mm 수준으로 늘리고, 고탄성 완충재를 적용해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건설은 2021년 2월에 층간소음 제로화를 위해 석·박사급 전문인력 13명으로 이루어진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층간소음 저감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롯데케미칼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신소재를 활용한 완충재와 '벽체지지형 천장시스템' 등의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개발했다. 천장시스템의 경우 바닥 슬래브에 직접 고정되는 달대(상부 세대의 바닥 슬래브와 하부 세대의 천장을 연결하는 부재) 설치를 최소화해 상부 세대 진동의 전달 경로를 차단했으며, 벽체에 고정하는 방식을 채택해 층간 소음을 줄이는 원리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물산과 포스코 건설, 롯데건설 3사는 앞서 지난해 8월 '층간소음 저감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3사는 지금까지 개별로 축적해온 기술을 공유하고 공동 기술 협의체를 구성해 올해 말까지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경제성을 높인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민관이 함께 간담회도 가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16일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시범단지의 구체적인 추진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7개 건설사와 합동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방안의 후속 조치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의 조속한 정착을 위해 마련됐다. 

LH는 사후확인제 시범단지(양주 회천)와 관련한 정부 정책과 LH의 추진 내용을 공유하고, 민간기업은 층간소음 차단 기술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또 3월 중 ‘민간·공공 기술협력 MOU(가칭)’를 체결해 기술교류와 현장실증 및 공동연구 등 실질적인 과제 수행을 위한 협력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층간소음은 세대 내 바닥판(아래층 입장에선 천장, 윗집 입장에선 바닥)을 두껍게 만들면 차단 효과가 높아진다. 보와 기둥을 통해 하부 구조체로 분산 전달해 바닥충격음을 저감하는 방식의 라멘식 구조 같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라멘 구조를 쓰면 보 두께만큼 건축물의 전체 높이가 증가한다. 건물의 높이 제한이 있는 지역에서는 1개 층을 날리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바닥판이 두꺼워지면 건축비가 늘 테고, 또 효과 좋은 비싼 재료를 써도 건축비가 증가한다"면서 "국내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고 있다. 종전과 동일한 비용으로 월등한 효과를 내는 재료나 기술이 있다면 곧바로 적용되겠지만 아직은 요원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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