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1월 17일 CATL과 중국 전기차업체 니오가 중국 남동부 푸젠성 닝더시에서 5년간 포괄적 전략 협력 협정을 체결한 모습. 출처=CATL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은 지난 1월 17일 CATL과 중국 전기차업체 니오가 중국 남동부 푸젠성 닝더시에서 5년간 포괄적 전략 협력 협정을 체결한 모습. 출처=CATL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 기업인 중국의 CATL이 배터리 판매가를 대폭 낮춘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탄산리튬 원가를 시가의 절반만 반영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 전기차 전문 미디어 CnEVPost·로이터통신 등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CATL은 배터리 구매량의 80% 이상을 CATL 배터리로 사용하는 일부 고객사에 한해서 오는 3분기부터 3년간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현재 배터리급 탄산리튬 가격은 톤(t)당 약 47만위안 수준으로 CATL이 3년간 리튬가격을 20만위안/톤 기준으로 하는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또 CATL은 소재·부품 납품업체들에게 10%의 단가 인하를 통보했다고 알려졌다. 사용하는 배터리의 80% 이상을 CATL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인해 실제로 할인 혜택을 누릴 곳은 니오, 리오토 등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가장 비싼 부품이다. 지난해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37%를 차지했던 CATL이 가격 인하에 나설 경우 자동차 업체들의 비용 압박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가격은 10년 이상 하락하다가 2022년에 상승 전환했다.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톤당 59만7500위안(약 1억1261만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t당 42만5000위안으로 최고치보다 30% 가까이 떨어졌다.

중국은 올해 초 지난 10여 년간 지속된 전기차 구매에 대한 국가 보조금 지급을 종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슬라를 비롯한 자동차 업체들이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에서 수요를 촉진하고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차량 가격 할인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지난 1월 자사의 모델3와 모델Y 자동차 가격을 최대 14% 인하했고, 세레스와 샤오펑도 일부 전기차 모델의 가격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모두 포함한 범주인 신에너지차 판매는 2022년 90% 성장했지만 올해 1월에는 6.3% 감소했다.

로이터통신은 "CATL은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는 중국의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판매를 대가로 가격을 낮추고 더 낮은 이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CATL의 전기차 배터리 제품의 2022년 상반기 총이익률은 15%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 낮았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전기 배터리 출하량 기준으로 CATL의 시장 점유율은 37%로 세계 1위를 차지했으나 중국 내에서 CATL 점유율은 50%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CATL의 이번 결정이 중국 안팎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CATL은 중국 내에선 간펑리튬·쯔진광업·궈쉬안 하이테크 등에 바짝 쫓기고 있으며, 세계 각국이 리튬 생산을 국유화하는 등 경계수위를 높이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편, CATL의 중국 내 배터리 가격 인하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판가 및 마진 축소로 이어질 우려도 있지만 국내 2차전지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CATL은 중국 내 5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자체 브랜드에 공급하는 BYD를 제외하면 실질 점유율은 더 높다. CATL의 가격 정책은 중국 내수에서 중국 배터리를 써야 하는 로컬 업체들에게 락인효과를 강화하는 것이고 국내기업들은 해외 매출비중이 더 크기에 연쇄효과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CATL의 리튬 가격 고정 제안으로 리튬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에 국내 기업들의 판가에는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사는 보도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CATL발 배터리 단가 인하가 글로벌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위 보도가 정치적인 이슈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CATL은 최근 미국의 자동차회사 포드와 미국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으나 당국으로부터 기술 전수에 대한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이에 이를 만회하기 위한 이벤트라는 분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어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에게만 할인을 제공한다는 것이 더욱 그렇다. CATL은 상대적으로 저가에 리튬을 대량으로 확보해왔다. 따라서 위 보도는 CATL 의 기존의 중장기 고객 확보 전략 중 하나가 노출(?)된 정도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데, CATL의 배터리 가격 인하를 시작으로 전반적인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전기차에 있어 가격동등성이 보급에 있어 이슈인데, (배터리가격 인하로) 결과적으로 각국 정부의 보조금 일몰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고 전기차 보급이 더 빨라지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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