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국민소통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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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정책제안플랫폼 온국민소통 혁신제안톡에 정부의 체계화된 폐의약품 수거 정책이 필요하다는 청원이 14일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재 많은 사람들이 폐의약품을 일반쓰레기와 함께 배출하거나 싱크대, 변기, 하수관에 버리고 있어 잘못 처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폐의약품이 땅에 매립되거나 하수구로 버려질 경우 약의 성분으로 인해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고, 항생제 성분에 노출된 미생물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변해 확산될 수 있어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국민들이 종류별로 올바르게 폐의약품을 배출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홍보해 약의 화학성분으로 토양과 수질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올바른 방법으로 폐의약품을 배출할 수 있고, 환경오염 방지와 국민 건강 여건 조성의 효과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다.

폐의약품 수거 체계는 2009년 환경부, 보건복지부, 대한약사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7개 기관, 단체가 체결한 체결된 자율적 민관협약에 따라 시작되었다. 환경부는 2009년 4월 1일부터 “가정내 의약품의 올바른 사용과 폐의약품 회수․처리 시범사업”을 추진해 약국을 통해 폐의약품을 수집하고 소각하는 체계를 갖추었다. 이후 2017년 환경부는 폐의약품을 생활계 유해폐기물로 규정해 일반 생활폐기물과 폐의약품을 분리하도록 제도화했다. 하지만 폐의약품의 관리 주체와 비용 부담에 대한 법적 책임은 명확히 제시되어 있지 않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달 26일 발간한 정책보고서 '제약바이오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대응'에 따르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산업계의 과제로 꼽은 시급한 과제를 조사한 결과 ‘폐의약품 등 폐기물 처리’가 전체 응답자의 54%로 압도적이었다. 

현재 폐의약품의 수거와 처리는 각 지자체에서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폐의약품 수거정책이 부재해 관련 조례가 아예 마련되지 않은 지자체도 있는데다가 각 지자체마다 처리 방법도 제각각인 상태이다. 또 시민들에게 폐의약품 수거 지침이 충분히 홍보되지 못해 일반쓰레기를 통해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각 약국에 모인 폐의약품이 제때 수거되지 않아 일선 약국에 쌓여 불편을 초래하기도 해 영향력 있는 통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2021년 10월 동아제약, 용마로지스와 함께 약국의 폐의약품 수거를 위한 ‘건강하고 안전한 동행’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해 폐의약품 발생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폐의약품 수거 및 처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달부터 우체통을 통해 폐의약품을 수거하는 사업을 세종시에서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우편봉투 하나만 있으면 보건소나 주민센터, 약국에 방문하는 대신 집 근처 우체통에 폐의약품을 반납할 수 있다. 대신 물약 대신 알약만 반납 가능하다. 약국에 반납된 폐의약품도 우체국 집배원이 회수하게 된다. 우정사업본부는 폐의약품 회수 우편 서비스를 세종에서 시범 운영한 뒤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픽사베이
= 픽사베이

해외에서는 폐의약품 수거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한국임상약학회지에서 2019년 내놓은 ‘국내외 제도 비교를 통한 폐의약품 관리 개선 방안 논문’을 참고해 알아봤다.

미국은 법무부 산하 기관인 마약단속국과 민간 비영리 단체인 PSI에서 폐의약품 관리를 주관한다. 국가 단위로는 마약단속국에서 연 2회 폐의약품 수거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각 주별로 우편을 통해 폐의약품을 회수하는 등 국가 단위와 주 단위로 관리 체계를 병행한다. 이렇게 수거한 약물은 마약단속국에서 최종적으로 소각처리한다. 

프랑스에서는 비영리단체 ‘CYCLAMED’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폐의약품을 관리한다. 약국이 폐의약품 회수를 맡으며, 도매업체가 수거된 폐의약품을 운반 후 보관하여 소각처리한다.

호주는 국가 비영리회사인 ‘RUM’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처방약, 일반약, 건강기능식품, 크림, 젤 등을 약국에서 회수에 도매업체가 수집, 보관하고 소각업체에서 소각 처리한다.

논문은 국가별 폐의약품 회수 처리 체계를 분석한 결과 국외의 폐의약품 처리는 수집과 보관, 소각에 관여하는 기관이 최소화 되어 있는 반면 국내의 폐의약품 처리는 각 과정을 다른 기관에서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비용 부담 역시 국외는 제약회사와 중앙 정부가 공동 분담하거나 단독 분담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약사회, 제약회사, 도매업체, 지자체 등 여러 소관 기관으로 비용 분담이 분산되어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폐의약품 회수사업 참여에 대한 적절한 보상 및 책임 부여가 결여된 것 또한 문제점으로 꼽았다. 약사들이 약에 대한 전문 지식을 통해 회수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보상책이 결여된 상태라는 것이다.

논문은 국내 폐의약품 관리 체계의 개선 방안으로 다섯 가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단일화된 관리 주체가 지정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회수 및 처리 체계의 다양성 확보 △지속가능한 관리 체계 수행을 위한 적정한 강제성 수반 △생산 및 공급자로서 제약사의 역할 정립 △폐의약품 관리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와 지속적인 홍보 다섯 가지다.

※참고자료

Kim, H.-J., Choi, Y.-J., & Lee, I.-H. (2019, December 31). Improvement of Waste Drug Management System by Comparing Domestic and Overseas Programs. Korean Journal of Clinical Pharmacy. The Korean College of Clinical Pharmacy. https://doi.org/10.24304/kjcp.2019.29.4.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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