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3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 참석에 앞서 수어로 축하메시지를 연습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3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 참석에 앞서 수어로 축하메시지를 연습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코리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 이후 여야 간 정쟁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판결문에 언급된 김건희 여사 관련 내용에 대해 언론의 관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는 지난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권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주가조작 선수’,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 2021년 재판에 넘겨졌다.

언론의 관심을 모은 것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공모 여부다. 야당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의혹이 있다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통령실과 여당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에 계좌를 맡기고 거래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봤다며 공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 도이치모터스 1심 판결문 공개 후 '김건희' 관련 기사 급증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김건희’ 여사를 검색한 결과,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총 1139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지난 13일 가장 많은 272건의 기사가 보도됐으며 이후 기사량이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김 여사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민주당’이었으며, 그 뒤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정의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의 순이었다. 

주목할 키워드는 ‘판결문’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가조작)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최은순·김건희 명의 계좌 정도”라고 밝혔다. 주가조작 세력에게 계좌를 빌려준 90여 명 중 1·2단계 세력에게 모두 계좌를 빌려준 것은 김 여사와 최 씨 두 명뿐이라는 것.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사실만으로 공모 여부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김 여사 관련 내용을 언급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언론은 1심 판결 자체보다 김 여사 관련 내용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김 여사 관련 기사량이 폭증한 시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이 공개된 지난 13일이다. 

‘쌍특검’과 ‘대장동’도 연관키워드 목록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대장동 의혹과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양대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특권 정권의 선택적 법치주의와 이중잣대를 끝낼 유일한 수단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특검”이라며 “특검을 통해 수년간 이어지는 소모적 논쟁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16일 보도된 김건희 여사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0~16일 보도된 김건희 여사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언론, "대통령실 대응, 검찰 수사 영향 우려"

한편, 언론은 도이치모터스 1심 판결 이후 김 여사 공모 의혹과 관련해 서로 다른 논조를 보이고 있다. 

일부 매체는 1심 판결을 계기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일보는 15일 사설에서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해명이 맞는 것인지, 민주당의 의혹 제기가 맞는 것인지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검찰이 김 여사를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다.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공방만 벌써 3년째”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집요하게 김 여사만 공격하는 민주당의 행태도 문제지만, 김 여사만 유독 조사하지 않는 검찰의 행태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라며 “국력을 낭비하는 소모적 논쟁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결론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의 대응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겨레는 14일 사설에서 “지난 10일 판결이 나온 뒤 닷새 동안 대통령실은 세 차례나 같은 취지의 입장문을 배포했다”며 “김 여사의 연루 가능성이 의심되는 판결문 내용이 공개된 뒤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요구받고 있는 시점에 이런 식의 입장문을 반복해 내는 것은 자칫 대통령실의 공개적인 수사지휘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남편인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함께 일한 후배들이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핵심 요직에 두루 배치돼 있는 상황에서 김 여사의 결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검찰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수사지휘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대통령실이 ‘수사 관여’로 지탄을 받는 것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을 공식화한 ‘김건희 특검’에 명분과 탄력을 더해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매체는 야당의 대장동·김건희 쌍특검 요구를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신문은 지난 13일 사설에서 “김건희 특검이야말로 끝까지 억지다. 전 정권에서 먼지를 털다시피 했다”며 “특검이 꾸려지면 국회는 기약 없는 개점휴업에 들어가야 한다. 민주당 뜻대로 단 하루 공백도 없이 방탄 국회가 열리고 민생 법안들은 먼지만 뒤집어쓸 일이 남았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15일에도 다시 사설을 내고 “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동원된 계좌 중 3개는 김건희 여사 명의라고 인정했다지만 이를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간여한 증거로 볼 근거는 없다. 특검을 주장할 명분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니 특검을 하자는 건 다수당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고 야당 주장을 비판했다.

◇ 언론, "여야, 무책임하게 민생 제치고 정쟁 골몰"

한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판결로 인해 여야 갈등이 더욱 격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매체도 있었다. 한국일보는 15일 사설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14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 대해 “민주당을 30여 차례, 문 전 대통령을 14차례, 이 대표를 4차례 언급할 만큼 연설의 상당 부분을 전 정권과 야당 공격에 할애했다”며 “문제의 근원을 전 정권 탓으로 돌리려는 모습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서도 “1분에 한 번꼴로 윤석열 대통령을 거론하며 정권을 비판했다. ‘권력남용의 끝판왕’ ‘검사들의 대장’ ‘공포정치’ 같은 거친 표현이 총동원됐다”며 “민생을 언급한 횟수보다 김건희 여사를 입에 올린 경우가 많았을 정도다. ‘조국 사태’를 비롯한 일말의 반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야당 협조를 끌어내지 못하는 여당의 척박한 정치력, ‘이재명 방탄’ 블랙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야당 모두 국민이 보기엔 절망적 존재”라며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서민의 고통 앞에 양당은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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