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오는 2035년부터 유럽연합(EU)에서는 내연기관 신차를 판매할 수 없다. 유럽의회가 14일(현지시간) 2035년부터 유럽연합(EU)에서 휘발유와 디젤차 등 내연기관 승용차·승합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유럽의회는 지난해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목표로 EU 회원국들이 승인한 탄소 배출 규제 합의를 담은 법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35년까지는 판매되는 신차의 탄소 배출량을 100% 줄여야 한다. 사실상 유럽의 27개국 블록에서 2035년부터 새로운 화석연료 차량을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 법은 2030년부터 판매되는 승용차에 대한 탄소 배출량을 2021년 수준 대비 55%로 책정했다. 기존 목표인 37.5%보다 훨씬 높게 설정됐다. 

2030년 1월부터 신형 트럭의 배출가스는 2019년 수준 대비 최소 45% 감축해야 한다. 그런 다음 2035년 1월부터 65%, 2040년 1월부터 90%까지 배출량을 감소해야 한다.

시내버스도 2030년부터 배출가스가 없어야 하지만 전기모터, 수소엔진, 수소연료전지 등을 들어 제조사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체 기술을 선택할 수 있다고 EU 집행위 측은 밝혔다.

자동차는 현재 EU의 모든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한다. 트럭, 시내버스, 장거리 버스는 6퍼센트를 차지한다.

유럽의회의 규칙 협상 대표인 얀 휘테마는 "전기차의 운영비는 이미 내연기관 차량의 운영비보다 낮다"며 "소비자들에게 더 저렴한 전기차를 가져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안의 지지자들은 이 법안이 유럽 자동차 회사들에게 전기 자동차로 생산을 전환할 수 있는 명확한 기간을 제공하고 중국과 미국의 경쟁에 대항하기 위한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다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로인 '기후 중립' 경제가 되겠다는 유럽연합의 야심찬 계획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프란스 티머만스 EU 부총재는 "지난해부터 올해 말 사이 중국이 80개 모델의 전기차를 국제시장에 내놓을 것임을 상기해야 한다"며 "이들 전기차들은 점점 더 저렴해질 것이고, 우리는 그것과 경쟁해야 한다. 우리는 이 필수적인 산업을 외부인들에게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으로 유럽 내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도우파인 유럽인민당(EPP)의 젠스 기제케 의원은 "독일에서만 60만 명이 내연기관차 생산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러한 일자리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EU의 이번 자동차 탄소 규제 관련법은 2021년 7월 처음 제안되었을 때 일부 산업과 국가들의 저항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최종 협상안에는 연간 1만대 미만의 차량을 생산하는 소규모 완성차 업체들이 2036년까지 약한 목표치를 협상할 수 있다는 등 일부 유연성이 포함돼 있다.

EU는 지난해 10월 국회의원들과 이 협정에 동의했다. 최종 승인은 오는 3월에 있을 예정이다.

한편, 이번 탄소배출 규제법 통과로 세계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로의 전환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조사기관 EV 볼륨스닷컴에 지난해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판매량은 55% 증가하면서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약 13%인 1000여만대로 집계됐다. 

유럽의 많은 자동차 회사들도 최근 전동화 전략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2033년부터 유럽에서만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30년 17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187만대, 점유율 7%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이미 유럽에선 차량 탄소배출 관련 1그램당 95유로의 벌금을 매기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벌금은 올라갈 것이다. 전기차는 탄소제로를 인정해준다. 그러니 내연기관차는 판매율이 높아도 벌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시장인 유럽에서는 작년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의 비중이 20%를 넘어선 상황이다. 향후 하이브리드도 사실상 판매금지가 되는 만큼 그간 전동화에 뒤쳐졌던 일본 업체들도 전동화에 박차를 가할 수 밖에 없다"면서 "2035년이란 기한이 오랜 기간이 아닌만큼 누가 빨리 따라가느냐의 이슈만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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