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새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던 카카오 주가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올렸지만, 에스엠 인수전이 미궁으로 빠지며 주가가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 주가는 15일 6만36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2일 5만2700원(종가 기준) 새해를 시작한 카카오는 전반적인 증시 상승세에 힘입어 이달 9일 7만900원까지 급등했다. 연초 대비 34.5%(1만8200원)이나 올랐던 카카오 주가는 지난 10일부터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해 불과 4거래일 만에 10.3%(7300원)나 주저앉았다.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10일은 카카오의 지난해 4분기 실적과 하이브의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 지분 인수 소식이 동시에 발표된 날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조7745억원(전년 동기 대비 △0.6%), 영업이익 1006억원(△5.6%)를 기록했다. 플랫폼 및 컨텐츠 매출이 모두 기대 이하였지만 인건비, 마케팅비 등이 줄면서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을 상회했다.

비록 부진했지만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넘어섰음에도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에스엠 인수전의 불확실성이 증대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 7일 에스엠 지분 9.05%를 3자배정 증자(주당 9만1000원) 및 전환사채 투자(주당 9만2300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불과 3일 뒤,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이 보유한 에스엠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에 취득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이 전 총괄은 지난 8일 에스엠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해달라며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의 승리가 당연시됐던 에스엠 인수전은 미궁에 빠지게 됐다. 만약 법원이 이 전 총괄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더라도 카카오가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하이브에 비해 많지 않다. 카카오가 확보한 9.05%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우호지분을 합칠 경우 약 29%의 의결권을 가지게 된다. 하이브는 다음 달 1일까지 에스엠 주식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이 전 총괄의 잔여지분까지 더하면 의결권은 약 43%로 카카오를 넘어선다. 카카오도 공개매수에 나서 맞불을 놓을 수 있지만, 공개매수가를 하이브가 제시한 12만원 이상으로 설정해야 하는 만큼 추가 비용 부담을 피할 수 없다. 

카카오는 에스엠 지분을 취득하면서 전략적 제휴를 통해 플랫폼, 지적재산권, 글로벌 음원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일각에서는 IPO(기업공개)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만큼, 에스엠과 카카오엔터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실제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와 싱가포르 투자사 피랩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조2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스엠 인수전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카카오의 계획은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하이브가 에스엠 최대주주 등극 시 카카오는 2대주주로서 에스엠과의 사업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 카카오엔터와 피코마의 웹툰(거래액) 연간 성장률이 2021년 51%에서 2022년 4분기 3%로 크게 둔화된 상황이기에, 카카오엔터 성장동력의 둔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의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는 낙관론도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3일 카카오 목표주가를 기존 7만8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상향했다. 안 연구원은 “상반기 중 오픈채팅 탭 분리에 따른 광고 슬롯 확장, 친구탭 광고 확장, 프로필 영역 개편 등 광고 영역 확대에 따른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며 “모빌리티는 택시비 및 콜비 인상에 따른 수혜, 게임은 에버소울의 흥행에 이어 아키에이지워, 아레스의 신작 출시. 경성크리처와 최악의 악을 준비하고 있는 미디어 사업의 꾸준한 성장이 2023년에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 또한 “카카오 근원적인 플랫폼 경쟁력 상승을 위한 프로필 서비스 확대, 친구탭 개편, 숏폼 콘텐츠 및 오픈채팅 확대로 사용자들의 이용시간 및 플랫폼 충성도가 증가한다면, 2023년부터 직접적으로는 광고, 커머스 매출 상승을 통한 실적개선이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핀테크, 모빌리티 등 카카오 플랫폼에 기반한 자회사들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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