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포드 모터 컴퍼니 트위터 계정 갈무리 
출처=포드 모터 컴퍼니 트위터 계정 갈무리 

[이코리아] 미·중 갈등 속에서도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가 전기차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의 CATL과 손을 잡았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견제에도 중국 배터리 업체가 우회적으로 북미 시장에 발판을 마련한 것인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통한 중국 배제 기류에 변화가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포드가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과 합작회사를 설립한 다음 미시간주 마셜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CNBC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드 측은 투자액 35억달러(약 4조5000억원)을 전액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포드가 공장 지분 100%를 갖고 CATL은 배터리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공장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CATL이 자본을 투입하지 않은 것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우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기차 구매에 대해 최대 7500달러(약 963만원)의 소비자 세금 공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국 자동차 산업의 배터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국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포함한 4300억달러(약 552조1200억원)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했다.

IRA는 배터리 핵심 부품의 일정 비율 이상(2023년 50%에서 2029년까지 100%) 북미에서 생산 조립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해외 우려 집단에서 공급한 부품이 포함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포드의 전기차 배터리 파트너는 한국의 SK온이었다. 양측은 합작회사를 설립해 지난해부터 켄터키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CATL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는 업체로,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드의 미시간 배터리공장은 중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시간 공장에서는 연 40만대 분량의 배터리가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LFP 배터리는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되는 니켈코발트 배터리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생산비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에 공장이 가동되면 우리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가장 저렴한 배터리 중 하나를 납품하게 될 것이다. 그건 좋은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포드는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올해부터 LFP배터리를 머스탱 마하 일부 모델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내년부터는 F-150 픽업트럭에도 장착할 예정이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주행거리와 출력이 우수한 NCM 양극재는 현재 전기차용 이차전지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다만 리튬이온 전지는 화재에 취약하고, 광물 공급에 어려움이 있다고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미 리튬이온 전지 외에 다양한 배터리들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 2021년 4월 컨퍼런스 콜을 통해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양산한 후 2027년 양산 준비, 2030년 경 본격 양산에 매진하겠다”라며 개발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의 토요타자동차도 수년 전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힘써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르면 2027년 리튬황 배터리를 상용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튬황 배터리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제품으로 꼽힌다.

이번 합작 사례에 대한 보조금 지급 여부는 미국 정부가 다음 달 발표할 IRA 세부규정을 통해 가려지겠지만, 포드 전기차를 배제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배터리 수요는 계속 늘고 있어 이 같은 미중 기업 간 합작 형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전기차 시장을 놓고 중국 업체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아직 국제표준이란 게 없는 초기시장이라 비즈니스 모델의 다양화가 일어나는 상황"이라며 "수요자인 완성차업체들이 현 시점에서 배터리는 외주를 해야 되는 상황인 만큼 포드의 경우도 다양한 기술을 놓고 제휴를 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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