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한 현금성 금융자산 및 대출 외에 임대주택을 매도해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경우. 자료=국토연구원
보유한 현금성 금융자산 및 대출 외에 임대주택을 매도해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경우. 자료=국토연구원

[이코리아] 집값 하락기를 맞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된 주택 73만 가구 중 28%는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세 보증금 미반환 위험 주택 비율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전세 레버리지(갭투자) 리스크 추정과 정책 대응 방안’ 보고서를 13일 발표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보유자산을 처분하거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고려 추가 대출, 임대주택 처분을 통해서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가구는 5000가구로 나타났다. 

집값이 15% 떨어질 경우 1만 가구는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 27% 하락 시엔 이런 가구가 최대 1만3000 가구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2017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국토교통부에 제출된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 계획서'를 분석했다. 이를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와 비교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여력을 조사했다.

국토연에 따르면 거시적으로 전세 레버리지 매입(갭투자)의 증가는 법원 경매 증가와 관계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21년부터 법원 경매에 대한 전세 레버리지 매입의 기여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연은 보증금 미반환 위험 주택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내년 상반기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주택 매매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갭투자 주택 중 40%에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나타났다고 예측했다. 단 이는 전세가격 하락에 대한 보증금 반환 요구를 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또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으로 전세 계약을 유지할 경우, 미반환 위험은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갱신요구권을 100% 사용한다면,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2년 뒤로 이연되기 때문에 미반환 위험 주택 비율은 1% 수준으로 줄었다.

연구를 진행한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가 있는 조정대상지역만을 기준으로 한 수치여서 실제로는 더 많은 갭투자 주택이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노출돼 있을 것"이라며 "비소구대출 제도, 책임분담형 대출제도 등 차주-금융기관의 책임분담 제도 도입을 통해 금융부문에서도 전세 레버리지 리스크 감소 노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연은 임대인의 전세비 미반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증금 예치제도의 도입 및 소유자가 신탁기관에 임대주택을 등록하면 신탁기관이 계약·운용을 수행하고 소유자는 신탁기관으로부터 운용수익 및 임대기간에 비례한 세제혜택을 받는 방식의 임대차 신탁제도 등을 제안했다. 

실제 집값 하락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역전세난으로 집주인 대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갚는 전세보증금 규모도 폭증하고 있다. 

이날 HUG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7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해 1692억원으로 집계됐다. 반환 건수는 769건이다. 지난해 1월의 523억원에 비해 1년 새 3배 넘게 급증했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 HUG가 대신 갚고 집주인에게 청구한다. 

대위변제금 증가 영향으로 HUG는 지난해 1000억원 규모 당기순손실을 냈다.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특히 지난해 HUG가 대신 돌려준 전세보증금은 9241억원인데, 임대인에게 회수한 금액은 2490억원에 그쳐 7000억원의 손실이 났다.

정부가 오는 5월부터는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넘는 주택은 보증보험 가입을 차단하기로 했지만, 앞으로도 '깡통주택'이 속출하면서 HUG의 올 한 해 대위변제액은 2조 원 안팎까지 치솟을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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