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좌측부터) 정원철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가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좌측부터) 정원철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가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코리아] 일본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확대를 위해 총 2조엔(약 19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동안 첨단 반도체 중심 집중 지원에서 더 나아가 전기차 등 첨단이 아닌 범용반도체의 생산설비까지 전폭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전기자동차(EV)용 등 반도체 안정 확보를 위해 이 같은 새로운 지원책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 투자한 국내외 기업은 모두 지원 대상이다. 일본 국내에서 10년 이상 계속해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조건으로, 생산 설비 투자에 드는 비용의 최대 3분의1을 일본 정부가 보조한다. 만약 반도체 공급난이 발생하면 일본 내에 제품을 우선 공급해야 한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미 지원을 결정한 라피더스가 양산을 목표로 하는 첨단 반도체뿐만 아니라 범용품을 포함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서두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추경예산에서 확보한 1조3000억엔(약 12조4866억원) 가운데 3686억엔(약 3조5425억원)을 '특별중요상품'으로 지정한 범용반도체 지원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일본은 2021회계연도 추경예산에서도 7740억엔(약 7조4355억원)을 할당해 대만의 TSMC를 구마모토 현에 유치하는 지원 등에 사용했다.

지원 규모는 EV 등에 탑재하는 전력반도체, 아날로그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등에 최대 1/3까지 지원하고, 반도체 원재료 생산 등에는 최대 절반까지 보조금을 지급한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8월 토요타와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NTT,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내 8개사가 힘을 합쳐 만든 신생 반도체 회사다. 일본 기업들이 70억엔(약 666억원)을 출자했고, 여기에 일본 정부가 700억엔(약 6723억원)투자를 결정했다. 라피더스는 2나노급 차세대 반도체를 2027년까지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라피더스는 앞서 미국 IBM과 일본 차세대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2027년까지 회로선폭 2나노 공정을 개발해 반도체 칩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일본에서 가장 앞선 반도체 공장은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가 소유한 40나노미터 공장이다.

라피더스가 생산을 공언한 2나노는 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 등의 '두뇌'를 맡는 최첨단 반도체다. 현재 인텔이 2024년, 삼성전자와 TSMC가 2025년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은 자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5년 동안 반도체 산업에 527억달러(약 66조2122억원)의 보조금을 투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만의 TSMC는 이미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중국도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약 96조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은 막대한 보조금 지급을 통해 TSMC가 애리조나에 추가 투자하는 등 성과를 냈고, 중국도 지방정부까지 포함해 대규모 보조금 지급에 나섰다"면서 "글로벌 관점에서 자본 투자가 과도하다는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이번 보조금 결정을 포함해 약 2조엔 가량을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투입한다"며 "(보조금 지급이) 공급망 강화와 안정 조달로 이어졌는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높아졌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라고 전했다.

반도체, 특히 파운드리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경쟁 기업들은 앞 다퉈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5나노가 주력인 삼성전자와 TSMC와 달리 7나노를 주력으로 해 온 인텔도 지난해 "2023년 하반기에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 업계 1위인 TSMC도 지난 연말 3나노 반도체 양산 기념식을 개최했다.

업계는 인텔과 라피더스의 파운드리 분야 진출로 파운드리 경쟁이 더욱 심화되면서 2025년~2027년 사이 세계 반도체 산업의 분업구조가 재편될 것이라고 봤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말 내놓은 '미래전략산업브리프'에서 "세계 파운드리 시장 경쟁구도는 2025년엔 한국-대만-미국, 2027년 후에는 한국-대만-미국-일본 구도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8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통상 파운드리 공장의 라인을 하나 구축하는 데 드는 자본이 200억달러(약 10조원) 수준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19조원은 절대적으로 큰 수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도 2030년까지 자국 내 반도체 생산량을 20%대로 끌어올린다고 공표했다. 또 미국도 TSMC를 끌어들이며 파운드리를 강조하고 있다"면서 "일본 키옥시아가 여전히 반도체 시장 3,4위를 차지하고 있고 라피더스가 파운드리 전문기업으로 출범해 일본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부분은 분명 우리가 신경을 써서 봐야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전문연구원은 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에서 단기에 TSMC를 누르고 1위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3나노 등 차세대 공정에서 앞선 만큼 앞으로의 시장에 대해서 긍정적인 기대를 할 수 있다"면서 "국내 순수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두 곳이 아직은 아날로그 제품 위주로 생산하고 있는데, 이 기업들이 아날로그를 뒷받침해주면서 첨단공정 전환 과정을 거친다면 국내 파운드리 산업도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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