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장으로 진출한 한국기업. 자료=한국은행
인도 시장으로 진출한 한국기업. 자료=한국은행

[이코리아] 최근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중국에서 인도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미·중 대결이 격화되면서 인도 시장의 잠재력이 재평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먼저 LG전자는 최근 인도 푸네 공장에 양문형 냉장고 생산 라인을 증설했다. 최근 양문형 시장이 커지자, 300억원 가량을 투자해 연간 10만 대 규모의 생산 라인을 더 늘린 것이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지난해 이미 1분기까지 가전 부문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확인했다. 또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5800억원 수준으로, 코로나 직전인 2019년 3분기 누적 매출(2조1675억원)을 회복하고 성장세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갤럭시S23 시리즈를 앞세워 인도 시장 1위를 목표로 세웠다. 노태문 삼성전자 MX 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린 갤럭시언팩 기자간담회에서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이 1위에 오르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인도는 미국을 꺾고 전 세계 2위 규모의 스마트폰 시장으로 성장한 만큼 글로벌 제조사들이 주목하는 곳이다. 중국의 샤오미는 지난해 3분기(21%) 기준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은 간발의 차(19%)로 2위였다.

앞서 현대차도 지난 2021년 인도에서 400억루피(약 62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2028년까지 전기차 6종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인도에서 80만7067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인도에 첸나이공장을 설립한 1998년 이후 25년 만의 최대 기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30년 인도 신차 판매량은 연 1300만 대로 미국 신차 시장에 육박할 전망이다.

포스코도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인도 지역에 대한 투자를 추진 중에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2023년 포스코그룹 시무식'에서 "해외 철강사업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인도·인니 등 지역을 중심으로 기존 투자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현지 완결형 투자 기회를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UN의 '2022년 세계인구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인구 수가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올해까지 3년 연속 6%대의 고도성장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도가 주목받고 있다.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인도로 진출한 국내기업이 현지 정부 규제와 우호적이지 않은 기업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난 5일 해외경제포커스에 실린 '인도경제 현황과 성장잠재력 및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서 인도 경제의 현황과 성장 잠재력·리스크를 평가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신규진출 한국법인 수는 2014년 39개에서 2019년 130개로 크게 증가하다 코로나19의 확산 영향으로 2021년 56개로 감소했다. 2000년 이후 총 신규진출 법인 중 업종별로 제조업이 49.6%, 도소매업이 15.4%, 정보통신업이 5.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내기업 진출이 늘어나면서 인도의 대한국 중간재 수입도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와 인도는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지난 2009년 체결했고, 양국 교류 확대를 위해 2016년부터는 개정협상을 진행 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인도 CEPA 수출 활용률은 77.8%로 미국(85.1%), EU(87.7%), 영국(90.2%) 및 캐나다(95.3%)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CEPA 수출 활용률은 실제 특혜관세 혜택을 받은 수출 실적을 뜻한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인도 입장변화와 함께 개정협상이 원활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2014년 모디정부 출범 이후 자국 제조업 육성을 위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자유무역 협상 여건이 좋지 않았다"면서 "최근에는 미중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변화 가능성을 제조업 성장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주요국들과 적극적으로 FTA를 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인구 증가,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역할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환경오염과 인프라 부족, 규제 등이 리스크 요인이다. 특히 정부 규제와 비(非)친화적인 기업 환경은 우리 기업이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간재·자본재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재 수출의 다양화·고급화를 도모하고 특히 인도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현지 정부 규제, 비 친화적 기업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팀장은 6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도를 대체생산기지 또는 시장으로서 주목하는 것은 확실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인도 시장의 경우 국내 대기업은 독자적인 사업검토가 가능하지만 이외 중소기업들에겐 어려운 측면이 있는 시장이다. 비근한 동남아랑 비교할 때 문화적 거리감이 큰데다 정부 지원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라면서 "인도 진출과 관련해 정부 지원책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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