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 피해 근절 종합대책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추 부총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 피해 근절 종합대책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추 부총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최근 전세 사기 급증으로 임차인의 피해가 이어지는데 가운데 정부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전세가율을 90%로 낮춰 무자본 갭투자를 차단하고 전세사기범에게 최대 15년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2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범정부 차원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 사고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인 약 1조2000억으로 집계됐고 전세사기 검거 건수도 618건으로 전년(187건) 대비 3배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공인중개사가 사기에 가담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전세사기가 주로 집중된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오피스텔의 전세 거래가 2022년에만 39만8,293건을 기록했다. 또 주택 전세가격 하락으로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역전세 현상이 발생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번 대책에는 악성 임대인 퇴출을 위한 전세금 반환보증 개선, 위험 계약체결 방지를 위한 전방위 정보제공 확대 등 다각적 사기 예방조치와 저리의 전세자금 대출 지원, 긴급거처 공급확대, 원스톱 법률 서비스 등 피해 임차인에 대한 지원 및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단속·처벌 강화책이 다수 포함됐다. 

우선 오는 5월부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하는 전세가율이 현재 100%에서 90%로 낮아진다. 현재는 집값이 3억인 경우 전세금이 3억이어도, 즉 전세가율이 100%여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앞으론 2억7000만원 이하여야 가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전세가율 100%까지 보증가입을 허용하면서 '빌라왕'의 무자본 갭투자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지적 때문이다. 

또 감정평가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가 없는 경우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감정평가사와 임대인의 시세 부풀리기 모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이다. 

HUG의 안심전세앱도 도입한다. 시세정보가 없는 신축빌라 등의 시세, 보증금 미반환 전력이 있는 악성임대인 정보, 임대인의 세금체납 정보 등 전세사기 위험 사전 진단을 위한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임차인이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연립‧다세대, 소형아파트 등의 시세와 전세가율‧경매 낙찰률 정보 등이 함께 제공된다. 피해가 많은 수도권을 시작으로 오는 7월까지 지방 광역시와 오피스텔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HUG 안심전세앱. 자료=국토교통부 
HUG 안심전세앱. 자료=국토교통부 

이밖에도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의 세금·이자체납 등 신용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중개사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대책도 담겼다. 

중개사가 임대인의 세금‧이자체납 등 신용정보와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전입세대 열람 등을 확인할 수 있게끔 중개사협회 시스템과 NICE 신용정보사 시스템을 연계한다. 최근 검거된 전세사기 일당에 중개사가 포함된 사례가 확인됨에 따라 임차인이 위험 중개사를 선별하도록 중개사 영입이력 공개를 확대하고 경찰청 수사정보 제공 등을 위해 보증사고 계약을 중개한 중개사 정보도 데이터로 관리할 예정이다.

전세사기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도 나왔다. 정부는 피해자가 전세보증금을 건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주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에는 '무주택자'로 간주할 예정이다. 또 다음 달부터 연 1~2%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하고, 오는 5월에는 저금리 대환대출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법무부는 임대인뿐 아니라 전세 사기 배후세력, 전세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분양대행업자 등까지 부처 간 협력으로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다. 사안이 중할 경우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다.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10년이지만, 경합범 가중을 통해 최대 15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전세사기 예방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세사기에 대한 단속과 처벌 등 사후적 조치 외에도 전세사기 예방과 사전적 모니터링 및 피해자 구제 등과 관련된 제도 개선이 긍정적이라고 본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을 매매가의 100%에서 90%로 전세가율을 하향해 보증제도 악용 등 모럴헤저드를 낮추거나, 감정평가사의 시세 부풀리기 방지, 안심 전세앱 공개 등으로 조직적 전세사기나 임대인의 악의적 무자본 갭투자, 깡통전세 리스크를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일부 제도개선은 다가올 봄 이사철 이후에 법이 개선될 예정이거나, 수도권과 지방 또는 주택상품 유형 간 시행시기 차이가 있고 나쁜 임대인 명단공개 등은 국회 입법 개정이 불투명한 여지가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공인중개사의 주택 임대차 범용 계약서 강화나 특약 내용 추가 확대도 필요해 보인다"며 "임차 중인 주택의 경우 임대인 변경 시 임차인에게 계약내용에 대한 안내 고지 의무화, 계약체결 시점에 선순위 임대차정보 제공, 임대인 국세완납증명 확인 등 정보공개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이 제시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임차인이라면 일단 실거주수요라고 봐도 무리가 없으니, 이들에 대한 주거지원과 피해복구를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이번의 대책을 먼저 시행하고 이후 제도운영에서 제기되는 내용들을 추가 보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전세금 반환보증대상 전세가율을 조정한 것은 위험물건을 인수해야 하는 보증기관의 입장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실적으로는 보증기관에 무조건적인 위험보유를 강제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단지 아파트는 전세사기를 당할 염려가 거의 없다. 문제는 신축빌라인데, 매매가나 전세가 대비 시세가 형성된 게 없기 때문"이라면서 "오늘 발표된 전세앱을 통해 특히 신축빌라 중심으로 시세나 정보가 정확하게 제공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임대인에 대한 신용상태나 보증사고 이력 등을 알기 어려워 사기 등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었는데, 중개인에게 이러한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면 전세사기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임대인 체납정보 공개는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 수석전문위원은 "수요자 입장에서는 다세대 주택의 경우 기존 빌라 시세를 반드시 참조해서 지나친 금액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신축빌라는 반전세로 가는 것도 전세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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