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출처=미 연준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출처=미 연준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코리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새해 첫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기대한 금리 인상 중단 시점과 관련한 메시지는 없었다. 금융시장이 발 빠르게 반응하는 가운데 외신들은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금리 전망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보였다.

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연준은 만장일치로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했다"면서도 이번 FOMC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던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s)이 필요하다"는 문구는 그대로 유지됐다. 

시장은 연준이 금리인상을 '복수'로 표현한 것에 주목했는데, 최소 2차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이 부과하는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는 8회 연속 인상되면서 4.5~4.75% 범위로 인상됐다. 이는 2007년 이후 최고치이다. 

다만 지난해 4번 연속으로 0.75%p 인상인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강한 통화정책을 펼쳤는데, 이번 0.25%p 인상으로 금리인상 폭을 낮췄다. 

최근 미국의 각종 지표를 근거로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물가 상승 둔화를 의미하는 '디스플레이션'이 처음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디스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진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볼 점은 인플레이션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면서도 "물가 목표치인 2%로 돌아가기 위해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 현지 외신들은 이날 금리인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CNBC는 "금리 인상은 차입 비용을 더 비싸게 만들어 물가 상승률을 낮추려는 의도도 있지만, 경제 성장을 둔화시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여론조사는 2023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61%로 보고 있다.

온라인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의 수석 금융 분석가 그레그 맥브라이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단일 0.25%p 금리 인상의 영향은 상당히 미미하지만 금리 인상의 누적 효과를 보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카드 금리가 사상 최고치에 달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 1년간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주택시장이 몇 달 사이에 빨간불에서 얼음불로 변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6월 최고점인 9.1%에서 2022년 12월 6.5%로 낮아져 연준의 기준 목표치인 2%를 여전히 크게 웃돌고 있다.

이에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더 잡혀질 때까지 금리 인상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다음 회의인 3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p 추가로 인상해 한동안 그 수준을 유지한 후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가에서 '신채권왕'으로 유명한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이 긴축 사이클을 끝내기 전에 금리를 한 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건들락은 이날 CNBC '클로징 벨: 오버타임'에 출연해 "(금리인상을) 하나 더 생각한다"며 "경제 상황에 매우 실질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증가'라는 단어의 끝에 's'를 붙여서 '계속 증가'라는 표현을 만들고 0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건들락은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들어오는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따라 동전 던지기"라면서 "연준이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에 확고하게 전념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50%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WSJ은 이날 논평에서 "과거 인상 사이클에서 연준은 금리 인상이 끝난 직후 바로 금리 인하를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연준은 올해 금리 전망 상향과 경직된 노동시장에 집중하며 12월 회의 이후 매파적인 메시지를 보냈다"면서도 "1월 말까지 연준은 이미 더 작은 폭의 금리 인상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었다"고 밝혔다. 

WSJ은 "앞으로 몇 달간 인플레이션과 고용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연준은 시장이 원하는 신호를 보내기 꺼려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투자자들은 연준조차도 연준이 말하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92포인트 오른 3만4092.96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2.61p 상승한 4119.21에,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지수도 231.77p 오른 1만1816.32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증시는 개장 직후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에 하락 출발했지만, FOMC 정례회의 직후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 완화' 발언으로 상승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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