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횡재세’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본 정유사 등의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자, 정부·여당은 “시장을 모르는 소리”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직원들에게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상여금이 지급됐다고 한다”며 “과도한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은 유럽 등에서 채택하는 횡재세까지는 안되더라도 현행 있는 제도라도 활용해 부담금을 일부라도 부담하게 해서 국민들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입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상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다른 나라들이 이미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횡재세도 제도적으로 확실하게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이 대표의 횡재세 도입 주장에 대해 ‘무리수’라며 반박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횡재세 도입 주장에 대해 “전혀 동의할 수 없고,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기업의 수익이 나면 우리가 법으로 정한 법인세를 통해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건강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또한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 횡재세 도입, 찬반 양론 '팽팽'

횡재세는 정상적인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법인·자연인에 대해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소득세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전쟁, 독점 등의 요인으로 부당하게 높은 수익을 올린 기업에게 부과되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실적을 올린 에너지 기업, 금리 상승으로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은행권 등이 횡재세 부과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 

횡재세 도입을 주장하는 근거는 명확하다.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다수의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유사 등 일부 기업이 별다른 노력 없이 비정상적인 수준의 이득을 취하고 있으니, 횡재세를 부과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 실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유가 및 정제마진 급등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에만 12조320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3조8995억원) 대비 215.9%나 증가한 것으로, 정유 4사의 역대 연간 최고 실적(2016년, 7조8736억원)을 한참 뛰어넘었다.

엄청난 실적에 따른 성과급 잔치도 횡재세 여론이 퍼지게 된 요인이다. 실제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모든 임직원에게 월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으며, GS칼텍스도 기본 연봉의 50%를 지급했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도 지난 2021년 기본급의 1000% 이상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만큼, 2022년도 상당한 수준의 성과급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시장적’이라는 당정의 비판과 달리 국제사회는 이미 횡재세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11월 석유·가스 생산자에 대한 횡재세를 25%에서 35%로 인상했으며, 독일 또한 2022~2023년 수익이 2018~2021년 평균 대비 20% 이상 오른 석유·석탄·가스·정유업체에 대해 33%의 횡재세를 거두기로 했다. 

미국에서도 이미 횡재세 관련 법안이 여러 개 발의된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지난해 11월 “석유 기업들의 이익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횡재”라며 “생산을 늘리지 않으면 횡재세를 부과하겠다”고 에너지기업들에게 경고를 보냈다. 

반면 정유사들의 항변도 근거는 있다. 무엇보다 해외 에너지기업과 국내 정유사의 수익 창출 구조가 다르다. 추 부총리는 “유럽 정유사는 유전을 개발하고 채유·정제해 수익을 만드는 구조”라며 “우리는 원유를 수입·정제해 판매하는 구조여서 기본적으로 이익 구조가 다르다”고 말했다. 정유사 수익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내수보다 훨씬 크다는 점도 난방비 급등의 원인을 정유사에서 찾기 어렵다는 주장의 근거 중 하나다.

정제 기술을 통해 수익을 내는 정유사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할 경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영국 최대 석유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지난해 영국 정부의 횡재세 부과에 반발해 180억 파운드(약 28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엑손 모빌의 독일·네덜란드 법인도 횡재세 부과를 철회해달라며 EU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 횡재세 도입, 실효성은?

국내에서도 지난해 횡재세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이성만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정유사에게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횡재세 일부를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후속법안을 발의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정유 4사는 물론 16개 은행까지 횡재세 부과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며,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 중 해당 사업연도 총 소득이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의 20% 이상을 초과하는 경우로 횡재세 부과 범위를 넓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횡재세 부과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26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정유사와 발전사가 영업이익을 극대화한 것은 작년이다. 그래서 유럽은 작년 전반기에 횡재세를 도입했다”며 “그런데 올해 1, 2월 에너지 선물 가격은 지난 5년간 평균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니까 올해 매겨봐야 크게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횡재세로 벌어들인 세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횡재세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과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되지 않는다면, 화석연료 가격 급등으로 인해 굴러들어온 횡재를 환수할 명분이 없기 때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쏘아올린 횡재세 이슈가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로 발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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