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한 지난해 10월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앞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한 지난해 10월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앞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막강한 플랫폼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정비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인한 편익은 과대평가된 반면 위험은 모두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변화한 금융환경에 맞는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허용된 것은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대라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막강한 플랫폼을 구축해온 빅테크가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빅데이터에 기반한 혁신적인 금융상품이 출시되고 금융소비자와 금융상품 공급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되는 등 다양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 

실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8월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금융상품 중개업 시범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하며 “규제혁신 과정에서 이해관계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발생하지만, 규제혁신의 지향점은 소비자를 위한 혁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소비자 편익 증대 효과가 기대보다 작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막강한 기술력으로 무장한 빅테크가 금융플랫폼을 통해 지금보다 많은 종류의 금융상품을 중개할 수 있게 되면, 결국 빅테크의 중개시장 독점으로 경쟁이 저하되고 소비자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독과점이 형성된 후 빅테크의 금융플랫폼에 전산장애라도 발생하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발생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 당시 카카오뱅크·페이 등의 금융서비스까지 먹통외 돼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은 바 있다. 

해외에서도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KB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영국 FCA(금융감독청)가 지적하는 금융산업 진출 빅테크의 리스크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FCA은 지난해 10월 빅테크의 금융서비스 제공에 따른 시장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FCA는 금융상품 중개시장을 장악한 빅테크가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방해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서비스의 질 저하, 가격 및 수수료 인상 등을 통해 자사 플랫폼 사용 고객 및 타 기업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끼쳤다고 강조했다. 이는 빅테크가 금융시장에 진출하면 시장 구도가 빅테크 중심으로 재편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편익이 증대되기 보다는 오히려 피해가 커질 위험이 있다는 것. 이 때문에 FCA는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영향을 상세히 조사·분석하는 한편, 경쟁시장감독청(CMA), 정보보호위원회(ICO), 커뮤니케이션청(Ofcom) 등 다수의 부처와 함께 협력해 효과적인 규제 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에 따른 리스크는 빅테크로 양분된 국내 상황에서 더욱 커질 수 있다. KB경영연구소는 “영국과 미국에서 빅테크는 주요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 플랫폼 중 하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경우, 한국에서 빅테크가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온라인 대출중개 시장의 약 40%를 점할  정도다”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빅테크사(社) 영국 금융시장 진입에 따른 영향 및 시사점’에서 “빅테크는 금융 서비스에 혁신 및 효율성을 부가하여 품질 향상과 가격 인하를 가져왔으며 금융 이용자 대상을 확대하여 포용성을 증대시켰다”면서도 “빅테크가 진입한 모든 금융영역에서 소비자 포섭을 통한 시장지배력이 확대된 이후 시장 진입 장벽(gatekeeper)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고객 데이터의 공급자임과 동시에 본인 상품 판매시 데이터 이용자이기 때문에 특정 데이터 및 회사에 대해 배타적으로 활용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KB경영연구소는 “한국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를 위한 조사 내용이 일반에 공개된 적은 없다”며 “공정위 등 타 관련 정부 부처와 협력하여 빅테크를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도 알려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KB경영연구소는 이어 “빅테크의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 참여로 이미 한국은 빅테크의 금융상품 중개로 인한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어 금융당국은 타 정부 부처와 연합하여 빅테크 규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금융위는 영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효과적인 빅테크 규제를 위해 공정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와 긴밀하게 협력하여 빅테크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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