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 사진=뉴시스 
구현모 KT 대표.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구현모 KT 대표가 차기 CEO(최고경영자) 단독 후보로 확정됐으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 연임을 반대하고 나서 논란이다. 이에 대해 주주의 당연한 권리 행사냐, 아니면 과도한 경영 개입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KT 이사회가 구현모 현직 CEO를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확정한 것에 대해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이를 의결권 행사,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한다는 의사를 전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현모 KT 대표는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단독 후보로 추대된 상황이다. 

앞서 KT는 지난달 28일 복수 후보 심사 결과 구현모 KT 대표를 차기주주총회에 추천할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종 관문인 3월 주주총회 승인만 남은 상황이다. 

KT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9.99%)과 현대차그룹(7.79%), 신한은행(5.58%) 등이다. 나머지 지분은 국내 기관과 개인, 외국인 등이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의 우호지분을 합치면 13.37%로 국민연금을 앞선다.

국민연금 측은 포스코 등과  달리 임원 추천 후보에 대한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아서 사실상 무늬만 경선이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높이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이나 가이드라인과 같은 설명이 없어 KT의 CEO 선임 작업에 불확실성만 급격하게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안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IBK기업은행이 KT&G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당시 행태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018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KT&G 2대 주주였던 IBK기업은행(6.93%)은 백복인 대표의 연임에 대해 “사장 후보 결정 과정이 불공정하다”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두 기관의 합친 지분율만 16.02%였다. 국민연금이 연임 반대 의사를 밝힌 기업은행과 입장을 같이 할 경우 KT&G 경영진이 연임에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던 것.

하지만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KT&G 정기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시점에 백복인 대표의 연임에 대해 ‘중립’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이 연임에 반대할 경우 ‘정부 경영 간섭’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중립을 취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KT와 KT&G는 민영화된 공기업이지만 정권교체시마다 낙하산 인사 문제로 논란이 빚어졌다. 하지만 구현모 대표와 백복인 대표는 모두 공채출신으로 전문경영인에 오른 사상 최초 CEO다. 첫 공채출신 CEO의 연임에 정권이 반대표를 행사한다는 점에서 이번 KT 사태는 2018년 KT&G와 아주 흡사하다. 

백복인 KT&G 대표는 당시 주주총회에서 76.26%의 지지를 받고 연임에 성공했다. 백 대표가 2015년 KT&G 대표 취임 이후 매년 회사 매출을 사상 최대치로 끌어올린 능력을 외국인 주주들이 인정한 것이다. 외국인 주주들은 사외이사수를 6명에서 8명으로 늘리자는 기업은행의 요구 안건도 주주총회에서 부결시켰다. 이를 통해 KT&G는 진정한 민영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구 대표가 오는 3월 KT 주주총회에서 백 대표처럼 연임에 성공한다면 KT 민영화에 대한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구현모 대표는 ‘디지코(DIGICO)’ 전환으로 통신사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등 사업성과 및 주주 가치 성장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심사위는 복수 후보를 비교 심사한 결과 △사상 첫 서비스 매출 16조원 돌파 전망 △취임 당시 대비 11월 말 기준 주가 90% 상승 △성공적인 ‘디지코(DIGICO, 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와 그룹 사업구조 및 기업 이미지 개선 △국내 최고 수준의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외부 기관의 평가 등을 들어 구 대표를 높이 평가했다.

또한 KT이사회는 쪼개기 후원금과 관련한 이슈와 관련해서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정관과 관련 규정상의 이사 자격요건 등을 고려 시 차기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이주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16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국민연금은 정부가 주인인 만큼 정부 입김대로 경영을 좌지우지하다 보면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CEO가 하는 일들에 손을 대면 엄밀하게 따져 시장경제라고 보기 어렵다. 스튜어드십 코드로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게 되면 ‘연금 사회주의’로도 해석될 수 있다”며 “국민연금은 중립적으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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