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남궁훈(왼쪽)·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사진-남궁훈(왼쪽)·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이코리아]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 필요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정부 부처간 규제  기조나  대응 방안이 달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제대로 된 정책이 나와야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텐데 현실은 딴판이다. <이코리아>는 해외 주요국의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입법 사례를 살펴보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봤다.

윤석열 정부는 5월 국정운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대해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후 카카오 먹통 사태가 나타나고 규제에 대한 국민여론이 일어나면서 부처 간의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12월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간담회 자리에서 “카카오 먹통 이후로 온라인 플랫폼 쪽에서 걱정하시는 부분들이 있는데 과기정통부가 나서서 잘 해결해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하며 자율규제 기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는 ‘자율’보다는 ‘규제’ 쪽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정위는 1일 온라인플랫폼정책과를 신설하고, 독과점 심사지침 외에도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 심사기준 강화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정위 위원장은 22일 포럼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규제와 자율 규제는 다르다.”며 “온라인 독과점 심사 지침에서 독과점 부분은 자율 규제를 추진한 적이 없다. 현행 공정거래법을 엄격히 적용한다는 원칙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도 플랫폼 규제 대열에 합류했다. 12월 8일 이른바 ‘카카오 먹통 방지법’으로 불리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 등의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들은 이동통신사·방송사 등 기간통신사업자에 준하는 수준의 재난관리 책임을 지게 됐다. 앞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이들 부가통신사업자의 방송통신서비스에 관한 내용도 포함해야 한다. 

해외 주요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우리나라의 규제의 방향과 어떻게 다를까

EU는 2022년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수단으로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제정하였다. 「디지털시장법」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Google, Apple, Facebook. Amazon(GAFA)의 시장 장악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자사 우대 금지, 결합판매 금지, 최혜 대우 요구 금지 등을 통해 게이트키퍼의 불공정한 행위를 규율한다.

「디지털서비스법」은 모든 온라인 중개 서비스 사업자를 대상으로 불법 콘텐츠 유통 금지, 범죄 의심 신고, 판매자 신원 확인, 추천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등의 의무조항을 두고 있다. 이는 자국 내 플랫폼 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기존 빅테크들의 영향력 확대를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토종 플랫폼들이 오히려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도 플랫폼들이 시장에서 적절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2021년 6월 발의된 「더 강한 온라인 경제: 기회, 혁신, 선택」 패키지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총 5개의 패키지 법안 중 4개가 각각 지정된 플랫폼 사업자가 잠재적 경쟁자를 인수 합병하는 것, 자사 플랫폼에서 자사 제품・서비스를 우대하고 다른 사업자를 차별하는 것, 자사 플랫폼을 사용하는 타 사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 데이터 이동을 거부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전반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한 거래 행위를 규제한다. 

일본은 역시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를 마련하였다. 2020년 6월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여 2021년 2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국민 생활・경제에 미치는 영향, 해당 분야의 디지털 플랫폼 이용 집중도, 이용사업자의 보호 필요성, 매출・이용자 수 등을 고려하여 규제 대상인 ‘특정 디지털 플랫폼 제공자’의 범위를 정하고, 특정 디지털 플랫폼 제공자로 하여금 서비스 제공 거절 기준, 검색표시 순위 결정에 이용되는 사항 등을 이용자에게 알리며, 분쟁 해결 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평가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플랫폼산업에 대한 규제 틀을  마련한 주요국들과 달리 한국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카카오먹통 사태 후 규제 강화쪽으로 기조가 바뀌면서 플랫폼 업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규제 일변도가 해결책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규제 강화가 해당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소비자후생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

주진열 부산대 교수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소비자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해외 플랫폼 규제론을 추종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국내 플랫폼 산업을 자해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고 소비자 후생 관점에서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유럽에서 구글과 애플을 겨냥한 규제는 역내 플랫폼을 육성하기 위해 이들 기업을 억제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이들 기업이 소비자 후생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거나 거대 플랫폼 그 자체가 나쁘다고 해서 규제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토론회에서 하명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정책실장은 "플랫폼 산업은 중소 사업자도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 없이 시장 진출을 가능케 한다"며 "플랫폼 산업에만 적용되는 규제 시도는 투자 감소,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단절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임영균 광운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노리기 위해 단기적으로 이용자를 많이 확보하는 걸 목표로 하며 전략을 세운다"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는 걸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후 독점적 지위로 올라갔을 때 플랫폼이 그런 노력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고 말했다.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플랫폼 시장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 절대 강자는 없고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규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플랫폼 사업자의 혁신이 부족하다는 등 지적도 하지만 정보 비대칭 문제처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평가 절하되는 상황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문가들마다 온라인플랫폼 규제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 분명한 건 보여주기식 규제는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당 산업도 발전시키고 소비자 후생에도  도움이 되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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