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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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국내 자동차업계의 정의로운 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코리아>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분석과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이 법이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과 대응방안을 살펴봤다.

파리 기후협약에 포함된 개념인 ‘정의로운 전환’은 국제 협상 등에서 사용되는 “Just Transition”을 번역한 것이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산업구조의 전환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여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방향을 뜻한다. 즉, 탈 탄소 경제의 결과와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이 공정하고 포용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방안 주요 내용 및 추진계획’을 제시하면서 석탄발전 및 내연자동차 사업체 집중지역의 고용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고용노동부의 ‘노동전환지원금’ 및 ‘사업전환 고용안전 협약지원금’ 사업의 집행률은 10월말 기준으로 각각 0.6%, 1.4%에 불과하여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또한, 2021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2023년 3월까지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위 계획을 심의할 ‘2050 탄소 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22년 10월 26일에야 발족되었다. 게다가 탄녹위 구성에 노동계가 배제되어 있어 ‘탄녹위 구성시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는 탄소중립기본법 제15조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부품기업 1,200개를 친환경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생산 전환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망은 엇걸린다. 고용노동부가 2019년 발표한 ‘자동차산업 신 성장 분야의 고용효과’에 따르면 전기차의 생산 비중이 높아질수록 부품 관련 고용은 줄어들 수 있지만, 충전 및 서비스 관련 고용의 증가로 상쇄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린피스가 2022년 발표한 ‘한국 탈 내연기관 정책의 경제 환경 영향 분석 요약본’에 의하면 전기차 이용에 따른 연료비 감축이 가계소비 증가로 이어져 서비스업과 제조업 분야의 고용창출을 이끈다는 전망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IRA는 ‘정의로운 전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IRA에 의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될 것 ▽핵심 광물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국가를 원산지로 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된 광물일 것 ▽배터리 부품은 북미 지역에서 조립 혹은 제조 될 것 ▽해외 우려 대상 기관을 출처로 하는 부품을 금지할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한다. 이에 국내기업들은 미국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하던 대미수출물량을 이후 북미에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진인다 하더라도 미국에 수출하는 전기차의 많은 부분이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어, 북미 내 한국 전기차 제조사들의 공장이 완공되는 빠르면 2024년, 늦어도 2025년까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상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IRA의 적용유예 등의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2023년 자동차 총수출이 최대 4.2%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IRA가 미국과 한국의 전기차업계의 생산과 고용에 상반된 영향을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현대차 조지아 주 공장은 8,100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미국에서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아이오닉5(울산)·EV6(화성)을 미국에서 생산하면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이 20~30% 줄어 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완성차뿐만 아니라 일부 전기차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업체도 미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국내 중소 부품‧납품업체의 생산과 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IRA는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미뤄두고 있던 친환경차 산업으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본격화하고 실천과제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의 비중이 큰 석탄 화력발전과는 달리 자동차 생산은 사기업이 주도하고 있어, 정의로운 전환 논의에 있어 정부와 산업계의 역할 분담이 한층 더 복잡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국내 자동차업계의  정의로운 전환에 미칠 영향과 과제’에서 “자동차 업계는 원·하청이라는 특수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자동차 업종의 정의로운 전환 논의는 어느 분야보다 노·사·정(勞使政)의 대타협이 절실히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국회는 노사의 협상을 독려하고 정부가 관련 논의의 장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촉구”해야 하고,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 대응 논의에 있어 산업계 의견뿐만 아니라 노동계의 입장도 충분히 수렴하여, 친환경 자동차 산업으로의 전환이 국내의 친환경 일자리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탄소중립 정책의 비전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코리아>는 ‘국내 일자리수 감소를 유발하는 IRA에 대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에 물어봤다. 포용정책과의 임현진 사무관은 “정부의 IRA 관련 협상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섣불리 정책의 방향을 잡는다는 것은 시기상조인 부분이 있다. 그러나 IRA도 미래 전략을 준비할 때 당연히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임 사무관은 탄녹위 구성시 노동계가 배제되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전문위원회 구성 시 노동계를 참여시킴으로 부족한 노동계의 의견을 보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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