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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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은행권이 점포 수를 줄이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선 가운데, 코로나19로 단축된 영업시간의 정상화도 지연되면서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금리상승으로 수혜를 본 은행권이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악화에는 무심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7일 희망퇴직 대상과 조건 등을 공지했다. 관리자, 책임자, 행원급에서 각 1974년, 1977년, 1980년 이전 출생자가 신청할 수 있으며, 특별퇴직금은 1967년생은 24개월치, 나머지는 36개월치 월평균 임금으로 책정됐다. 우리은행은 오는 27일까지 신청을 받아 다음 달 말까지 퇴직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 또한 지난달 18일부터 희망퇴직 접수를 받기 시작해, 이번 주 최종 퇴직자 공지르 앞두고 있다. 수협은행 또한 15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18~22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당장 올해 신한·K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희망퇴직자 수는 약 2400명, 전체 은행권은 약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이 인력 줄이기에 나선 이유는 최근 들어 비대면 금융거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금융거래의 비중이 높아지면 임대료 등의 유지비를 부담하면서 다수의 점포를 운영할 이유가 줄어들게 된다. 실제 은행권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점포를 줄여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340개, 2018년 74개, 2019년 94개, 2020년 216개, 2021년 209개, 2022년 179개(8월 기준)의 은행 점포가 폐쇄됐다. 지난 6년간 1112개의 점포가 사라지면서, 고령자·장애인 등 비대면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불편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그나마 남아있던 점포의 영업시간마저 단축됐다. 은행권은 지난 2020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음에도 여전히 은행 영업시간은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10월 영업시간 운영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으나, 두 달이 지난 지금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은행권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돼야 영업시간 정상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해제 결정을 내려도 노사 합의가 필요한 만큼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점포 폐쇄와 영업시간 단축 등 금융접근성 악화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은 이미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신한은행의 월계동지점 폐쇄 소식에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결국 해당 지점을 직원이 상주하는 '디지털 출장소'로 전환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기도 했다.

물론 은행권도 점포 폐쇄에 따른 금융접근성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공동 점포다. 여러 은행이 하나의 점포를 공동으로 운영해 임대료 및 유지비 부담은 줄이고 점포 폐쇄에 따른 소비자 불편은 최소화한다는 것. 실제 영국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은행 공동점포 ‘비즈니스 뱅킹 허브’가 영업을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뱅킹 허브’도 문을 열었다. 일본 또한 지방은행인 치바은행이 다이시은행, 무사시노은행 등과 협약을 체결해 공동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지난 4월 은행권 최초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두 은행 직원이 함께 근무하는 공동 점포를 열었다. 이달 6일에는 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 망월동에 두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함께 설치된 공동자동화지점을 열기도 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지난 9월 경기 양주 고읍, 경북 영주 등 두 곳에 공동점포를 열었다. 하지만 아직 공동점포가 활성화되지 않은 데다 취급할 수 있는 업무도 제한적인 만큼,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한편,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은행의 단축영업이 코로나19 감염증 영향으로 급속하게 진행된 디지털금융에 취약한 금융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거래시간대를 밀집시켜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므로 단축된 영업시간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자장사’ 논란에 이어 ‘금융접근성 악화’ 비판에 직면한 은행권이 금융소비자의 불만을 해소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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