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신한투자증권이 부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라임 펀드에 이어 독일 헤리티지 펀드 전액 배상을 앞두게 된 만큼,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독일 헤리티지 피해자 연대,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은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감독원의 ‘계약취소’ 결정을 즉각 수용하고 원금 전액을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한 바 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투자자가 미리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정도로 중요한 사항을 판매사가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는 권리다. 불완전판매와 달리 계약취소로 결론이 나면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원금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아직 금감원 결정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헤리티지 펀드 관련 분조위 조정안은 지난달 29일 각 판매사에 통보됐는데, 판매사는 해당 조정안을 수취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신한투자증권은 분조위 결정에 대한 법률 검토를 거쳐 이사회에서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신한투자증권이 분조위 권고를 수용할 경우 실적 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은 총 판매금액 4835억원 중 약 80%에 해당하는 3907억원을 판매한 최다 판매사다. 현재 판매금액의 50%를 피해자들에게 가지급한 상태이지만, 분조위 권고를 수용해 전액 반환에 나설 경우 충당부채를 추가로 인식해야 한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20년 8월 이사회에서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투자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분조위 권고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충당부채를 쌓기 시작하면서 영업외비용이 급증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0% 줄어든 1545억에 그쳤다. 신한투자증권의 그룹 기여도가 급락하면서 신한지주 또한 KB금융지주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후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에는 3208억원, 올해 들어서는 3분기 누적 기준 570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모펀드 사태의 여파에서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헤리티지 펀드의 영향으로 충당부채를 추가 인식하게 될 경우, 4분기 실적이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젠투 펀드, 팝펀딩 펀드 등 다른 부실 사모펀드 배상 문제가 본격화될 경우 추가적인 손실 가능성도 고려해야만 한다. 특히, 젠투 펀드의 경우 환매 중단된 1조125억원 중 신한투자증권이 판매한 금액만 4200억원에 달해, 자칫 헤리티지 펀드보다 배상 규모가 커질 수 있다. 

게다가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실적도 ‘성장’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신한투자증권의 순이익 대부분을 여의도 사옥 매각이익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각이익을 제외한 신한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이익은 2486억원으로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32.4% 감소했다. 

신한투자증권이 사모펀드 사태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3년 만에 ‘리딩뱅크’라는 이름을 되찾은 신한지주의 자리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한지주와 KB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각각 4조3154억원, 4조279억원으로 약 2900억원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한편, 헤리티지 펀드 피해자들은 “과거 계약취소 결론이 났던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경우에도, 신한은행이 금감원 결정을 바로 수용하지 않고 배상을 지연시킨 전례가 있다”며 “(헤리티지 펀드 사태와 관련해) 가장 많은 피해자가 신한투자증권에서 나온 만큼 신속하게 배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이 분조위 권고 수용 여부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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