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외 재보험사들이 화석연료 투자에서 손을 떼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도 최근 ‘탈석탄’을 선언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했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코리안리는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탈석탄 금융 선언문’을 채택하고 내년 1월부터 국내외 석탄채굴 및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투자 및 임의재보험 인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리가 탈석탄을 선언한 배경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놓여있다. 기후위기는 각종 산업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보험업계, 특히 보험사들의 보험사로 불리는 재보험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이상기후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자연재해로 인해 보험금 청구가 급증하면서, 재보험사 또한 손실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재보험사 스위스리(Swiss Re)는 지난해 4월 발간한 ‘기후변화의 경제학: 무대응은 선택지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늘어나는 폭염, 산불, 가뭄, 집중호우 등의 자연재해가 보험업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실제 스위스리는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보험 손실액이 약 380억 달러(약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액은 약 350억 달러로 이전 10년간의 평균 손실액보다 22% 많았다. 이는 올해 상반기 사람이 일으킨 사고로 인한 손실액(30억 달러)의 12배에 달한다. 스위스리의 제롬 장 해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후변화는 우리 사회와 세계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라며 “보험산업은 공공부문과 협력해 지속가능한 인프라에 투자함으로서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 사회의 회복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 또한 기후변화의 타격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코리안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502억원, 당기순이익은 13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7%, 26.3%나 감소했다. 프랑스 우박, 유럽 폭풍, 남아공 홍수 등 자연재해 및 코로나19에 따른 해외 수재 실적 부진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 코리안리의 조건부 ‘탈석탄’, 국내외 전문가 “한계 뚜렷”

기후위기에 따른 실적 악화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코리안리도 금융권의 탈석탄 행보에 동참하자, 국내외 전문가 및 환경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코리안리가 밝힌 탈석탄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후 전문가 단체 기후솔루션은 지난 6일 국내외 전문가를 통해 코리안리의 탈석탄 정책을 분석한 결과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 호주의 기후·환경 씽크탱크 ‘인슈어 아워 퓨처’의 피터 보사드 코디네이터는 “이번에 발표된 정책은 외국 재보험사들과 비교해 미약하다”며 “석탄 운영보험에 대한 정책이 빠진데다 (예외 조건을 걸어) 새로운 석탄 프로젝트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허용한 것이 한계로 남는다”고 말했다. 

실제 코리안리는 탈석탄 선언문을 통해 “다만, 국가 에너지 정책, 사회적 약자 및 저개발국가 지원 등 사회적 필요에 따른 예외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고자 한다”며 “이는 중후장대의 전통산업 중심으로 발전한 한국과 같은 국가가 저탄소 산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존의 시기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기반한다”고 설명했다. 

100% 탈석탄이 아닌 예외를 허용한 조건부 탈석탄인 데다, 기존 투자 철회, 가스·석유 등 다른 화석연료에 대한 정책 부재 등의 내용이 빠진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프랑스 환경단체 리클레임 파이낸스의 애리얼 르 보도넥(Ariel Le Bourdonnec) 재보험 및 보험 정책 분석가 또한 “석탄 채굴 및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한다는 코리안리의 정책이 소위 ‘석탄 개발사’라고 불리는 해당 건설 사업을 벌이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뜻은 아니므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 에너지 정책 등 사회적 필요에 따른 예외를 제한적으로 운영한다”는 코리안리의 발표에 대해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규모 예외를 허용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국내 보험업계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코리안리의 이번 탈석탄 선언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리안리가 탈석탄 금융선언을 통해, 신규 석탄에 대한 임의재보험 중단 정책을 발표한 것은 우리나라의 산업현실을 고려하면 대단히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앞으로 한 발 더 나가 석탄 관련 특약재보험 중단으로 이어진다면 더욱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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