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리아】김태훈 기자 =  '쌍벌제' 도입과 건강보험 약제비 상환제도 개편 등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기관의 리베이트 수수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서울대학교병원 등 138개 공공의료기관과 보건복지부 등을 대상으로 공공의료체계 구축·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비롯해 총 70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1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1~2012년 강의료 등의 명목으로 제약사로부터 1000만원 이상을 받은 의사는 총 627명으로 이 가운데 공공의료기관 소속 의사는 77명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이 서울대병원 등 공공의료기관 의사 10명을 표본조사한 결과 소속기관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39개 제약사로부터 강연료, 자문료, 시판후조사(PMS·임상시험의 일종) 사례비 등의 명목으로 303회에 걸쳐 1억7400여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서울대병원 의사 A씨는 2012년 7월 동료의사를 대상으로 특정 제약사 의약품의 유용성에 대한 강의를 하고 500만원을 수령하는 등 강의료 명목으로 총 1350만원을 받았다.

A씨는 자신에게 강연을 요청한 15개 제약사의 의약품을 2011~2012년 동안 16억9100여만원 어치나 처방했다.

국립암센터 의사인 B씨는 "PMS는 리베이트 창구로 활용될 수 있으니 하지 말라"는 기관장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소속 기관에는 알리지 않은 채 2008년 7월부터 2011년 5월까지 특정 제약사 제품에 대한 사례조사를 15회 실시했다.

B씨는 사례조사비로 1030여만원을 받은 뒤 2012년 자신이 PMS를 수행한 의약품을 2억98800여만원 어치나 처방했다. 이는 조사비를 받기 전인 2011년에 비해 처방실적이 3.2배나 증가한 것이다.

감사원은 이를 토대로 해당 의사들이 제약사들로부터 받은 돈은 리베이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소속 기관의 확인 후 징계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지방의료원들이 겪고 있는 경영난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높은 인건비인데도 시간외수당 등의 각종 수당을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과도하게 주거나 멋대로 수당을 신설해 왔다고 지적했다.

부산의료원과 속초의료원 등 22개 지방의료원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낮춰 25억3600여만원의 시간외수당을 과다지급했다.

서울의료원 등 29개 지방의료원은 주5일제가 도입되자 "기존에 받던 연차수당이 감소한다"며 2004년 이전 입사자들에게 기존 연차일수를 기준으로 총 76억5600여만원을 줬으며 여성근로자에게는 보건수당을 만들어 42억300여만원을 지급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다수의 지방의료원에서 노동조건과 관계없는 정관 및 직제규정까지 노조와 합의하지 않으면 개정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계약기간이 만료된 직원에 대한 계약해지에 대해서까지 노조가 공문을 통해 항의하는 등 노조의 인사·경영권 침해가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가 전문과목별 의료이용량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료기관별로 전공의 정원을 배정하는 바람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인력 과잉, 안과 의사는 인력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취약지역에 배치하는 공중보건의도 복지부가 지역 의료기관 현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시지역에 우선적으로 배치한 탓에 인력이 부족한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경우 전문의 부족으로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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