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출처=미 연준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출처=미 연준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코리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2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시장이 발 빠르게 반응하는 가운데 외신들은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금리 전망에 대해 여전히 엇갈린 시선을 드러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 연설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할 시기가 빠르면 12월에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진전에도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며 "한동안 제약적인 수준의 정책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의장의 발언에 금융시장은 발 빠르게 가격에 반영하는 모습이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737포인트(2.18%) 상승하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4.41% 상승하는 등 기술주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가 회복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환 시장에서 달러화는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가치가 하락했다. 1일 원/달러 환율도 3개월여 만에 1300원 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19.8원 내린 달러당 1299원이다. 환율이 1300원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 8월 12일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노동 지표들이 모두 악화한 것도 연준의 속도 조절 전망에 무게를 실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에 따르면 11월 미국 기업들의 민간 고용은 12만7000개 증가해 전월(23만9000개)의 거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시장 전망치(20만개)에도 크게 못 미쳤다.

미 노동부의 10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는 10월 기업들의 구인건수가 1천30만 건으로 전월보다 35만3000건 감소했다고 밝혔다.

과열된 노동시장이 식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이러한 지표들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어느 정도 덜어낼 전망이다. 노동 수요가 진정되면 임금 상승세가 꺾여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파월의장의 금리인상 완화 발언에 대한 미국 현지 언론의  시각은 어떨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앞으로 인플레이션 둔화를 예측하며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과 중립 금리 수준까지 여지가 남은 만큼 인상 경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함께 소개했다. 

데즈몬드 라크만 미국기업연구소(AEI)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매우 좋아졌다"며 "인플레이션 통제를 회복하기 위해 추가적인 대규모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라크만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주택과 휘발유, 중고차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처럼 이들 가격 전망의 큰 폭 하락은 내년 인플레이션을 상당히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전망의 보다 극적인 변화 중 하나는 주택 시장과 관련이 있다. 이는 전체 주거비가 소비자물가지수의 거의 33%를 차지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초 3%대에서 현재 7%대로 올랐다. 이에 대응해 주택 시장은 이미 깊은 침체에 빠졌다. 주택 가격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 때문에 댈러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내년 집값이 최대 2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라크만은 "과거 상당한 주택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렸던 만큼 주택 가격이 10%만 하락해도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는 3%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상당한 인플레이션 완화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알렉산더 윌리엄 솔터 텍사스 공대 교수는 "연준이 맹렬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때가 된 것 같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연준은 경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솔터 교수는 "최근 CPI 지표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0.4% 상승했다"며 "시장에 내재한 연간 인플레이션율 4.8%를 예상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준의 기준금리 목표는 3.75~4.00%로 여전히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보다 강화된 긴축 정책을 긴축 정책 자체로 혼동하지 말라"면서 "테일러준칙에 따르면 중립 금리는 여전히 6%에서 9% 사이"라며 "속도를 늦출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CME 그룹 자료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6월부터 기준금리를 4번 연속이나 0.76%포인트(p)씩 올렸는데, 시장에서는 그간 12월엔 0.5%p만 올릴 거란 전망에 약 65%에 달할 정도로 무게를 실었다. 이 같은 금리 인상 속도는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공격적이다. 파월의 연설에 이어 반점 이동의 확률은 77%로 올라갔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이날 파월의장의 발언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제거했다고 봤다.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연준이 12월에 인상폭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시장에서 거의 확정적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연준 수장이 이를 공식화했다는 점에 투자자들은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에버코어 ISI의 글로벌 정책 및 중앙은행 전략 책임자인 크리슈나 구하는 "당일 증시 급등은 부분적으로 구제 랠리"라며 "많은 투자자들은 연준 의장이 최근 금융 상황 완화에 최대 매파적인 망치를 가져갈 것을 우려했다. 이제 그 돌출부는 사라졌다"고 밝혔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CNBC의 '매드머니' 방송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투자자들에게 30일 시장의 랠리를 이용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것을 촉구했다.

크레이머는 투자자들에게 "파월의 발언이 연준이 연착륙을 유도하기를 바라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징조이지만, 그것이 기업들의 대차대조표를 강타하는 거시경제 역풍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상기시켰다.

크레이머는 "당신의 회사가 너무 많은 돈을 잃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해고했다면, 그것은 당신이 원하는 곳이 아니다"라면서 "만약 당신의 회사가 반환할 자본이 없기 때문에 자본을 반환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당신이 원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여전히 신중을 기하고 현금 출혈이 계속되는 기업은 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논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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