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4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금리인상의 종착점을 전망하고 있다.

실제 금통위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문(이하 통방문)은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지난달 발표된 통방문과 여러 측면에서 다른 점이 엿보인다. 우선 그동안 통화정책 결정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 변수였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에 대한 우려가 한층 완화됐다.

금통위는 이번 통방문에서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로 위험회피심리가 일부 완화되면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으며 장기시장금리가 하락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지난달 “미 달러화 강세 기조 강화로 주요국의 통화 가치가 절하된 가운데 장기시장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금융불안이 나타났다”고 말한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연준의 금리 결정보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졌던 내부 요인, 특히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금통위는 이번 통방문에서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는데, 이는 지난달 발표한 통방문에 사용된 표현과 동일하다.

다만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하향됐다.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 8월 전망치(2.1%)보다 0.4%포인트 하향된 수치다. 반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7%에서 3.6%로 0.1%포인트 소폭 하향됐다. 

최근 경색된 자금시장에 대한 우려도 이번 통방문에 추가됐다. 금통위는 “단기금융시장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담보부 기업어음(PF-ABCP) 등의 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거래도 위축됐다”고 말했다. 

반면 외환시장과 관련해서는 “미 달러화 강세와 엔화, 위안화 약세 등에 영향받아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하고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순유출되는 등 외환부문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말한 지난달과 달리, 이번에는 “주요국 통화긴축 속도 조절 기대 등으로 장기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주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주요국의 통화긴축에 따른 환율 안정으로 외환시장에 대한 우려는 한결 가라앉은 모습이다. 

지난달과 이달 통방문의 차이에서 엿보이는 것은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됐던 변수가 외부요인(연준, 외환시장)에서 내부요인(경기, 물가, 자금시장 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4일 보고서에서 “그간의 금리인상은 국내 경기, 물가 여건도 중요했겠지만 연준통화정책에 대한 대응이 핵심인 인상이었다”며 “(금통위는) 이번 통방문에서는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정책 기준이 환율 안정에서 통화정책의 독립성 즉, 한국 내부적인 펀더멘털 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외부에서 내부로 눈길을 돌린 만큼, 이번 베이비스텝이 속도조절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확산되고 있다. 고물과·고환율에 대한 우려보다 경기둔화 및 자금시장 경색에 대한 불안이 커진 만큼, 한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4일 보고서에서 “금통위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가 10월은 50bp 빅스텝 단행을 이끈 연준과 외환시장 불안이었다면 11월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심 자금조달 위축 및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점에서 속도조절 논리는 명확하다”며 “특히 대외금리차 관련된 미국 통화정책 부담은 ‘기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이창용 총재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한은의 속도조절에 대한 확신이 높아진 만큼, 조만간 최종 정책금리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에 따르면,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은 3.25% 1명, 3.5% 3명, 3.75% 2명으로 나뉜 상태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종 정책금리 도달 시기는 내년 1분기 중으로 판단된다”며 최종 금리 수준이 3.5% 내외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언제 최종 금리에 도달할지, 그 후 얼마나 오래 해당 금리가 유지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이 총재는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종 금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떤 시기를 못 박아서 그렇게 된다는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다”며 “금리가 최종금리에 도달하는 시기도 미국 금리 결정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이어 “최종금리 도달 이후에도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물가가 물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를 충분히 확신한 이후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지금은 언제 금리를 인하할지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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