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부가 2023년도 예산안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5조6000억 원 삭감한 것을 두고 여당과 시민단체 간 논란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2023년 공공임대 예산은 문재인 정부 평균을 상회한다. 삭감이 아닌 ‘정상화’”라고 했다. 반면에 시민단체는 “노후 시설개선을 위한 예산까지 절반 이상 감액하면서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이코리아>가 확인해봤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17일 ‘공공임대주택 예산 감소’, ‘소상공인 지역화폐 전액삭감’ 등 10가지를 민주당의 '국민선동 사례'로 규정하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감소했다는 야당 주장에 “내년도 공공임대 예산이 16조9000억 원으로 문재인 정부 5년간 평균인 16조8000억 원을 상회한다”며 “2021~2022년 예산 급증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대응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대폭 증가한 것이고 이를 정상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1년(23%), 2022년(17%)에 한시적으로 대폭 늘린 공공전세사업(1조9000억 원)이 종료되었을 뿐, 코로나19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2조9000억 원이 늘었다는 주장이다.

◇공공임대주택 사업 예산, 늘었나?

하지만 2023년 정부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들이 늘기는커녕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약계층용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윤석열 정부는 33만8000호를 2023년부터 2027년까지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하지만 8월 30일 국토부가 발표한 2023년 예산안은 이러한 공급계획이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택도시기금 예산안이 33조3085억 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는 올해(35조6419억 원)에 비해 2조3334억 원이 감소한 금액이다. 내년 주택도시기금 가운데 공공임대주택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이 16조8836억 원으로 책정했는데, 올해(22조5281억원)보다 5조6445억 원(25.1%) 감액됐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건설, 매입, 임차해 무주택 서민에게 임대하거나 분양전환을 위해 공급하는 주택이다. 공급 방식에 따라 건설임대, 매입임대, 전세임대로 구분된다. 

건설임대는 지원 대상에 따라 영구임대(최저소득계층), 국민임대(소득 하위 40% 저소득층), 행복주택(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으로 나뉘는데, 지난해부터 입주 자격과 공급기준을 단일화해 최대 30년간 거주할 수 있는 통합공공임대주택으로 통합돼 공급되고 있다.

2023년도 공적임대주택사업 사업 계획액(2022년도 당초 예산이 아닌 8월 말 수정 예산)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건설임대의 경우 총 1조4502억 원의 예산이 감액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무주택 저소득층에 공급하는 국민임대의 경우 4125억 원, 행복주택 역시 8553억 원, 영구임대는 667억 원이 깎였다. 반면 다양하게 나뉘어 있던 임대주택을 통합해 새롭게 제공되는 통합공공임대주택만 늘었는데, 4373억 원 증액에 불과했다.

매입형과 임차형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다가구매입임대는 3조796억 원이나 줄었고, 전세임대는 1조208억 원이 깎였다. 

◇공공분양 물량 확대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 9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소득 4분위 이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 물량은 감소 없이 5년간 46만 가구로 유지된다”며 “(4분위 이상 계층에서) 자가 소유를 희망하는 60%에 가까운 이들을 위한 '주거 사다리'로 공공분양 물량을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공급량은 줄었다. 국토부의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신규 지원 물량은 올해 17만호에서 내년 10만5000호로 6만5000호(38.5%)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합공공임대주택의 2022~2023년 사업승인 기준 공급량은 올해 7만1155호에서 내년 3만5171호로 3만5984호나 감소한다. 지원 예상 비중이 큰 다가구매입임대주택의 2022~2023년 신규 공급량도 올해 5만3045호에서 내년 3만5670호로 감소한다. 전세임대주택의 신규 공급계획마저 올해 4만1500호에서 내년 3만 호로 줄어든다. 

영구·국민·행복주택 물량 또한 올해 5000호에서 2000호 줄어 든 3000호로 줄어든다. 이를 대신할 통합공공임대도 7만1000호에서 3만6000호로 3만5000호 줄면서 전체적으로 3만7000호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임대주택을 활성화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기조지만, 민간임대주택 공급량은 3만3000호에서 내년 4만6500호 확대에 그친다. 단순 계산해도, 기존 공공임대주택 공급량 감소분을 만회하기에는 5만 호 이상이 모자란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2023년 공공임대주택 예산안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대부분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융자 또는 출자 방식으로 지원되며, 2023년 정부 예산안에서 주택도시기금 주요 사업 예산의 합계는 32조6858억 원에서 30조617억원으로 2조6241억 원 감소(-8.0%)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조차 임대주택 지원(융자) 및 임대주택 지원(출자) 예산을 감액하지 않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임기 첫 예산안부터 임대주택 지원(융자) 및 임대주택 지원(출자) 예산을 모두 대폭 삭감한 반면 분양주택 등 지원 예산은 3,258억원 → 1조4395억 원으로 1조 1138억 원 증액(+341.9%)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공공주택 예산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공공분양 물량을 늘리는 건 저소득층의 주거복지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예산 삭감에 대한 시민단체 쪽 반발이 거세다. 

세입자, 청년 등 48개 주거·빈곤 시민사회단체들은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을 조직하여 삭감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되돌리고 주거복지 예산 확충할 것을 요구하며, 31일째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이다. 

공공임대 농성단은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결소위의 내년도 공공임대주택 예산안 전액 복원 의결을 환영한다”며 세입자·청년·주거단체 등 예결특위 논의 과정 감시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를 위한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가 삭감한 다가구매입 임대·국민임대·영구임대 등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전액 원상 복구하는 증액안을 의결했다. 그 밖에 원안에서 증액된 일부 사업을 추가로 늘려,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정부안 대비 6조1177억 원 증액했다. 공공 분양주택 예산은 정부안 대비 1조1393억 원 삭감했다. 향후 공공임대 예산안은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다. 

공공임대 농성단은 “공공임대주택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어서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지난 8월 폭우 참사로 인해 기후재난에 내몰린 반지하 등 주거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커지고 있어, 관련 예산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공공임대주택 공급 예산 5조7000억 원을 삭감한 반면 분양주택 예산은 2022년 3163억 원에서 2023년 1조3955억 원으로 1조 792억 원을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금리, 고물가 시기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등 규제를 완화하는 ‘빚내서 집사라’는 분양 정책은 가계부채와 이자부담을 가중시키므로 지금과 같은 시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증결과] 국민의힘이 발표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감소됐다?’와 관련한 ‘팩트체크’에서 예산이 ‘정상화됐다’는 내용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반지하 가구 이주 대책에 필수적인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거의 전 사업에서 깎여서 전년대비 총 5조7000억 원이 줄었고 이는 비율로 따지면 전년대비 28.2%가 줄어든 것이다. 최근 다양한 공공임대 사업이 통합공공임대 사업으로 통합재편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해도 예산 감소액이 너무 크다. 

국민의힘의 주장대로 '정상화' 된 것이라면 정책 전환으로 신규 공급이 제한되는 임대주택의 감소분만큼의 새로운 유형의 임대주택 예산이 증가돼야 했는데 편성된 예산의 차이가 컸다. 공급량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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