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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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증권사 실적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임기 만료를 앞둔 최고경영자(CEO)들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문책성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변동성이 커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오히려 안정성에 중점을 둔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연말부터 내년 3월까지 CEO 임기가 만료되는 국내 증권사는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BNK투자증권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KB증권 ▲SK증권 등 14곳이다. 

문제는 이들 증권사의 올해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것이다. 실제 증권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55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506억원) 대비 39.6%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52.5%), 키움증권(△45.9%), 하나증권(△26.6%) 등 주요 증권사 대부분 지난해와 비교하면 실적이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강력한 통화긴축에 따라 금리가 급격하게 오른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경기 회복 속도도 느려지면서 증시가 전반적으로 침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지주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은행·보험·여전사 등은 금리상승에 힘입어 순이익이 늘어난 반면,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투자 부문만 전년 동기 대비 1조325억원 감소하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은 CEO 연임의 걸림돌 중 하나다. 당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와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다음 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박정림·김성현 대표의 경우 라임 사태 및 호주 부동산 펀드 사태 등으로 연임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지난해 실적이 급성장한 데다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지연되면서 지난해 말 1년 임기 연장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KB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493억원으로 전년 동기(7295억원) 대비 52.2%나 감소했다. 특히 김 대표가 맡은 기업금융(IB) 부문은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흥행 성공 등으로 좋은 성적을 냈지만, 박 대표가 맡은 자산관리(WM) 및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은 금리인상·증시불황 등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았다. KB금융 계열사 대표 임기가 통상 4년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 2019년 취임한 두 대표가 이번 인사 시즌에 다른 계열사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영창 대표 또한 마찬가지다. 라임 사태로 흔들리는 신한투자증권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 대표는 사태 수습 및 내부 정비 등의 성과를 인정받으며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 임기를 1년 연장했다. 2020년의 역성장을 딛고 2021년 실적이 급증한 것 또한 연임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 신한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684억원으로 전년 동기(5397억원) 대비 50.3% 하락했다.

다만 이 대표가 아직 임기를 3년밖에 채우지 않았다는 점, 이 대표를 등용한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의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한편, 올해 증권사 실적 부진이 시장 상황으로 인해 불가피했던 만큼 금융지주사가 인사에 큰 변화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코로나19 및 양적완화로 증시 활황이 이어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연준의 금리인상과 러-우 전쟁,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등 지정학적 변수가 겹쳐 증시가 심각한 침체에 빠졌다. 증권사 실적 부진이 불가항력이었던 만큼, 실적에 인사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 

오히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안정성’이  CEO 인사의 핵심 기준으로 고려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자금시장 경색으로 대형 증권사까지도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고 있는 만큼, 실적보다는 리스크 관리 역량이 더욱 중시될 수 있다는 것. 연말 인사시즌을 맞은 증권업계에 ‘변화’와 ‘안정’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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