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내년 초 기업공개(IPO)를 앞둔 케이뱅크의 호실적이 기업가치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 침체된 IPO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지난 7일 실적발표에서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256억원으로 전기 대비 20.2%, 전년 동기 대비 52.4% 증가했다고 밝혔다.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7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4억원) 보다 8배가 넘는 수준이다. 

케이뱅크의 호실적은 공격적으로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며 고객층을 확대해 여·수신이 고르게 성장한 덕분으로 보인다. 실제 케이뱅크 고객 수는 2분기 783만명에서 3분기 801만명으로 18만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신 잔액은 12조1800억원에서 13조4900억원으로 1조3100억원 증가했으며, 여신 잔액 또한 8조7300억원에서 9조7800억원으로 1조500억원 증가했다. 

케이뱅크가 3분기에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9월 20일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결과 상장적격 판정을 받은 케이뱅크는 연내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대형 IPO가 줄줄이 연기되면서 케이뱅크 또한 내년 1월로 상장 시기를 늦췄다. 

3분기 호실적을 낸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를 시장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케이뱅크는 7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장외시장에서 2만3400원까지 올랐던 케이뱅크 주가는 최근 9000원대로 하락한 상태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도 8조원에서 3.4조원으로 줄어들었다.

비교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도 문제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당시 해외 핀테크 기업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7.3배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약 18.5조원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이후 기존 은행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데다 증시가 전반적으로 침체하면서 주가가 전고점(9만1000원) 대비 4분의 1 수준인 2만500원(7일 종가 기준)까지 하락한 상태다. 카카오뱅크의 최근 PBR 또한 약 1.5배 수준으로 하락했는데, 이를 케이뱅크에 적용하면 약 2.6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지난해 1조2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의 재무적투자자들에게 투자받은 7250억원에 대해 동반매각청구권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재무적투자자들의 주당 매입가는 6500원으로, 케이뱅크 주가가 이를 넘으려면 최소 3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비교대상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인 상황에서 재무적투자자를 만족시킬 정도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는 쉽지 않다. 

시장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상장일정을 추가 연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정 기한 내 상장에 실패할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BC카드는 7250억원 규모의 지분을 되사야 한다. 상장 실패에 따르는 리스크를 무시하기는 어려운 만큼, 상장 일정을 추가 연기하는 것 또한 쉬운 선택은 아니다. 

한편, 케이뱅크의 상장심사 승인 효력은 내년 3월 20일까지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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