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BBC 홈페이지 갈무리
출처=BBC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주요 외신들은 이태원 압사의 원인을 어떻게 분석할까.

최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의 아시아 본사가 홍콩으로부터 서울로 옮겨 현지 특파원이 대거 늘어나면서 사건 발생 2~3시간 이후부터 홈페이지 최상단에 관련 속보를 빠르게 보도했다. 또 추가보도도 톱뉴스(홈페이지 기준)에 배치해 비중 있게 전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사고를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의 평화기에 발생한 최대 규모의 재난이라고 평했다. 또 정부의 미흡한 대응과 함께 앞으로 공공안전기준과 관련해 문제제기가 커질 것으로 짚었다.  

지난 29일 밤 10시 20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핼러윈 축제기간을 맞아 인기 있는 유흥가인 이태원에 군중이 몰리면서 10대와 젊은 성인이 대부분인 154명이 집단 사망했다. 

CNN은 29일 사건 발생 이후 윌 리플리 기자가 직접 현장에서 생중계로 사고 현장을 보여주면서 “3년 만에 (코로나19와 관련한) 마스크나 군중의 규모에 대한 제한이 없이 열린 행사”였다면서 “이날 이태원에서는 확성기로 주의를 당부하는 경고만 흘러나왔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렇게 좁은 거리에 몰려드는 인파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참사가 일어났다”고 지적하면서 이후 30여개에 달하는 속보와 추가뉴스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또한 CCTV가 많은 서울에서 실시간으로 인파를 모니터링하지 못한 책임도 지적했다. 

CNN의 국가 안보 분석가이자 재난 관리 전문가인 줄리엣 카얌은 “무엇이 충돌의 원인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당국은 토요일 밤 전에 많은 숫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얌은 “당국이 실시간으로 군중 수를 모니터링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야 할 필요성을 감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도 홈페이지 최상단에 관련 기사를 배치하고 수습 중인 현장 사진, 사상자 수와 국적 등을 실시간으로 연속 보도하고 있다.

매체는 “이태원 좁은 골목길에서 사람들이 쓰러지고 그 위로 인파가 몰리며 사람들이 압사했다”고 사고 원인을 전했다. 다만 “사망자 수가 이토록 높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도 덧붙여 의문을 표시했다.

외신들은 당국의 관리 소홀도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참사는 주로 고교생들이었던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4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이후 가장 치명적인 사건”이라고 전했다. 

이어 “세월호 침몰과 사고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공식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있었고,한국 전역에 충격을 주었다”며 토요일의 압사 사건 이후 한국 사회에 안전 조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고 통신은 전했다. 

NYT는 “한국의 최악의 평시 재난 중 하나인 이 비극과 군중을 관리해야 할 당국의 책임에 대한 의문들은 번창하는 기술 및 대중문화 강국인 한국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고 전했다. 

이어“이번 토요일 밤의 이태원 상황은 최근의 정치적 시위 현장에서 민간인보다 경찰이 많아 보인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면서 “경찰과 공공안전 당국자들이 쏟아져 나온 군중에 제대로 대비가 안 된 상태로 보인다. 충분한 현장 인력과 계획이 없었던 것은 꽤 분명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NYT는 또 “궁지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불안을 가중시켰다”면서 “윤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이미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출처=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30일 “행정이 사고 현장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어 야당은 인재라는 이유로 정부 비판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윤석열 정권에는 타격이 예상된다”며 기사 상단을 장식했다.

2014년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침몰 사고를 교훈 삼아 한국 정부가 위기관리와 안전대책 정비를 추진했지만 이태원 사고로 당국의 안전 대응 미흡이 다시 지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경비력 증원 등 10만 명의 인파를 통제하는 특별한 체제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일본 매체는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면서 3년 만의 본격적인 핼러윈 행사에 많은 젊은이들이 몰릴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로부터는 사고를 막을 사전 안전 계획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30일 현장을 둘러본 야당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충분한 대비가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참사”라고 전했다.  

일본 NHK 방송은 일본 경시청이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도쿄에서 핼러윈(31일) 즈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도쿄 시부야에 경비 강화와 더불어 심야 음주를 일시적으로 금지한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일본의 경우 "2001년 7월 효고현 불꽃놀이 때도 관람객들이 쓰러져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당시 효고현 오쿠라해안에서 열렸던 불꽃놀이 때 사람들이 밀치다 넘어져 11명이 숨지고 200명이 넘게 다치는 참사가 있었다. 

유족은 아카시시와 효고현 경찰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해 2005년 6월에 총 5억6800만엔의 손해배상을 받았다. 또 관련 경찰 1명, 시직원 3명 등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의 경비 체계가 바뀌고 관련법도 개정됐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31일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사망자 154명, 부상자 149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가 33명, 경상자가 116명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사망자 가운데 여성이 98명, 남성은 56명이다. 사망자를 나이대별로 보면 10대 11명, 20대 103명, 30대 30명, 40대 8명, 50명 1명, 나머지 1명은 연령대가 파악되지 않았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이다. 국적별로 보면,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 1명, 호주 1명, 노르웨이 1명, 오스트리아 1명, 베트남 1명, 태국 1명, 카자흐스탄 1명, 우즈베키스탄 1명, 스리랑카 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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