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경로당 제로에너지 전환대상. 자료=서울시
2022년 경로당 제로에너지 전환대상. 자료=서울시

[이코리아] 최근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탄소배출 비중이 높은 건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제로에너지건축물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공공건물은 물론 민간주택에도 저탄소 건물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의무화 이행 과정의 준비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향후 저탄소 건물을 활성화하려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

국토교통부에서 지난해 6월 발표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녹색건축 활성화 방안’에서는 녹색건축 추진 핵심정책 수단인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확대와 제로에너지건축물(ZEB) 보급의 조기 추진 등을 중심으로 4개 전략, 8개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단계적 의무화... 2025년 민간인증 의무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건물의 탄소 배출량은 우리나라 탄소 총배출량의 24.7%를 차지했다. 탄소중립 로드맵은 2030년 배출목표를 2018년 탄소 배출량 52.1백만톤(t) 대비 32.8% 감축한 35.0백만t으로 설정하고, 건축물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신축 건축물의 제로에너지건축물 활성화와 기존 건축물의 그린 리모델링을 중점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정부는 저탄소 건물 확대를 위해 2017년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를 도입하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이다.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인증 받으면 용적률 완화와 취득세 감면 등 혜택을 받는다. 

2020년 연면적 1000제곱미터(㎡) 공공건축물에 대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됐다. 2023년부터는 제로에너지건축물의 공공 적용을 확대(1000㎡ 이상→500㎡ 이상)하고, 2025년부터 민간건축물에 대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의무화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서울시의 경우 2023년부터 신축 민간건물을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지을 것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68.8%를 건물 부문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 목표인 2024년보다 1년 앞서 대규모 신축에 ZEB을 우선 적용하고 점차 소규모 건축물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공공기관은 제로에너지건축물에 우선 입주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서울시는 노후건물 100만호를 2026년까지 저탄소 건물로 교체할 계획이다. 지난해 노후 국공립 어린이집과 의료시설 118개소를 대상으로 그린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 총 344톤의 온실가스를 줄인 바 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11일 발간한 ‘미래 트렌드와 주거의식 변화에 대응하는 주거복지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2050년 탄소중립’ 정책이 주거환경에 변화를 가져올 요소로 제시됐다. 

이길제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래 주택의 물리적 환경 정책방향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주택의 탈탄소화를 실현하며, 단열, 환기, 소음 등 주택성능 강화 및 주택 관리를 통한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주택의 탈탄소화를 위해 장수명 주택, 제로에너지 주택, 지능형(스마트) 주택 등 신기술과 결합한 주택 공급의 활성화가 필요할 것으로 국토연은 전망했다. 또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 인증·제로 에너지건축물 인증기준·지능형건축물 인증기준 등 기존 유사 목적의 기준은 향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또 국토연은 “주택 노후화와 거주자의 고령화로 인해 재고주택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공동주택 관리 개선을 위한 공적지원 강화, 공동주택 시설의 DB화 등 재고주택의 계획적 유지 관리 정착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에너지 성능이 높은 건축물의 확산을 위해 제로에너지건축물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인증 의무화 로드맵을 수립해 세계 최초로 제로에너지건축 인증제도를 도입했지만, 의무화 이행 과정의 준비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향후 탄소절감을 위한 제로에너지건축 활성화를 위해 관련 인증제도의 통합 및 절차 간소화, 인센티브 상향 및 관련 기술 개발, 컨트롤 타워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제로에너지건축물 관련  인증제도 간소화, 인센티브 상향 등 필요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6월 발간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향후 제로에너지건축물 활성화를 위해 관련 인증제도의 통합 및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행 건축물 에너지 인증제도는 건축물에너지효율 등급 인증제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로 분리되어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건물에너지효율등급 1++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인증 로드맵에 따라 인증의무화 대상이 민간건축물로 확대되는 2025년에는 인증 건수가 연평균 6000여 건 이상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자료=국회입법조사처
자료=국회입법조사처

김예성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보고서에서 “업무 처리의 효율성을 위해 인증 절차의 간소화가 요구된다”면서 “통합 과정에서 각 인증제의 중요한 평가 기준이 누락되지 않도록 통합기준‧평가 간소화 방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에 대한 인센티브를 상향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거용 외 건축물은 공사비가 30~40% 정도가 증가하며, 공동주택은 표준건축비 상한의 4~8% 정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입법조사관은 “향후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센티브의 등급별 차이를 확대해야 한다”며 “특히 민간건축물의 제로에너지건축 지원을 위해 저금리 대출‧이자 지원 등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밖에 제로에너지건축 비용을 낮추기 위한 관련 기술 개발 및 상용화와 컨트롤 타워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주거안정을 제공해야 할 주거복지 정책 역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주택의 탈탄소화 실현 개선비용은 경제성의 문제로 접근될 사항이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내진설계기준 강화 등과 같이 국민 안전과 복지 문제로 접근해야 된다는 것. 

이에 국가적으로 노후 건축물들을 개보수하는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지진 등에 대한 재난 안전성을 확보하고, 친환경 에너지 절감 정책도 함께 전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준공 후 30년 이상된 노후 건축물은 전국 289만6839동으로 전체(731만4264동)의 39.6%에 이른다. 주거용 건물의 비율은 전국 49.1%에 달하며, 서울의 주택 중 노후 건축물 비중은 2016년 36%였지만, 지난해 50%로 가파르게 급증했다.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올해 3월에 개최한 '기후위기시대 새정부 주택정책의 방향은' 세미나에서 박세희 한국리모델링협회 그린리모델링위원장은 “순차적으로 지진 및 화재 대비, 에너지 저감 등 주거안전과 환경개선을 추구하는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재건축, 재개발이 불가한 지역의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공공기금을 우선 투입,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슬럼화 방지는 물론 국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리모델링으로 서민주거안정, 주거복지, 안전까지 한번에”

시민환경단체는 건물의 기후 위기 적응과 관련해 “건축물의 제로에너지 전환은 온실가스를 줄일 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 적응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추소연 RE도시건축 대표는 지난해 9월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기후위기 대응 시민사회 비전 포럼’에서 “건축물의 제로에너지 전환에 대한 지원과 규제를 재산권에 대한 침해로 보기보다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분담하고, 기후 위기에 보편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 있는 정주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으로 보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증가하는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볼 때,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개별 건물의 효율 향상 및 도시의 에너지원 전환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향후 과제로 △신축 건물의 기준 강화 △노후 건축물의 성능 관리 △지역 단위의 ZEB전환과 상생 △건물에너지성능의 시장가치화를 제안했다. 추소연 대표는 “기존 건축물의 성능 개선은 자발적이고 효율적으로 성능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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