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의 설문조사 결과,  서울시민 5명 중 4명은 가정용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석탄을 넘어서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의 설문조사 결과, 서울시민 5명 중 4명은 가정용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석탄을 넘어서

[이코리아] 서울시민 5명 중 2명은 보조금 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가정용 태양광을 설치할 의향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제도적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가 여론조사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서울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대부분의 시민들 사이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기후위기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는 1.5%에 불과했으며,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심각하다”는 응답이 96.2%(매우 심각하다 58.6%, 다소 심각하다 37.6%)에 달했다. 

반면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온실가스 배출 주체에 대한 인식은 현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 주체로 서울시민이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제조업, 건설업 등의 산업 부문”(47.8%)이었는데, 환경부에 따르면 실제 1위는 발전 부문(32.7%, 2021년 기준)이다. 조사에 참여한 시민 중 “발전 부문”을 꼽은 경우는 15.6%로 3위에 불과했다. 

현재 전력 생산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연료가 “석탄”(43.5%)이라는 사실을 알 고 있는 응답자도 많았지만, 적지 않은 응답자(35.3%)는 “원자력”이라고 답했다. 서울시의 전력자립율에 대해서도 “20~30%”라고 답한 응답자(29.2%)가 가장 많았는데, 한국전력에 따르면 서울시의 실제 자립율은 지난해 기준 11%에 불과했다.

에너지산업의 문제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낮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에너지 부문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적지 않았다. 실제 서울시민들은 스스로 실천할 의향이 있는 기후위기 대응 노력으로 “에너지 절약”(93%)과 “아파트 태양광 설치”(60.3%)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특히 서울시민들이 석탄발전의 대체 재생에너지원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태양광”(45.2%)이었으며, 2위는 수소(25.1%), 3위는 수력(11.5%) 등이었다. 또한,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를 조달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동의한다는 응답이 92%로 매우 높았다. 

재생에너지 활용에 동참하려는 시민들의 의지도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시민 중 83.8%는 “가정용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47.5%는 “(보조금) 미지원 시에도 설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10명의 시민 중 4명은 정부 지원과 관계없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가정용 태양광 모듈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고  싶다고 답한 셈이다. 각 건물에 태양광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에도 83.6%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다수의 서울시민들이 재생에너지 활용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 국내 가정용 태양광 보급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가정용 태양광 에너지 누적 보급량은 1.5GW로 전체 태양광 누적 보급량(17.3GW)의 8.9%에 불과했다.

정부는 올해 신재생에너지보급(주택지원)사업 예산으로 650억원을 편성하고, 이 가운데 468억원(단독주택 414억원, 공동주택·공공(임대)협약 54억원)을 태양광에 지원하기로 했지만, 기존 지원 규모와 크게 다르지 않아 가정용 태양광 보급률을 높이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 

이러한 국내 현실은 점차 가정용 태양광 설비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어긋나는 것이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태양광 시장 동향 및 우리 기업의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태양광 신규 설비 중 가정용 비중은 18%로 2017년(6%) 대비 3배나 증가했다. 발전·상업용 설비에 비해 가정용 태양광 설비의 비중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

호주 태양광 용도별 설비 용량(2020년). 자료=국제무역통상연구원
호주 태양광 용도별 설비 용량(2020년). 자료=국제무역통상연구원

특히 호주의 경우 태양광 누적 설비 중 가정용 비중이 51.3%(2020년 기준)로 절반이 넘을 정도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 13일 공개한 ‘호주 신재생 에너지의 새로운 블루칩, 소규모 태양광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연방 및 주 정부는 가정용 태양광 설비 보급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실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정부는 ▲태양광 발전시설 및 가정용 배터리 설치 시 가구당 9000~1만4000 호주달러(약 810~1260만원)의 대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 저소득 가정에 대해서는 3kW 규모의 발전설비를 무상으로 설치해주고 있다. 빅토리아주 정부 또한 가정용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판 가정이 배터리를 설치하는 경우 3500호주달러(315만원)을 지원한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를 담당한 기후솔루션의 김규리 활동가는 “서울시민 다수가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직접 설치를 비롯해 직접 나서야 할 만큼 기후위기와 화석발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이번 설문으로 확인됐다”며 “정부와 서울시는 시민의 이런 열망에 제도적 변화로 호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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