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보건복지부
자료=보건복지부

[이코리아] 정부가 건강관리서비스를 민간기업에 맡겨 활성화하는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어 의료민영화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12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12개가 시범 인증 대상으로 선정됐다.  

복지부 등은 지난 6일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인증 시범사업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31개 서비스 중 12개 서비스를 인증 대상으로 선정했다.

의료민영화 추진과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5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한지 하루만이다.

건강관리서비스는 건강 유지·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악화방지 등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상담·교육·훈련·실천 프로그램 및 관련 서비스다.

인증 대상 서비스들은 임상적 안전성, 근거의 객관성·전문성 정도 등의 평가 지표상 유효하고 적절한 서비스라는 인증을 받았고, 인증 유효기간은 시범사업이 종료되는 2024년 6월까지다.

복지부는 12개 서비스를 3가지 유형 △1군 만성질환관리형 △2군 생활습관개선형 △3군 건강정보제공형 등으로 나눠 소비자 건강상태와 필요에 따라 선택해 사용하도록 했다. 1군으로 인증된 5가지 서비스의 경우 내년부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의 환자관리 수단으로 활용된다.

자료=보건복지부
자료=보건복지부

만성질환관리형으로 닥터다이어리 클래스(업체명 닥터다이어리), S-헬스케어(창헬스케어), 케어디(메디칼엑설런스), 케어크루(휴레이포지티브), 키니케어(유티인프라) 등 5개 서비스가 인증을 받았다.

생활습관개선형으로는 로디(지아이비타), 바이오그램(헬스맥스), 실비아(실비아헬스), 오케이(KB헬스케어), 웰비(비엠엘)가 인증 대상 서비스다.

건강정보제공형으로는 운동량 측정·관리를 하는 런데이(땀), 보건소 사업과 연계한 건강정보를 주는 스마트주치의(송파구보건소)가 인증을 받았다.

아울러 복지부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에서 고혈압‧당뇨 환자 대상 건강관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케어코디네이터’ 활성화를 위한 제도와 정책과제도 함께 추진‧발굴한다고 밝혔다.

케어코디네이터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에 참여하는 의원에 고용돼 의사가 수립한 개별 환자 맞춤형 건강관리 종합계획에 따라 통합적인 환자 관리를 수행하는 인력으로, △혈압‧혈당 수치 및 질환 상태 모니터링 △영양 및 생활습관 교육‧상담 △의료진-환자 간 정보 공유‧협력 등의 역할을 한다.

복지부는 케어코디네이터 활성화 방안으로 내세운 것은 ‘단시간 근로 형태’다.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의원과 단시간 근로를 희망하는 유휴 간호사 등 수요자와 공급자 양측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것. 현재 올해 8월 기준으로 케어코디네이터 고용률은 2.3%에 불과하다.

이에 케어코디네이터 업무 능력에 대한 의원의 신뢰 제고를 위해 각 직능단체별 케어코디네이터 표준교육과정을 개발해 내년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또 취업 연계 이후에 안정적인 고용이 지속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기 위해 대한간호협회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의 사후관리(방문, 전화 등)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과제를 발굴‧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인증은 정부가 지난달 초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을 개정해 그동안 원칙적으로 불가능했던 만성질환자 대상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의료인이 의뢰한 경우를 전제로 대폭 허용한 가운데 진행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경제 규제 혁신방안’을 발표했고, 이후 후속조치로 산업계와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시민사회는 사실상 의료 민영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관계자는 12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1군인 만성질환의 경우 관리가 곧 치료로서 국민건강보험의 영역으로 공적으로 관리되는 의료행위 영역이다. 그런데 건강 ‘관리’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의료행위 일부를 영리업체에 넘기는 것은 명백한 의료 민영화”라고 설명했다. 

2,3군인 질병 예방 및 건강증진도 원래는 국민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공적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관의 95% 이상이 민간병원이다 보니 예방 영역에 관심이 없다. 이런 공적영역에서 시민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하니 이런 허점을 파고들어 제도를 우회해 민간기업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나서서 지역사회 돌봄을 더 제공하고 의료·간호 영역의 방문 진료를 통해 국민의 건강관리와 예방증진에 힘을 써야 하는데, 이런 커뮤니티 케어는 하나도 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원한다면서 건강관리 영역을 민영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비판했다. 

관계자는 “건강관리 및 만성질환자를 민간영역에 넘기면 1,2차 의료기관도 민간업체가 알선하게 될 것인데, 사실상 건강관리부터 의료기관 알선까지 의료를 전부 장악하는 미국 시스템처럼 되는 것”이라면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일방적 의견만 반영된 정책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