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진행 중인 수소 프로젝트. 자료=entsog, 다올투자증권
유럽 내 진행 중인 수소 프로젝트. 자료=entsog, 다올투자증권

[이코리아]기후변화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난으로 세계 각국이 태양광·풍력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전력은 연속적이지 않고, 전력 자체의 저장·전송에도 한계가 있어 새로운 에너지 저장 캐리어가 필요한데, 이런 상황에 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13일 세계 수소기업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에 따르면 세계 수소 수요는 2030년에 약 1억톤(t), 2050년이 되면 세계 수소 소비량이 5억46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132억6000만배럴의 석유를 대체하는 규모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20%에 육박한다.

수소에너지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핵심수단일 뿐 아니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각국의 에너지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에너지 저장 기술(ESS, Energy Storage System)이 필요한데, ESS로 흔히 떠올리는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 Battery ESS)의 경우 자체 방전 등으로 전력 저장 기간이 짧고, 저장 용량도 크지 않다. 또 그리드망을 활용한 장거리 전력 공급이 비효율적이라는 면에서 100% 배터리에만 의존할 수 없다. 

반면, 수소에너지저장장치(HESS, Hydrgoen ESS)는 BESS 대비 에너지 전환 효율은 떨어지지만 대용량의 에너지를 장기적으로 저장할 수 있고, 전력망과 가스망의 유기적 결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저장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태양광·풍력 프로젝트들 중 일부는 수소 생산 프로젝트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수소 선도국에서는 수소의 안정적 확보 및 공급을 위한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달 16일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글로벌 수소 정책 중 청정 수소에 대한 첫 세제 혜택을 포함하고 있어 청정 수소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IRA 법안은 새로운 청정 수소 생산 시설에 대해 PTC(생산 세액공제)와 ITC(투자 세액 공제)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2023~2032년 사이 운영이 시작되는 저탄소 수소 프로젝트는 운영 초기 10년 간 이번 신규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PTC 시행으로 세액 공제를 통해 수소 생산 프로젝트가 많아진다면 그린수소의 패리티(동등함) 달성 시점은 2025년으로 당겨지며, 2030년 경에는 보조금 없이도 그레이 수소와 패리티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풍부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을 바탕으로 수소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는 중국은 대규모 신재생 발전원 및 알카라인 수전해 기술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총 5만대의 수소 연료전지 차량 보급 및 자국 내 그린 수소 생산을 연 10~20만톤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국가에너지국(NEA)은 중국 정부 차원에서 최초의 수소 계획인 ‘수소에너지산업 중장기 발전계획(2021~2035)’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가장 전력난이 심각한 유럽은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신재생과 수소를 결합한 조합을 선택해 이미 유럽 내에는 수소 생산 프로젝트만 60개 이상 진행 중이다. 

유럽은 지난 4월 리파워 EU(REPower EU) 프로그램을 발표했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뿐만 아니라 수소 산업에 대한 목표치를 제시했다. 2030년 EU 내에서 생산하는 재생 가능한 수소 규모는 기존 목표 대비 2배 가량 증가한 1000만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80기가와트(GW) 규모의 수전해 설비가 필요하다. 또 추가적으로 1000만톤의 수소를 수입할 계획이다. 영국도 2030년까지 저탄소 수소 생산 목표를 10GW로 기존 계획 대비 2배 늘렸고, 이 중 절반은 수전해를 이용하여 생산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수소 에너지 정책은 어디쯤 와 있을까. 

한국은 정부의 탄소중립과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따라 올해 5월 수소경제법이 개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청정수소 인증제, 청정수소발전제도(CHPS)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청정수소인증제는 내년에 초안을 공개하고 2024년부터 제도 시행에 나설 예정이며, 발전사업자에 청정수소 사용을 의무화하는 청정수소발전제도(CHPS)는 2023년부터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연내 시행령이 발표될 전망이나 아직 수소 생산에 대한 뚜렷한 계획과 실행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대전 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제3회 수소경제와 한국의 수소기술 학술토론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오태석 제1차관은 “2030년까지 세계 수소시장을 선도하는 대표기업들을 키우기 위해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제고하는 연구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수소 기술개발 이행안을 연내에 제시하고, 수소경제의 핵심인 수소 생산과 유통 관련 기술을 세계 선도수준으로 높일 수 있도록 대표적 범부처 연구개발 예타 사업을 2024년 개시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9월초 진행된 ‘제1회 청정수소 교역 이니셔티브(CHTI) 국제포럼’에서는 한국 청정수소 인증제를 재생에너지·원전·천연가스 등 생산 원료나 방식과 상관없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설계할 계획이라고 언급됐다. 또 인증범위 선정에 있어 청정수소 또는 청정수소의 원료를 주로 해외에서 도입해야하는 한국의 특성을 반영할 것임도 밝혔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소 생산 기술은 글로벌 업체 대비 열위에 있을 뿐더러, 그린 수소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재생에너지원도 확보되어 있지 않다”라면서 “청정수소 인증제를 재생에너지·원전·천연가스 등 생산 원료나 방식과 상관없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설계할 계획으로 진정한 의미의 그린 수소보다는 청정에너지에 초점을 맞추어 수소 산업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수소 활용에 쓰이는 연료전지 기술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연료전지 기술 확보가 중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400MW를 넘어 2022년에는 520MW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글로벌 신규 설치량의 약 40%가 국내에서 설치되고 있을 만큼 한국이 연료전지 설치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은 연료전지를 발전용으로 사용하며 2018년 이후 매년 연간 100MW 이상을 설치하고 있다. 이에 2022년 6월 말 기준 806MW의 발전용 연료전지가 설치되어 있으며, 2023년부터 CHPS가 시행되면 연료전지 수요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 연구원은 “수소를 에너지 캐리어로써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소 그 자체를 산업에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운송 및 발전 부문의 연료로서 연료전지에 투입되어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활용 부문에 많이 쓰이는 연료전지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데, 국내기업들은 현재 상업화 단계에 돌입했으며, 향후 타 국가로의 수출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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