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KDI 연구위원이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위원은 2025년부터 10년에 1세를 지속적으로 노인연령을 상향 조정할 경우에 2100년도에는 노인연령이 74세가 되고 이 경우 생산연령 대비 노인인구는 60%가 돼 현재 기준 대비 36%포인트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이태석 KDI 연구위원이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위원은 2025년부터 10년에 1세를 지속적으로 노인연령을 상향 조정할 경우에 2100년도에는 노인연령이 74세가 되고 이 경우 생산연령 대비 노인인구는 60%가 돼 현재 기준 대비 36%포인트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100세시대’가 현실화되면서 현행 노인 기준의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오른 데다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 맞춰 노인 연령 기준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노인 연령에 대한 법적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현재 한국의 노인 연령 기준은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상의 65세로 통용되고 있다. 49개 주요 복지 사업 가운데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24개 사업이 수급 연령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쓰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생산연령인구 역시 15∼64세다.

60대 자신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65세 이상 1만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노년이 시작되는 연령’을 평균 70.5세라고 답했다.

또 같은해 서울시에 거주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서는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의 시작 연령은 평균 73.4세로 조사됐다. 

하지만 70세 이상으로 노인연령을 상향조정하면 어떻게 될까. 기존의 복지혜택을 받던 나이대는 일률적으로 노인복지에서 제외된다. 

노인 연령 기준은 사회보장제도의 연령 기준, 고용 관련 연령 기준, 주관적 기준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노인연령 상향과 관련해 사회적 쟁점이 되는 부분은 사회보장제도다. 

사회보장제도에서 복지서비스 대상이 노인인 경우 대상자 선정 요건 중 연령이 기준에 포함된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65세가 기준이 되고 있다.

우선 다층적 소득보장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수급 개시연령이 62세(2021년 기준)이지만 2033년까지 5년마다 1세씩 상향되어 65세로 늘어나고,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의 수급 연령은 65세 이상이다.

또한 노인 무임승차제, 철도 운임 할인, 고궁 등의 무료입장과 같은 경로우대제도와 취약 노인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모두 연령 기준이 65세 이상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65세 이상 또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65세 미만이 대상이고, 노인일자리사업은 사업유형에 따라 60세또는 65세 이상이 연령 기준이다. 

반면, 주택을 담보로 한 역모기지인 주택연금의 가입연령은 55세 이상이고, 농지를 담보로 한 농지연금(노후생활안정자금)의 가입연령은 올해 2월부터 60세 이상으로 하향됐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에서는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고, 고령자는 동법 시행령 제2조에서 55세 이상으로 정의되고 있다. 또한 2019년 대법원은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했는데 이는 1989년 55세에서 60세로 올린 지 30년 만의 변경이다.

노인연령 기준현황. 자료=국회입법조사처
노인연령 기준현황. 자료=국회입법조사처

해외 주요국의 사례는 어떨까.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은 노령·유족·장애인연금(OASDI)의 수급 연령이 66세 이상이지만 정년이 폐지된 상태다. 일본은 국민연금·후생연금의 수급 개시연령이 65세이고 정년은 기업이 정년폐지, 정년연장(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65세까지 계약직으로 재고용)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법정연금보험 등의 공적연금(GRV)의 수급 개시연령을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상향하고 정년 또한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할 계획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는 올해 24.6명에서 2070년 100.6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연령인구 대비 14세 이하 유소년인구와 노인인구 비율인 총부양률도 2058년부터 100%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6일 ‘노인연령 상향조정 가능성과 기대효과’라는 연구보고서를 내고 국내 기대수명이 꾸준히 오르고 고령층의 건강 상태가 과거보다 개선됨에 따라 현행 65세의 노인 연령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기대여명을 기준으로 국내 노인연령의 상향 조정 가능성을 판단할 경우 향후 10년에 약 1세씩 노인연령을 지속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노인 복지 관련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노인연령의) 점진적 상향 조정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은 65세 이상 연령층의 건강 개선 상태를 고려해 오는 2025년 이후 10년에 1세씩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적용하면 2100년도에 노인 연령은 73세가 된다. 노인부양률은 60%가 돼 현재 노인 연령 기준인 65세로 유지할 때보다 36%포인트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위원은 설명했다.

이 위원은 “노인복지사업 관련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장기적 시계에서 질병 및 장애부담, 성별·지역별·소득별 격차를 고려해 객관적 근거에 바탕을 둔 점진적 상향 조정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노인 연령 하향 조정을 논의하는 이탈리아 사례 등처럼 사회적 합의 없이 급격하게 노인 연령이 올라갈 경우 이해관계 충돌 등으로 다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노인 연령 상향 조정에 따라 은퇴 시기가 미뤄질 때 나타날 수 있는 청년과 노인 간의 일자리 갈등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하자는 건 아니고 생산연령이 줄어드는 2025년 이후 하자는 것”이라며 “(이후에는) 노동시장에 참여는 인구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혼잡도가 상대적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갈등 해소 등을 위해 정년 연장과 함께 연공제 등의 임금 체계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복지 재정의 과도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인 연령 기준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하지만 복지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선별적이고 차별화된 정책 도입을 촉구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65~69세를 ‘전기 노인’, 70~79세를 ‘노인’, 80세 이후를 ‘후기 노인’으로 분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일자리, 소득보장, 각종 사회서비스 필요 등이 노인의 연령대별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인 관련 법제의 기본법 역할을 하고 있는 노인복지법에 변경된 노인연령 기준을 독립된 조항으로 규정하는 방식도 좋을 것”이라면서 “노인복지법에 노인연령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면 다른 관련 법령들에서도 이를 적용해 노인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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