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가 25일 서울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가 25일 서울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이코리아]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2500억원대의 피해를 일으킨 혐의로 구속된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자들은 장 대표에게 사기의 고의성이 의심된다며 반박했다.

장 대표 측 변호인은 지난 2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해 죄송하지만 피고인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환매가 중단됐다”며 “범죄 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말했다.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된 장 대표는 부실 상태의 미국 P2P대출채권에 투자했음에도 고수익이 보장되는 안전한 투자라고 속여 1348억원 상당의 펀드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장 대표가 지난 2017년 디스커버리 펀드의 기초자산인 쿼터스팟(QS) 대출채권 부실로 환매 중단이 우려되자 조세회피처에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 뒤 대출채권을 액면가로 매수해 미국 자산운용사의 환매중단 위기를 해결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장 대표는 2018년 실사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투자자들에게 해당 위험에 대해 알리지 않았으며,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환매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돌려막기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반면, 장 대표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미국 자산운용사 DLI의 브랜든 로스 대표의 회계조직, 미국 펀드 투자업체 SAI의 법정관리 때문에 발생한 것이며 QS 대출채권의 부실이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장 대표와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사기를 저지른 범죄자가 아니라 오히려 사기를 당한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장 대표의 형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형이 청와대 있다고 해서 부실 사태를 막아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장 대표는 형이 청와대에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피해자 단체는 여전히 장 대표에게 사기의 고의성이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날 공판이 열린 서울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스커버리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기업은행과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벌인 사기행각이었으며, 고객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안겼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지난 2017년 장 대표가 QS 대출채권의 부실을 알면서도 액면가에 인수한 것은 ‘손해 보는 장사’였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대책위는 “악성 부실채권을 인수하면 디스커버리와 DLG의 재정상태가 부실해질 것이 뻔한 상태에서 DLI 대표 소유 지분가치의 보증계약 효력은 언발에 오줌누기요, 폭탄돌리기가 될 것이 뻔한 이치였다”라며 “결국 장하원과 엘리엇 강이 악성 부실채권 QS의 인수댓가로 또 다른 범죄행각이나 리베이트를 받지 않았다면 손해보는 장사를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어 “조세회피처에서 돈 세탁을 했거나 돌려막기를 통해, 고객의 돈을 다른 곳으로 빼돌린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라며 “DLI의 악성채권(QS) 인수로 미 DLI 투자자들의 손실 부담은 털어냈지만 이로 인해 브랜든 로스의 부당수수료 징수 등 범죄행위에 공모하고, 로스의 불법 행위를 감추는데 일조하고 범죄 발각시기를 지연시켰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또한 판매사인 기업은행의 책임도 지적했다. 대책위는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 장하원 대표의 불법행위에 적극 가담하였거나 사기행위를 충분히 알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작위에 의한 회피로 사기판매 행위를 벌였다”며 “(디스커버리 펀드의 안전성에 대해) 적극적인 검증을 하지 않고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의 허위 투자제안서를 가지고 고객에게 안전성만 강조하며 사기판매에 혈안이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어 “환매중단 이후 2019년 5월 16일 장하원과 김수현 김민수 등 디스커버리 임직원과 기업은행 이승현, 박주호 등 투자상품부 직원이 미국 현지 출장을 통해 DLG의 엘리엇 강과 미국 현지 로펌이 모여서 대책회의를 하는 등 긴밀하게 움직였으면서도 DLG의 실체를 사실대로 밝히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기망의 고의를 갖고 있었다고 본다”며 “검찰과 경찰이 추가 수사로 진실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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