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신규 양수발전소 조감도.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영동 신규 양수발전소 조감도.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이코리아] 기후변화로 세계 곳곳에서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한 가운데 계속되는 가뭄으로 청정에너지원인 수력발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6월에 발표한 '2030년 수력발전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수력발전은 전 세계 발전량의 1/6을 공급해 저탄소 전력의 단일 최대 공급원이다. 현재 수력발전은 총 인구 8억명의 28개 신흥 및 개발도상국의 전력 수요를 대부분 충족시키고 있다.

수력발전은 저수지, 소수력 및 양수 저장 방식 등 세 가지 주요 발전유형이 있다. 수력발전은 생산되는 대량의 저탄소 전기를 통해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유연성과 저장 능력을 제공하는 탁월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많은 수력 발전소는 원자력, 석탄, 천연가스와 같은 다른 발전소에 비해 매우 빠르게 발전량을 올리고 내릴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2030년까지 전 세계 수력발전의 40%를 차지하며 인도가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국의 전 세계 수력 증설 비율은 경제적으로 매력적인 부지의 가용성이 감소하고 사회 및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감소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 미디어 클라이밋 홈 뉴스에 따르면 중국 쓰촨성을 지나는 창장강(양쯔강) 유역의 강우량이 평년의 45% 정도 감소했다. 쓰촨성은 전체 에너지의 약 80%를 수력발전을 통해 생산하고 있어 쓰촨성은 물론이고 쓰촨성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를 쓰는 중국 동부연안의 제조업 지역도 전력난으로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국가 에너지 믹스에서 16%의 점유율을 가진 수력발전은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에 중요한 기둥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경색 국면에 대응해 대안으로 석탄발전을 활성화하고 있다.

추홍 탕 중국 과학아카데미 교수는 2016년 연구에서 기후 변화가 2020~2070년 동안 중국의 수력 발전 잠재력을 2%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쓰촨성의 경우 최대 10%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치가 나왔다.  

기온 상승은 중국의 강우량과 증발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상자료에 따르면 중국 남부의 홍수 시즌은 평년보다 2주 일찍 시작됐으며, 평균 강우량이 1961년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에 도달했다. 

5월부터 7월까지 폭우로 인해 중국 수력 발전의 중심지인 쓰촨성이 침수되어 전력 생산이 과잉됐다. 이어 6월 중순에 시작된 폭염이 60일 이상 장기화되면서 쓰촨성의 저수지가 말라가고 발전 차질이 빚어지면서 공장 가동 중단 명령이 내려지는 등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 연구소의 수석 과학자 나탈리 보이신은 "수력 발전의 경우 스토리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수요가 적을 때는 물을 저장하고 수요가 많을 때는 물을 생산한다"며 "기후 변화는 전력 수요와 저수지로의 유입 모두에 영향을 미쳐 잠재적으로 수요와 공급 격차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수력 발전 저수지 관리에 도전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클라이밋 홈 뉴스는 “가뭄의 원인은 복잡하지만 기후 변화는 두 가지 중요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기후변화는) 비를 더 짧고 더 강한 폭발로 집중시켜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더 많은 물을 증발시키는 더 뜨거운 온도를 가져온다”고 전했다. 

유럽도 가뭄으로 수력발전이 현저히 줄었다. 블룸버그 통신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기후변화로 수력발전이 전년대비 40%나 줄었다. 유럽 최대의 전력 수출국인 노르웨이는 가뭄이 악화하면 전력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수력 발전에 의존하는 노르웨이는 전력 생산량의 약 5분의 1을 이웃 유럽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댐 수위가 가뭄으로 49.3% 수준까지 떨어지자 비상이 걸렸다.

테르예 아슬란드 노르웨이 석유에너지장관은 지난 8일 외회에서 "(수력발전용 댐) 수위가 평년 밑으로 떨어졌을 때 전력 생산보다 댐에 다시 물을 채우는 것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정부가 가스 부족에 직면하자 석탄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하기 위해 24개의 석탄 화력 발전소를 다시 가져오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7월에 통과됐지만 공급 문제로 인해 지금까지 단 한 개의 석탄 공장만 다시 가동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공급 문제는 이상기후로 인한 가뭄으로 라인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석탄 바지선이 수용능력의 1/3만 실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상 기후로 인한 글로벌 수력발전량의 위기가 가중되는 가운데 한국의 수력발전의 현황은 어떨까.

한국수력원자력 담당자는 24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국내 수력발전은 전체 발전량 중 1% 미만의 아주 작은 양이라 전력생산에서의 비중은 미미하다”면서도 “수력발전은 홍수조절의 역할이 있고, 양수발전의 경우 빠른 시간 내 전기 생산이 가능하므로 대규모 정전 시 자체기동발전을 통해 타발전소에 최초로 전력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양수발전설비는 정지상태로부터 3분 안에 가동 가능한 반면, 가스발전은 정지상태에서 20~60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수원은 올해 말 영동·홍천·포천 등 3개 양수발전 사업의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년 12월)에 따라 한수원이 영동, 홍천, 포천 등에 추진 중인 양수발전 건설사업 모두가 올해 2월 21일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새롭게 건설 예정인 양수발전소는 대부분의 설비가 지하에 위치해 환경 피해가 거의 없는 친환경발전소로 손꼽히고 있다”며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보다 높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건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앞으로 환경영향평가,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등을 추진할 예정이며, 충북 영동군에 2030년까지 500㎿급, 강원도 홍천군에는 2032년까지 600㎿급, 경기도 포천시에는 2034년까지 700㎿급 양수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총공사비는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 기준 약 4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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