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9일 수도권 폭우 상황 때 자택 전화 지시로 논란이 이는 가운데 국가지도통신차량의 사용 유무가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 대통령 서초동 자택이 '지하벙커 수준'으로 원격 위기 대처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국가 비상상황에서 해당 차량의  운용이 안된 점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는  남아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3월 29일 미니버스 크기의 국가지도통신차량이 화상시스템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이 가능하며, 재난안전통신망 등을 갖추고 있다고 홍보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한 톨도 남기지 말고 국민에게 돌려주라’며 재난 등 위기 상황 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 대신 이동식 국가지휘통신차량을 이용하겠다고 한 데 대한 설명이다. 또 이 차량이 윤 대통령이 ‘이동 시’에 함께 하며 서초동으로 퇴근하고 난 뒤에는 아크로비스타 근처에 24시간 정차하며 비상상황에 대기한다고도 했다.

말 그대로 이 차량은 대통령이 대통령실 외부에 있을 때를 대비한 비상용이다. 하지만 115년만의 폭우라는 비상상황에서 국가지도통신차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폭우는 단시간에 수많은 비가 내려 미처 대비할 수 없이 큰 피해를 낳았는데,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때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렸고, 비가 집중해서 왔던 서울 이남 지역은 물바다가 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9일 오전 6시 기준 사망 7명(서울 5명·경기 2명), 실종 6명(서울 4명·경기 2명), 부상 9명(경기) 등으로 집계됐다. 

국가지도통신차량은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소속이다. 대통령실과 중대본 측에서 이번 폭우 사태를 ‘중대재난’으로 판단하지 않았기에 국가지도차량이 가동되지 않았던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자연재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는데, 향후에도 대통령이 퇴근해서 자택에 있을 시 자택통신시설을 이용할 건지에 대한 여부도 논란이다. 

<이코리아>는 11일 대통령실 대변인실에 이와 관련해 질의를 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한편, 집중 호우에 따른 재난 상황임에도 국가지도차량이 등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사저 내부가 “지하벙커 수준”의 국가지도통신차량과 비슷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각종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머물고 계시는 자택에는 모든 시설이 거의 완벽하게 다 갖춰져 있다"며 인수위 시절 공개됐던 지하벙커 수준의 미니버스 '국가지도통신차량' 이상의 장치가 윤 대통령 자택에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기로 했을 때 인수위가 위급상황 대처를 위해 대통령 자택 옆에 ‘국가통신지도차량’이라는 명칭의 지하벙커 수준 미니버스가 24시간 대통령 자택 옆에 있을 거라고 했던 일을 거론하며 “그 차량이 이번에도 있었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저는 그것보다는 이미 벌써 대통령께서 머물고 계시는 자택에도 그러한 모든 시설이 거의 완벽하게 다 갖춰져 있다"며 "그런(위급상황) 지휘는 큰 문제 없이 진행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요즘 그런 위기상황이란 것은, (총책임자가) 꼭 현장에만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 워낙 좋은 통신수단이나 이런 게 다 있고 그런 것이기 때문에”라고 덧붙였다.

진행자의 ‘대통령의 전화 지시가 휴대폰으로 한 건 아니었단 거냐’는 질문에 한 총리는 “모든 비밀이 보장될 수 있는 통신수단이 다 있다”며 “지하벙커 수준이라고 보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사저가 지하벙커 수준이라는 한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여론은 좋지 않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 정도면 용산 대통령실은 뭐 하러 만드나’ ‘청와대 벙커가 그렇게 허술했나’ ‘앞으로 국가재난 회의는 아크로비스타에서 하나요?’ 등 비난이 거세다. 윤 대통령이 폭우나 산불 등 국가적 재난 앞에서 부적절한 판단과 처신을 반복하면서 국민 불안감을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한 총리는 '비가 아니라, 전쟁 등 더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대통령실 복귀가 어려웠던 건가란 국민적 불안이 있다'는 지적에는 “이번 상황 같은 것을 전반적으로 리뷰를 할 것”이라며 “워낙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걱정하시지 않을 수 있도록, 논의와 검토를 지속해서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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