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사진=뉴시스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계속된 폭염과 가뭄이 길어지면서 낙동강의 녹조 현상이 심상치 않자 환경부가 직접 조사에 착수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녹조 해소에 대해서는 가뭄 때문에 어렵다며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환경단체들은 시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시민 우려를 해소하는 투명하고 적극적인 환경 당국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환경부는 ‘녹조 현황 및 대책’ 자료를 통해 대구·부산·경남지역 정수장 5곳의 수돗물을 대상으로, 녹조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환경부 고시에 규정된 마이크로시스틴 분석법인 LC-MS/MS법과 환경단체가 사용한 ELISA법 두 가지 방법 모두 사용했다. 

환경부 측은 LC-MS/MS법은 정확한 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ELISA법은 신속한 대신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단체 조사 때보다 녹조가 심할 때 분석했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1일 채취한 대구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으며, 고산정수장에서 0.226ppb, 매곡정수장에서 0.281ppb, 문산정수장에서 0.268ppb각 각각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279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에 포함된 남조류에서 나오는데 마시거나, 피부에 닿거나, 호흡을 통해 몸에 흡수되면 간과 폐, 생식기, 신경계 등에 악영향을 끼치는 독소다. 세계암연구기관(IARC)이 발암물질로 규정했으며, 간 손상과 복통·구토·설사 등을 유발한다.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예년에는 8월에야 보였던 일명 ‘녹조라떼’ 현상이 6월말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낙동강 주변에서 재배하는 쌀과 무, 배추 등에서도 기준치를 뛰어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낙동강에 녹조 현상이 심화된 것은 남부지방의 극심한 가뭄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남부 지방의 올해 평균 강수량은 평년보다 140밀리미터(mm) 적은 203mm에 불과하다. 

올해 낙동강 유역 조류경보는 최근 5년 평균보다 2주나 이르게 내려졌다.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양도 평균 1mL에 3만7788세포로 예년 5.5배다.

환경부는 먹는 물에선 조류독소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정수 과정에서 99.98% 제거된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이 식수원의 안전마저 위협하는 상황에서 환경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뭄으로 인해 저수량이 적어 강의 유속을 높이기 어렵다면서 예년보다 심각한 수준인 낙동강 유역 녹조 발생을 막기 위한 추가 보 개방 등의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환경부 발표만으로는 수돗물에 대한 국민 불신은 해소되기 어렵다고 평하며,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녹조 독성 검사와 더불어 원수관리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2012년 녹조 창궐에 따라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고, 매년 이 말이 회자되고 있다. 10년 동안 녹조를 방치한 결과”라면서 “녹조 가득한 강물에서 시민들이 물놀이하고 강가를 산책하고 있지만 어떤 안전 경고도 안내도 없다. 그 강물로 농사를 짓고 수돗물을 생산해서, 결국 쌀, 배추, 무와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 이는 녹조 독소가 우리 환경 전반에 이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독소인 마이크로스틴 분석에 관한 공시법 체계를 갖출 것을 촉구했다. 현재 지자체마다 4종 또는 5종으로 각기 다른 마이크로스틴을 분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정수장마다 다른 규정을 가지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학계에 보고된 마이크로시스틴은 279종이나, WHO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환경에서 발견되는 종은 마이크로시스틴-LR, RR, YR 3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정작 우리나라 하천의 마이크로시스틴 종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만의 기초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하천마다 마이크로시스틴 종류가 다르므로 자체적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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