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군사비 지출 20대 국가의 군사비와 유엔기후변화협악(UNFCCC)에 1A5항목으로 보고한 배출량, 평가. 자료= CEOBS 제공=녹색연합
 세계 군사비 지출 20대 국가의 군사비와 유엔기후변화협악(UNFCCC)에 1A5항목으로 보고한 배출량, 평가. 자료= CEOBS 제공=녹색연합

[이코리아] 한국군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783개 공공기관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다는 통계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에 군사부문도 탄소배출 관리·감축을 위한 국내 및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군 온실가스 배출량, 전체 공공부문 배출량보다 많아

녹색연합은 4일 “한국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기준 약 388만톤CO2eq(이산화탄소 환산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환산톤이란 주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단위다.

지난해 국방부의 연구용역 보고서 ‘군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탄소중립 정책 추진방안’을 통해 추산한 수치로, 녹색연합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했다. 우리 군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기준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같은 해 ‘공공부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대상인 전국 783개 기관의 전체 배출량인 370만톤CO2eq 보다 높은 수치다. 2011년부터 도입된 공공부문 목표관리제의 대상기관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공공기관, 지방공사 공단, 국공립대학, 국립대학병원·치과병원 등이 포함된다.

전체 공공부문을 넘어서는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함에도 군사분야는 온실가스 관리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 공공부문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의 대상기관에 군사부문은 아예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공공부문 온실가스 목표관리 운영 등에 관한 지침’ 제9조는 ‘국가 안보, 국방과 직결되는 시설’일 경우 목표관리 대상시설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방비 비중(세계 10위, GDP 대비 2.8%) 등을 고려할 때, 이번 배출량 수치는 실제보다 적게 추산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국방부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비공개하는 대신, 2020년 배출량 수치만을 공개했다. 전체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배출량의 산정범위, 산정방법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 

녹색연합은 “군사부문의 기후위기 영향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직접·간접배출량과 필요한 경우 전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이번에 확인된 배출량은 어느 범위까지 계산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한국의 국방비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이번 배출량 수치는 실제보다 적게 추산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도 이번에 공개된 배출량에 대해 “표본조사에 기반을 두어 산출된 것으로 실제 배출량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사각지대’

최근 국제사회는 전 세계의 군사부문에서 상당한 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성 펜타곤의 경우, 단일기관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스웨덴, 덴마크보다 미군이 한 해 동안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연구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각국은 자국 군사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할 의무가 없다. 2015년 파리협정 체제에서 군사부문 배출량 보고를 의무사항이 아닌 각국의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해외민간단체 '밀리터리 에미션 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각국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보고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 중 ‘1A5 미분류부문’ 항목에 군사용 목적의 연료 소비량을 기재하게 돼 있지만, 국방비 20위권 국가 중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8개국은 이 항목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해외 민간기구인 CEOBS 등은 한국에 대해서 ‘배출보고의 등급’은 ‘매우 현저히 축소보고됨’으로 평가했고, ‘데이타 접근성 점수’는 ‘부족함’으로 평가했다.

이 항목을 보고하는 경우에도 간접 배출량이 제외되는 등 군사부문 배출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해외 민간기구 등은 평가한다. 다만 미국 등 일부 국가는 기초적인 군사부문 배출량 통계보고서를 작성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국내 정책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군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의무 체계를 만들고, 정확한 배출량 통계를 작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녹색연합은 “직·간접 배출량(scope 1,2,3,3+)을 모두 고려한 군사부문 배출량 통계를 만들어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년 군사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군사부문의 탄소배출 증가와 기후위기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서 “군비를 축소하는 등 평화를 증진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곧 탄소감축 및 기후위기 해결과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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