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주)아이엠지티 연구소를 방문해 나노 약물 입자 크기 측정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주)아이엠지티 연구소를 방문해 나노 약물 입자 크기 측정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정부가 신약 개발과 백신 주권 강화를 위해 대규모 ‘K-바이오·백신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선 정부의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신약개발처럼 장기간 프로젝트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체계를 위해서는 제약바이오산업만의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진행해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공공부문이 2000억원, 민간이 3000억원 등을 투입해 5000억원 규모로 ‘K-바이오·백신 펀드’를 조성하고, 향후 1조원까지 확대해 바이오헬스 분야 민간 투자 활력을 높일 계획이다. 또, 유효물질 발굴에서 임상 2상까지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을 지원하는 2조2000억원 규모의 범부처 사업을 2030년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백신 대상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세제 개편을 통해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 공제율을 기존 6%에서 중견기업 수준인 8%로 상향하고, 바이오시밀러 임상3상 등 주요 기술도 ‘신성장 원천기술’로 추가 선정해 세액공제를 우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유행 발생 가능성이 큰 감염병 후보군을 대상으로 백신 후보 물질을 우선 연구·개발하고 위기 시 신속히 백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임상 시험 중인 국내 6개사의 코로나19 백신과 17개사의 치료제에 대해 지원도 계속한다. 현재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 중인 6개사는 △유바이오로직스 △큐라티스 △에스티팜 △ 아이진 △셀리드 △지원생명과학 등이다. 코로나 치료제의 경우, 신풍제약 '피라맥스정', 일동제약 'S-217622' 등 17개사의 18개 품목에 대한 임상이 진행 중이다.

국산 1호 백신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엔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심사 및 추가접종 효능확인 지원 등으로 글로벌 진출을 돕는다. 이는 선진국과 비교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 지원 규모가 작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금액을 보면 미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는 백신 개발에 각각 2조, 1조9000억원을 투자받았다. 반면 국내에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지난 2년 동안 백신에 2575억원, 치료제에 1552억원을 투자했다.

한편 이날 발표한 혁신방안은 △바이오헬스 투자 가속화 △규제 혁신 △바이오헬스 혁신 인프라 조성 △글로벌 협력 강화 등을 담았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이번 K-바이오·백신 펀드는 주목적 투자가 임상에 들어간 기업에 대한 투자가 60% 정도로 이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규정에 의하면 정부는 R&D 자금 등을 통해 임상 2상까지만 지원할 수 있다. 

이 제2차관은 “특히나 임상 3상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데 그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 하는 부분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빅펀드를 만들어서 임상 3상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보자, 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으로는 백신·치료제 개발에 있어 이번 정부의 행보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전 문재인 정부의 투자를 받고 개발을 중단하는 사례가 다수였던 만큼, 전주기적인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을 찾아서 효과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길어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들다. 연구 수행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해 포기하는 일도 생긴다. 정부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유망한 신약 개발 과제를 선정해 자금을 지원한다.

지난 1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가 발간한 제23호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신약개발 비용은 최소 500억원에서 최고 2조원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가장 많은 자금이 요구되는 후기 임상단계에서 개발자금이 원활히 조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는 그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2020년부터 1552억 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해 기업들을 지원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를 보면 6월 말 기준 정부의 치료제 임상 지원(R&D) 실적은 0이다.

국내 치료제 개발이 지지부진한 것은 선진국과 비교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 지원 규모가 작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금액을 보면 미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는 백신 개발에 각각 2조, 1조9000억원을 투자받았다. 반면 국내에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지난 2년 동안 백신에 2575억원, 치료제에 1552억원을 투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29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정부에서는 사후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전폭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역할이라고 본다”면서 “신약개발은 통상 10~15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리는데, 업계는 초도단계의 피드백보다는 오랜 시간 전주기적인 지원이 마련되기를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부가 업계에 다각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정책 구현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협회나 업계에서는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업계는 신약개발과 백신주권 강화의 노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제약바이오산업의 컨트롤 타워 설치가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가 지속적으로 건의하는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5월 3일 발표된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해당 내용은 빠졌고, 27일자 발표 자료에도 위원회 신설 내용은 없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27일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에 대해서는 정부부처 각 서로 협의를 통해서 앞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설치해나가도록 하겠다. 현재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