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대통령과 핸드폰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대통령과 핸드폰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의 텔레그램을 통한 사적인 문자 대화가 논란이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대통령의 텔레그램 사용과 함께 보안에 관한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 대행이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권 대행의 휴대전화 화면 속 메시지에는 윤 대통령이 '당원권 정지' 징계 받은 이준석 대표에 대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언급한 내용이 담겼다. 

텔레그램은 최근 몇 년 동안 정부 당국과 일반적으로 협력하지 않는다는 운영자들의 진술 때문에 특히 정치인·공직자들 사이에서 필수처럼 쓰이고 있는 메신저 앱이다. 하지만 아무리 보안이 탁월한 메신저라고 해도 대통령의 텔레그램 사용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직의 스마트폰은 늘 외국 정보 기관의 타깃이 된다. 대통령실은 해당 텔레그램 대화를 ‘사적 대화’라고 규정했지만, 당 대표와 대통령 간 소통인 만큼 공적 대화로 볼 소지가 커 보안이 중요하다. 

그간 대통령이 당 고위직과 텔레그램을 통해 대화한 사례는 드러난 적이 없지만 해외의 경우 정상 간 텔레그램을 사용한 사례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11월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텔레그램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개인 휴대폰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았을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27일 세계일보는 “분실이나 해킹 등 대통령 휴대폰의 보안 문제와 메시지 노출 위험성 등으로 인해 역대 대통령들은 개인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7일 방송된 YTN 라디오 '이슈&피플'에 출연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성동 직무대행의 문자에 대해 “형식도 문제고 내용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형식은 우선 대통령의 여러 가지 사무, 그다음에 업무는 냉정히 말해서 모든 것이 국가기록의 대상이다. 부부 간의 사적 대화는 모르겠지만. 정치자료로 모든 것들을 다 기록하게 된다”며 “대통령께서 업무 시간에 텔레그램을 이용해서 문자로 교신을 해서 한다. 이것 자체는 문제가 되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통령께서 인식을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떻게 집권당의 대표와 당무를 문자로 하는데 그게 어떻게 사적인 것이고 별 문제가 안 되겠냐”면서 “우선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는 자신의 모든 업무 행위가 국가기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자각하실 필요가 있다. 아마 제대로 된 비서관이 있다면 대통령으로부터 핸드폰을 압수하셔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텔레그램이 보안이 탁월한 메신저이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대통령실의 보안 규칙' 같은 건 지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중차대한 사안들이 저렇게 허술하게 외부로 노출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 아니냐' '전직 대통령들이 국정을 수행하는 동안 '사적인 일'이라는 걸 했던 적이 있었나' 등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대부분이다. 

텔레그램은 그룹 및 개인 채팅을 위한 서버-클라이언트 암호화를 제공하며, 텔레그램의 ‘비밀 대화’ 기능을 사용해 종단간 암호화(E2EE)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국내선 텔레그램이 '보안 메신저' 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일반 대화는 E2EE가 아니므로 원론적으로는 대화를 열람할 수 있다. 텔레그램 측은 그간 보안 이슈로 정책 당국과 협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6월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텔레그램이 현지 사법기관 자료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게다가 윤대통령은 권 대행과 텔레그램의 종단간 암호화(E2EE)를 통한 '비밀대화'가 아닌 일반대화로 문자를 나눠 이슈가 되고 있다. 비밀대화를 시작하면 대화 상대방 이름 옆에 자물쇠 아이콘이 뜨는데 언론에 노출된 사진으로는 자물쇠 아이콘이 없다. 

또 텔레그램 비밀대화 기능 중 ‘자동 삭제 타이머’라는 기능이 있다. 비밀대화와 달리 텔레그램의 자동 삭제 타이머는 수신자가 메시지를 읽을 때가 아니라 메시지를 보낼 때 시작된다. 따라서 수신자가 메시지를 읽기 전에 메시지가 사라질 수 있다. 타이머 기간은 24시간과 7일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권 직무대행의 휴대폰 화면 사진의 경우 대통령은 오전 11시 49분에 메시지를 보냈고, 언론에 공개된 사진은 오후 4시 13분에 찍혔다. 텔레그램 자동 삭제 타이머 기능을 이용했다면, 4시간도 넘게 지난 메시지가 국회 사진기자단에게 촬영되는 일은 없었을 것. 대통령은 보안을 위해 텔레그램을 선택했겠지만, 실상 전혀 보안조치가 되지 않은 대화를 나눈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텔레그램의 보안사용법 숙지가 제대로 안 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IT 업계에서는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면에서 텔레그램보다 시그널을 더 안전한 메신저로 평가하고 있다. 시그널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설치할 수 있는 일반적인 메신저 앱으로,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고 전화번호만 수집한다.

IT업계 관계자는 “시그널은 음성 및 비디오 통화뿐만 아니라 메시지도 전부 E2EE”라면서 “안드로이드에서는 보안 수준이 낮은 SMS/MMS 메시지에 대해 시그널을 사용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지만 시그널에서 완벽한 보안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양쪽 사용자가 모두 앱을 사용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시그널은 해외 기자들 프로필에서도 익명 제보용으로 종종 볼 수 있는 앱이다. 미국 IT미체 씨넷은 올해 1월 “영국의 가디언이나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들의 취재기사 보안을 위해 시그널을 이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텔레그램은 지난 2020년 3월 이란 정부 관계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용자 ID와 전화번호 4200만개가 노출된 사고 외 몇 차례 유출사고를 겪기도 했다. 최근에는 GPS 기능이 다른 사람들을 추적하는 목적으로 악용되면서 사생활 위협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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