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연구원들이 25일 경기도 화성사업장 극자외선(EUV) 전용 V1라인에서 3나노미터 파운드리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연구원들이 25일 경기도 화성사업장 극자외선(EUV) 전용 V1라인에서 3나노미터 파운드리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코리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 반도체를 공개했다. 삼성의 이번 개발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파운드리 1위 TSMC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삼성전자는 25일 경기도 화성캠퍼스 극자외선(EUV) 노광공정 전용 V1라인에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 파운드리 제품 출하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날 행사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 협력사, 팹리스, 삼성전자 DS부문장 경계현 대표이사(사장)와 임직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DS부문장 경계현 대표이사는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 양산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한 획을 그었다”면서 “핀펫 트랜지스터가 기술적 한계에 다다랐을 때 새로운 대안이 될 GAA 기술의 조기 개발에 성공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혁신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GAA 기반 3나노 웨이퍼는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1나노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수준으로, 3나노는 현재 파운드리 제조 공정 가운데 반도체 회로선폭을 가장 미세하게 설계한다. 반도체 내부 칩 4개의 면에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GAA 기술도 적용된다. 

삼전 측에 따르면 이번에 양산하는 3나노 GAA는 기존의 5나노 핀펫 공정보다 전력은 45% 덜 쓰고, 성능은 23% 높다. 앞서 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부터 GAA 트랜지스터 구조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2017년부터 3나노 공정에 본격 적용했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이 적용된 3나노 공정 양산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을 고성능 컴퓨팅에 처음 적용하고, 주요 고객사와 협력해 모바일 시스템온칩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경쟁 업체인 대만의 TMSC도 올 하반기에 3나노 양산에 나설 계획인 만큼 삼성전자가 안정적으로 고객사를 확보하려면 3나노 공정의 수율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파운드리 기술 우위 선점에 나선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치열한 미세공정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삼성전자와 시스템반도체 업계, 소부장 업계가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하면서 “정부도 지난주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바탕으로 민간 투자 지원, 인력 양성, 기술 개발, 소부장 생태계 구축에 전폭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출하식에 참석한 협력업체 및 팹리스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3나노 양산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팹리스 업체 텔레칩스 이장규 대표이사는 “삼성전자는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을 국내 팹리스에 적극 제공하며 팹리스가 제품 설계 범위를 넓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에 성공했다고 했지만 그간 일본과 대만의 언론들은 ‘실체가 있는 기술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을 해왔다. 실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8일 보도를 통해 “생산 장소가 최신 설비가 도입되는 평택이 아닌 제조 기술을 개발하는 화성캠퍼스”라며 “삼성의 3나노 고객사 실체가 명확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번 출하식 공개는 경쟁사 특히, 대만과 일본 기업에 대해 삼성의 기술력 우위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TSMC는 올해 안에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아직 3나노 공정을 상용화하지 못 했다. 반도체를 부활시키겠다는 일본 기업들은 사실상 소재·부품·장비를 제외하면 반도체 시장에서 대부분 퇴출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3나노 기술력으로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과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기대와는 달리 국내 비메모리 업계의 성장 모멘텀은 다소 약화된 모습이란 의견이 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최초 3나노 GAA 제품 출하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파운드리 매출 성장은 둔화될 전망”이라면서 “3나노 고객사 및 생산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고, 3나노 이외 공정 역시 전방 수요 약세와 일부 고객사 이탈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파운드리는 수주 산업 성격이 짙기 때문에 대규모 선제 투자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기에 시장 기대와 달리 국내 비메모리 업계 성장 모멘텀은 다소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파운드리와 TSMC 공정 로드맵. 자료=다올투자증권 
삼성 파운드리와 TSMC 공정 로드맵. 자료=다올투자증권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53억2800만 달러(약 6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시장 점유율은 1분기 16.3%로 지난해 4분기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1분기 TSMC 시장 점유율은 52.1%에서 53.6%로 커졌다. 두 회사의 격차는 37.3%포인트로 3.5%포인트 벌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나노 고객사는 중국 가상화폐 ASIC 업체인 판세미(Pansemi)로 물량은 미미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삼성 파운드리 4나노의 저조한 수율을 목도했던 고객사가 신규 GAA 공정 도입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 

TSMC는 2023년까지 핀펫 기반 다양한 3나노 파생 공정 로드맵을 확보했고, 이미 애플과 인텔, 퀄컴, AMD 등 핵심 고객사 물량을 수주했다. 전 세계 최초 3나노 GAA 양산을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고객사가 부재한 삼성 파운드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김 연구원은 “비메모리 고객사는 무리한 신공정 도입보다 안정적인 공정을 선호한다. 비메모리는 메모리와 달리 범용성이 낮기 때문에 원하는 시기에 주문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3나노 GAA 출하는) ‘전 세계 최초 양산’에 대한 의미 부여가 가능한 이벤트이나 삼성 파운드리 실적 기여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1세대 3GAE 공정의 안정적인 수율 확보를 레퍼런스로 2024년 2나노 공정 이후 신규 고객사 확보 여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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