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우드 페스티벌에 소개된 '한그린 목조관'. 사진=산림청
월드 오브 우드 페스티벌에 소개된 '한그린 목조관'. 사진=산림청

[이코리아] 기후위기에 건축산업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최근 목조건축의 탄소저감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목조건축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탄소배출 저감에 있어 기존 건축물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나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 과정에서 몸 안에 탄소를 저장해 '탄소 통조림'으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목재를 약 36㎡ 사용한 목조주택 1동에서 무려 9톤(t)의 탄소를 저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조건축 1000㎡를 조성하면 탄소 130t을 저장할 수 있으며, 탄소 대체효과도 270t에 달한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러한 목재의 장점을 활용해 다양한 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은 2017년부터 건축자재로 목재를 채택할 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2009년부터 '목재 우선 법률'을 시행해 공공 건축물 신축 시 목재 우선 사용을 의무화했다. 이 외에도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전 세계적으로 목재 사용에 대한 지원과 독려가 이어지고 있다. 

대량 목재 건축은 수년 동안 유럽에서 흔했지만, 2021년 국제 건축 법규가 18층까지 목조 건물의 사용을 승인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목재건축을 위한 비영리 단체인 우드워크스(WoodWorks)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미국 50개 주 모두에서 주택, 상업 또는 기관용으로 목조건물이 건설 중이거나 설계되고 있다.

미국의 건축 법규에서는 향상된 강도와 높은 성능의 엔지니어드 우드를 쓸 경우 18층까지 목재 구조물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인 어센트는 25층 높이(284 피트)의 목조 건물로 건설 중으로, 완공되면 세계 최고로 높은 목조건축물이 된다. 

어센트는 ‘대량 목재(mass timber)’로 짓고 있다. 대량 목재는 자연미의 매력 외에도 탄소 저감 및 건설 폐기물 감소 등의 지속가능성 혜택을 제공한다. 글로벌 리서치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대량 목재 시장의 가치는 2020년 기준 9억5600만 달러로 추산되며, 2028년까지 연평균 13.6%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공된 목재는 강철이나 시멘트만큼 값이 나간다. 하지만 전문화된 도구나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북미에서도 만들어지기 때문에 해외에서 수입하는 철강보다 공급망 차질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국내 최고층 목조건축물은 경북 영주에 들어선 5층 건물 한그린목조관이다. 국내 최초로 구조용 직교 집성판(CLT)을 적용한 한그린 목조관은 2시간 내화 성능 시험을 통과한 국내 최고 높이(19.1m)의 목조 건축물이다. 지난 2018년에 준공한 이후 현재는 건축물의 주거성능 평가를 위한 테스트 베드와 영주시 다함께 돌봄센터 같은 생활SOC(사회간접자본)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한그린 목조관은 강원도 일대 45∼50년생 낙엽송 109m3을 포함하여 총 191m3의 목재를 사용해 동일 규모의 다른 구조 건축물보다 약 160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는 30년생 소나무숲 1헥타르(ha)가 15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 양으로 목조 건축물이 신기후체제 대응에 기여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2020년 목조건축의 높이와 면적 제한이 15년 만에 폐지되면서 국내에서도 목재가 건축자재로도 널리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전에는 건축법의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목조건축물의 높이를 18m 이하(지붕 기준), 연면적을 6000㎡ 이하로 제한했다. 2024년 완공 예정인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는 7층 규모로 지어진다. 

한편, 우리나라 역시 목재 산업을 적극적으로 다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목재 수확 비율이 0.5%에 불과해 OECD 29개국 중 27에 그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국산 목재 사용 비율을 높이고, 도시 건설, 생활 소품 등 다양한 소재에서 국산 목재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탄소중립 사회로 이끌어갈 목재의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정책과 산업의 전문가들과 함께 목조건축, 목재산업, 미래소재를 주제로 올해 총 14회의 포럼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이 중 목조건축 포럼은 내화성능, 차음성능, 활성화 정책으로 세부 주제를 나누어 1월, 7월, 10월 총 3회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한국은 4계절이 있어 철근콘크리트와 철골구조 건축이 일반화됐다. 화재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목조건축의 단점을 기술로 극복하는 것은 현재로선 한계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목조건축이 고층빌딩을 대체할 정도로 확산되긴 어렵겠지만 목조건축이 더 적합한 곳에 활용될 가능성은 풍부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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