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21년 무연고 사망자 추이. 자료=용혜인 의원실
2012~2021년 무연고 사망자 추이. 자료=용혜인 의원실

[이코리아]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취약계층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면서 고독사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책은 물론 실태조사 및 통계체계 구축 작업도 지연되고 있어 정부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뜻한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고독사 또한 함께 늘어나는 추세지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 2년간 증가폭이 크게 늘어났다.

아직 국내에는 고독사와 관련된 제대로 된 통계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나마 무연고 사망(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파악할 수 없거나,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통계를 통해 대략적인 고독사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무연고 사망자 수는 남성 1만5139명, 여성 4559명, 미상 1208명 등 총 2만906명이었다. 

2012년 1025명이었던 무연고 사망자 수는 매년 증가해 2017년 2008명으로 처음 2000명대를 넘어섰고,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이후에는 3000대를 돌파해 지난해는 3488명까지 증가했다. 10년간 무연고 사망자 수가 2.4배나 늘어난 것. 특히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에는 무연고 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480명(18.1%)이나 늘어나 지난 10년 중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증감률로 따져도 2018년(21.9%), 2015년(21.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 남성·고령·빈곤층, 고독사 위험률 더 높아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고독사의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된 것은 누구일까? 통계에 따르면 고독사 위험이 가장 큰 것은 고령층 남성이다. 용혜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무연고 사망자 중 남성 비율은 72.4%로 여성(21.8%)의 세 배가 넘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무연고 사망자 중 여성 비율은 2020년 21%, 2021년 21.2%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남성은 같은 기간 75.2%, 75.8%로 코로나19 이전보다 2%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10년 간의 추세를 봐도 무연고 사망자 중 남성 비율은 2012년 66.5%에서 2021년 75.8%로 9.3%포인트 늘어난 반면, 여성 비율은 같은 기간 23.6%에서 21.2%로 2.4%포인트 감소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고독사 위험이 가장 크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3488명 중 40세 미만은 겨우 2.2%(76명)에 불과했지만, 70세 이상은 1372명으로 39.3%를 차지했다. 60~69세(995명, 11%)을 더하면 60세 이상 고령층이 무연고 사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9%에 달한다. 무연고 사망자 세 명 중 한 명은 고령층인 셈이다.

이러한 경향은 고독사 사례만 취합한 통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서울시복지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서울시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고독사 위험사례 978건을 조사한 결과 남성 65.8%, 여성 34.2%로 남성이 여성의 두 배가량 많았다. 연령별로는 60~69세가 27.1%로 가장 많았으며, 50~59세 19.3%, 70~79세 19%, 80~89세 18.3%, 90세 이상 10% 등의 순이었다. 2030의 비율은 각각 0.2%, 0.8%였으며, 40대는 5.1%였다.

서울시 자료에서 드러나는 고독사의 또 다른 얼굴은 ‘빈곤’이다. 서울시 고독사 사례 기초수급 현황을 보면, 국민기초 생계 및 의료급여가 946건(96.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일반 사례는 13건(1.3%)에 불과했다. 주거급여 7건(0.7%), 서울형기초수급대상 11건(1.1%)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고독사 대부분이 기초생계가 위협받는 빈곤층에게서 발생한다는 뜻이다. 

직업으로 봐도 고독사는 빈곤의 문제라는 사실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독사 사례 중 무직 비중은 무려 95.4%(933명)으로 어떤 형태로든 직업을 가진 경우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직업을 가진 고독사 사례 또한 일용근로(18명), 자활근로(13명)가 대부분이었으며, 상시근로자는 겨우 1명 뿐이었다. 

◇ 무연고 사망 외 독립된 고독사  통계자료 확보해야

고독사가 고령층 남성 빈곤층에게 집중된 현상인 만큼 위험 집단에 특화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복지재단은 연령 특성에 맞는 ‘골목카페’, ‘골목상담소’ 등의 지역형 지원 체계를 도입해 고독사 위험계층의 사회적 관계 회복을 돕는 한편, 기초수급 보장성을 강화하고 수급신청 탈락자에 대한 긴급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대책 이전에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현재 국내에는 고독사 관련 통계 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무연고 사망 통계가 있지만, 주거지 이외의 지역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발견되고 지자체가 시신을 처리하는 무연고 사망과 주거지에서 가까운 이웃에게 발견되고 가족이 시신을 인수하는 고독사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연고 사망과 분리된 고독사에 대한 독립된 통계자료 수집이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원시연 입법조사관은 지난달 발표한 ‘초고령사회 대비 고독사 대응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그동안 고독사 예방을 위한 사업들이 수행되어 왔음에도, 전국 차원에서 모든 1인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진 적은 없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최근 3년간 17개 시・도별 고독사 현황을 보면, 고독사 관련 조례를 마련해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고독사 자료가 없다고 답변한 지자체가 4곳, 아직 업무소관도 확정되지 않아 자료제출을 하지 못한 지역도 1곳 있었다. 자료를 제출한 지역 또한 조사가 부실해 고독사 사례가 과소집계되거나, 역으로 무연고 사망 자료를 활용해 고독사 사례가 부풀려진 경우가 많았다.

다행인 점은 지난해 4월부터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됨에 따라 고독사 실태조사 및 통계체계 구축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중 첫 고독사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이를 기초로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실태조사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가 고독사 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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